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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회사소유 21억 아파트 0원에 샀다…수상한 부동산 직거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A씨는 자신의 아버지 회사가 소유한(법인 명의) 아파트에 전세로 살다가 그 집을 21억원에 매수했다. 집을 매수할 때 제출한 ‘자금조달계획서’에는 아버지에게 증여받은 돈 12억5000만원과 A씨의 전세보증금 8억5000만원을 적었다. 그러나 A씨가 아버지 회사와 전셋집 임대차 계약을 맺으면서 냈다는 보증금 8억5000만원의 출처가 불분명했다. 서류상 계약서를 작성하기는 했지만 계좌이체내역 등 A씨가 부친 회사에 보증금을 냈다는 증거가 없었다.

국토교통부는 이처럼 수상쩍은 부동산 직거래 802건을 조사한 결과 이 중 ‘불법 의심’ 거래 276건을 적발해 국세청과 경찰청 등에 수사 의뢰했다고 23일 밝혔다. 탈세를 목적으로 명의신탁·편법증여 등을 한 것으로 의심되는 거래다.

'불법 의심' 아파트 직거래 사례. 사진 국토부

'불법 의심' 아파트 직거래 사례. 사진 국토부

'불법 의심' 아파트 직거래 사례. 사진 국토부

'불법 의심' 아파트 직거래 사례. 사진 국토부

친인척 간 통정거래로 의심되는 사례도 있었다. 수도권에 사는 B씨는 최근 전 시누이의 아파트를 매입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거래대금을 매도·매수 당사자가 아닌 본인 아들 통장으로 주고받았다. 그리고 4개월 후 다시 전 시누이 이름으로 명의를 변경했다. 부동산을 제삼자 명의로 등기부에 올리는 명의신탁이다. 이는 ‘부동산실명법’ 위반으로 처벌받는다.

국토부 관계자는 “명의신탁은 대부분 탈세, 강제집행 면탈, 무주택 지위 유지를 위한 편법으로 쓰이지만, 실거래가 띄우기와 연관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며 “왜 이런 거래를 했는지는 조사하지 못했지만 이후 경찰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 의심' 아파트 직거래 사례. 사진 국토부

'불법 의심' 아파트 직거래 사례. 사진 국토부

공공임대아파트의 임차권을 불법으로 전대(임대한 주택을 다시 빌려주는 것)한 경우도 있다. C씨는 10년 거주하기로 한 공공임대아파트를 타인에게 전대한 후 분양전환 시기에 이르러 전대 임차인에게 소유권을 이전했다. 이는 임차권을 타인에게 전대하지 못하게 한 공공주택특별법 위반이다.

국토부는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아파트 직거래 중 특수관계인 간 거래, 시세보다 높거나 낮은 거래 등 802건을 들여다봤다. 이 중 34%가 불법 거래로 의심된다고 밝혔다. 편법 증여 또는 차입금 거래 등 국세청 통보 건은 77건, 명의신탁 등 경찰청 통보 건이 19건, 대출용도 외유용 등 금융위 통보 건은 18건이었다.

국토부는 오는 3월부터 7월까지는 실거래가 띄우기를 집중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최근 신고가로 등록한 후 1년 이상 지나 계약을 해지하는 등 이상 거래가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1~12월) 아파트 거래 중 실거래가 등록 후 오랜 시간이 지나 계약을 해지한 경우, 특정인이 반복해 신고가 거래 후 해제한 경우, 투기지역에서 고가로 등록한 후 해지한 경우 등이 대상이다. 조사는 계약서 존재 여부, 계약금 지급·반환 등 확인을 통해 허위로 실거래 신고가 이뤄졌는지를 집중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실거래가 띄우기 등은 해당 아파트 주변 부동산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그런 거래도 조사에 포함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직거래를 통해 편법증여·명의신탁 등을 하는 행위는 부동산 시세를 왜곡해 시장 불안을 초래하는 등 부작용을 낳는다”며 “고의로 허위신고했다가 해제해 시장가격을 교란하는 행위도 철저히 조사해 부동산 시장의 투명성을 확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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