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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노화 '생로병사 정복' 문턱 넘다…비밀 풀린 miRNA 뭐길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빛내리 기초과학연구원 RNA 연구단장. IBS

김빛내리 기초과학연구원 RNA 연구단장. IBS

국내 연구진이 우리 몸의 유전자 조절을 담당하는 마이크로 RNA(이하 miRNA)의 생성 비밀을 밝혀냈다. 이번 연구로 유전자 기능 연구와 유전자 치료 기술 개선의 새로운 막이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초과학연구원(IBS) RNA 연구단 김빛내리 단장(서울대 생명과학부 석좌교수) 연구팀은 miRNA 생성과 RNA 치료제에 중요한 ‘다이서(DICER) 단백질’의 핵심 작동 원리를 규명했다고 23일 밝혔다. 김 단장이 이끄는 연구팀은 노성훈 서울대 교수 연구팀과 함께 지난 20여 년간 베일에 싸여있던 다이서의 3차원 구조를 세계 최초로 밝혀내는 성과도 거뒀다. 두 연구 결과는 이날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인 네이처에 동시 게재됐다.

RNA는 생명체가 단백질을 합성하기 위해 DNA 유전정보를 그대로 복사한 물질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미국 화이자와 모더나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RNA를 이용해 백신을 개발해내며 ‘과학의 힘’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마이크로 RNA 생성과정. IBS

마이크로 RNA 생성과정. IBS

이러한 RNA 중에서도 20여 개의 염기로 구성된, 특히 크기가 작은 세포 내 아주 작은 생체물질을 miRNA라 한다. miRNA는 유전자가 과도하거나 부족하게 발현되지 않도록 제어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단장은 앞서 이 miRNA의 생성 과정을 세계 최초로 규명하며 한국 과학계에서 노벨상 수상에 가장 근접한 과학자로 떠올랐다.

현재까지 파악된 miRNA만 해도 1만 개가 넘는다. 인간 몸속에도 수백 종의 miRNA가 존재하고 있으며 만약 miRNA가 제대로 생성되지 않으면 세포 질서가 무너져 암과 같은 질병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진다.

miRNA는 단백질을 만드는 역할을 맡은 메신저RNA(mRNA)와 결합해 특정 유전자의 발현을 선택적으로 억제한다. 이에 과학계에서는 miRNA의 유전자 발현과정을 규명해 이를 제어할 수만 있다면 세포의 증식과 분화, 면역 반응, 노화와 질병 등 사실상 생로병사의 모든 과정을 인류가 정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RNA 연구단에 따르면 miRNA는 원재료 물질이라 할 수 있는 기다란 miRNA 전구체가 절단효소 역할을 하는 드로셔 단백질과 다이서 단백질에 의해 잇따라 절단되면서 만들어진다. 연구진은 앞선 연구에서 이미 miRNA의 생성에 관여하는 효소 중 하나인 드로셔의 기능과 구성을 밝혀낸 바 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통해 기존에 알려진 것처럼 다이서가 드로셔에 의해 절단되면서 만들어진 말단만을 인지하여 자르는 것이 아닌 miRNA 전구체의 자체 내부 서열을 인지함으로써 스스로 절단 위치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을 규명해냈다.

노성훈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IBS

노성훈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IBS

나아가 연구진은 인공적인 miRNA를 활용해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억제하는 기술인 ‘RNA 간섭’의 효율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찾아냈다. 이를 통해 앞으로 인류가 유전자 발현을 더욱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0여 년 동안 규명되지 않았던 다이서가 miRNA 전구체를 자르는 순간을 높은 해상도에서 관찰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김빛내리 단장은 “miRNA 생성 과정을 이해하면 질병의 발병 원인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서 “RNA 간섭 효율을 높여 유전자 치료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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