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과 관련 민주당은 21일 의원총회를 열고 향후 대응 방침을 논의했다. 당초 이견이 분출될 거란 전망과 달리, 이날 의원총회에선 비명계 의원도 체포안 부결을 주장했다. 사실상 ‘단일 대오’에 자신감을 갖게 된 민주당 지도부는 체포안 표결도 개별 의원의 자율투표에 맡기기로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며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뉴스1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와 정부의 체포동의안 제출이 매우 부당하다는 점을 총의로 분명히 확인했다”며 “따라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 처리 관련 당론 채택 여부는 논의조차 할 필요가 없는 사안이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의원총회는 이 대표의 신상 발언으로 시작했다. 이 대표는 “대선이 끝나고 나서 특수부의 수사가 들어올 거라곤 예상했지만 이렇게 없는 죄를 만들 줄은 몰랐다”며 “성남시 일을 하면서 어떤 부정행위도 없었다는 것이 다시 한번 영장에서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대선 패배의 업보다. 당 대표로서 의원님들에게 마음의 빚을 갖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외부 여론 동향 분석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이 대표가 자리를 뜬 후 이어진 자유토론에서 친문재인계 전재수 의원은 “의심의 여지 없이 부결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면서 전 의원은 이 대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킨 이후의 전략 부재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고 한다.
이어 두 번째 발언에 나선 설훈 의원은 이날 이 대표와 오찬을 함께한 사실을 전하며 “부결하고 나면 대표가 어떤 행동을 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그러면서 설 의원은 “이번에는 모두가 이견 없이 확실히 부결시키자”고 말했다. 설 의원은 지난해 이 대표 구속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전당대회 출마를 만류했던 대표적 비명계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설 의원의 발언으로 체포안 찬반 토론이 무의미해지면서 토론이 싱겁게 종료됐다”고 전했다. 다만 복수의 의원들은 “두 사람 사이에 구체적인 이야기가 확실하게 오간 것은 아닌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은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 찬성으로 가결된다. 169석 민주당은 다른 당 도움 없이도 단독 부결이 가능하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의 재가로 국회에 송부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은 오는 24일 국회 본회의 보고를 거쳐 27일 본회의에서 무기명 투표를 진행된다.
다만 비명계 일각에선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경고를 보내기 위해서라도 무효표를 만들거나 기권을 해서 이견을 드러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재선 의원은 중앙일보 통화에서 “부결이 큰 흐름이지만 박빙 부결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설사 부결이 돼도 ‘방탄 정당’이란 꼬리표는 당 지지율 하락세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의식한 듯 당 지도부는 이날 의총에 참석한 의원들에게 ‘최근 당 지지율 하락은 진보층 과소 표집과 보수층 과대 표집으로 인한 것’이라고 적힌 분석자료를 나눠줬다.
한편 이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영장 내용을 아무리 살펴봐도 그동안 얘기한 ‘428억원 그분’, 돈 이야기가 전혀 없지 않으냐”며 “지금까지 (검찰이) 얼마나 무리한 언론플레이를 통해 저를 음해하고, 부정한 이익을 취한 것처럼 공격했는지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