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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정치특집 | 국민의힘 전당대회 돌풍, 천하람 변호사

중앙일보

입력

“전 세대 아우를 듬직한 미드필더… '백년 정당’ 만들 자신”
지지 상승세 타고 김기현·안철수 맹추격… 2년 전 이준석 보는 듯
“윤핵관 폭주하면 ‘국민 없는 국민의힘’ 전락… 개혁할 후보 뽑아야”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천하람 후보가 청년들의 지지를 발판으로 6070세대 전통 보수층까지 지지세를 넓히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 사진:김경빈 기자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천하람 후보가 청년들의 지지를 발판으로 6070세대 전통 보수층까지 지지세를 넓히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 사진:김경빈 기자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서 새바람을 일으키며 시선을 끈 인물이 있다. ‘86년생 0선’의 정치 신인 천하람 후보다. 2년 전 이준석 전 대표가 당대표 선거에 나섰을 때 나이(만 36세)와 같다. 보수 혁신과 청년 정치라는 키워드도 비슷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거 후반부로 갈수록 지지율이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2월 15일 전화 인터뷰에서 천 후보는 “(당대표 선거는) 결국 김기현과 천하람의 대결이 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제주와 부·울·경에서 가진 합동연설회는 어땠나?

“제 지지자들은 동원한 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오신분들이다. 그런데도 굉장히 열정적으로 지지해주셨다. 지금까지 우리 당의 열세지역(순천)에서 정치를 해와서 그렇게 열렬한 환호를 받아본 적이 없었다. 물론 여러 후보에 대해 당원들께서 모두 뜨겁게 호응해주셨다.”

현장에서 느낀 당원들의 민심이 복잡했을 것 같다.

“제가 느낀 당원 민심은 둘로 갈라져 있다. 좀 더 개혁적인 성향의 젊은 당원과 안정을 지향하는 성향의 상대적으로 연배가 높으신 분들로. 그런데 이번 전당대회 국면에서는 불협화음을 걱정하는 분과 총선 참패를 걱정하는 분들로 다시 쪼개졌다. 전자는 이준석 전 대표와 관련된 일련의 사태를 겪으면서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대통령과 당대표가 부딪히는 것에 대한 걱정이다. 후자는 대통령 측근에게 줄 서는 정치로 가다가는 총선에서 참패하고 과거처럼 국민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다. 아무래도 이준석 전 대표가 저를 지원하고 있다 보니 불협화음을 걱정하는 분들이 저에 대해 우려를 갖고 계신 듯하다.”

여론조사 지지율 16% 돌파… 당원 투표 영향 촉각

2월 14일 부산 동구 부산항국제전시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에서 황교안, 천하람, 김기현, 안철수(왼쪽부터) 당대표 후보가 2030 부산세계박람회 성공을 기원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월 14일 부산 동구 부산항국제전시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에서 황교안, 천하람, 김기현, 안철수(왼쪽부터) 당대표 후보가 2030 부산세계박람회 성공을 기원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청년층을 중심으로 개혁을 바라는 당원들이 전보다 더 많아졌다. 그들의 여론이 반영될 가능성이 보이나?

“제 지지율이 급상승하고 있는 게 그 징표다. 솔직히 대선후보급 인지도가 있는 것도 아닌데 이 정도로 지지율이 급상승한다는 건 당이 이대로 가선 안 된다는 위기감이 발현됐기 때문이다. ‘윤핵관’이나 당의 주류라는 분들이 지금 표 계산을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2030이나 수도권 당원들뿐만 아니라 나이 지긋하신 분들도 당이 망하는 길로 가고 있다고 말씀하신다. 과거의 계파 정치, 구태를 반복한다면 2016년 TK 무소속 돌풍 재현될 수 있다는 경고다.”

2월 15일 여론조사(국민리서치그룹·에이스리서치 발표)에서 16.5%로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하지만 결선투표로 가기엔 아쉬운 수준 아닌가?

“그렇지 않다. 안철수 후보랑 격차가 크지 않고, 당심의 선행지표라 할 만한 민심에선 안 후보와 별 차이가 없거나 김기현 후보를 앞서는 결과도 나왔다. 과거 당대표 선거를 보면 항상 민심이 선행했다. 안 후보를 역전하는 건 시간문제라고 본다.”

안철수 후보에 비해 더 경쟁력 있다고 자신하는 근거는 뭔가?

“안 후보는 본인의 이미지만 내세운 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물론 인지도가 높은 분이니 여론조사에선 안 후보가 높게 나올 수 있다. 그러나 당원투표에서 안 후보를 선택할 이유가 마땅치 않다. 대통령과 당정 일체로 가야 한다는 분들은 김 후보를 선택할 테고, 당이 대통령과 적당한 거리를 둬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저를 선택할 거다.”

2년 전 이준석 당대표가 막판 돌풍을 일으키며 만들어낸 역전 드라마를 기대하나?

“그때 이 전 대표 상황도 지금의 저와 비슷했다. 일주일에 5%, 7%씩 올렸다. 저도 당연히 그렇게 하려고 더 노력하고 있다.”

윤핵관을 ‘간신배’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던데, 당정이 보이는 여러 문제의 근원으로 보는 건가?

“윤핵관이 지금 벌어지는 문제의 본질이다. 주류와 비주류가 적절히 견제하면서 공존해야 당이 살아난다. 민주당의 예를 보면 친문 일색 폭주 기관차처럼 달려가면서 ‘조금박해(조응천·금태섭·박용진·김해영)’를 배제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왔나. 민심과 괴리돼 자기들만의 리그에 갇히지 않았나. 그때 민주당을 향해 ‘민주주의 없는 민주당’, ‘소신파를 억압하는 민주당’이라고 비판했다. 우리가 그런 잘못을 왜 반복하려 하나. 자칫 잘못하면 우리가 ‘국민 없는 국민의힘’이 될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든다.”

천하람만의 해법은 뭔가?

“우리 당 구성원들의 족쇄를 풀어주고 윤핵관 눈치보다 유권자 눈치를 더 보면서 능력과 소신을 발휘할 수 있도록 판을 깔고 싶다. 당내 여러분이 제게 ‘지금 상황이 정상적이지 않다’고 말씀하신다. 그런데도 공천을 걱정해야 하고, 윤핵관 눈 밖에 나면 큰일 난다고 몸을 사린다. 이게 정상인가? 다양성과 역동성이 있어야 당이 살아난다.”

“윤핵관이 문제의 본질, ‘당정일체론’은 위험한 발상”

국민의힘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천하람 후보(왼쪽 두 번째)가 최고위원 선거에 나선 이기인(왼쪽), 허은아(왼쪽 세 번째), 김용태(오른쪽) 후보와 필승을 다짐하고 있다. 네 후보는 각자의 이름을 한 자씩 따 ‘천아용인’으로 이름 짓고 청년 돌풍을 예고했다.

국민의힘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천하람 후보(왼쪽 두 번째)가 최고위원 선거에 나선 이기인(왼쪽), 허은아(왼쪽 세 번째), 김용태(오른쪽) 후보와 필승을 다짐하고 있다. 네 후보는 각자의 이름을 한 자씩 따 ‘천아용인’으로 이름 짓고 청년 돌풍을 예고했다.

인적 쇄신과 시스템 개혁 중 어느 쪽에 더 방점을 찍고 있나?

“시스템 개혁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유승민, 나경원, 안철수 이분들을 보니 억지로 억누르고 배제하려고 하면 오히려 튀어 오른다. 그래서 윤핵관을 급하게 배제하느라 (논란을) 반복할 생각은 없다. 국민과 당원들이 납득할 수 있는 형태로 국회의원 중간평가라든지 공정한 형태로 쇄신이 이뤄지도록 할 거다. 또 소신파 신인을 얼마나 잘 배치하느냐, 그런 점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

대통령의 공천 불개임을 당헌에 명시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런데 최근엔 대통령을 ‘명예 당대표’로 추대하자는 얘기도 나왔다.

“일부에서 말하는 ‘당정 일체’는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다. 여당은 늘 정부보다 커야 한다. 더 높아야 한다는 게 아니라 더 넓어야 한다는 의미다. 당이 폭넓은 민심과 의견을 수렴하고, 정부가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갈 때 그걸 바로잡는 역할을 해야 한다. 정권은 유한하지만, 당은 ‘백년 정당’이 돼야 한다. 대통령의 뜻을 거스르면 안 된다고 하는 건 함께 망하는 지름길이다. 민주당이 여당일 때 우리가 문재인 정부의 ‘여의도 출장소’라고 욕하지 않았나. 저는 우리가 야당일 때 했던 얘기를 일관성 있게 지키기만 하면 일류 정치가 된다고 생각한다.”

이준석 전 대표와 자주 소통하나?

“이 전 대표는 선거를 치러본 경험이 있으니 조언을 얻곤 한다. 다만 이 전 대표가 계파 정치를 안 하니까 제게 이래라저래라 하진 않는다. 이준석과 천하람은 스타일이 다르다는 걸 본인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서로 존중하며 대등하게 소통하고 있다. 이 전 대표가 대중적이고 객관적인 존재감은 저보다 큰 게 현실이지만, 이준석보다 낫다는 걸 국민께 보여드려야 하는 건 제 과제다.”

‘비단 주머니’ 같은 건 없었나?

“없지는 않은데, 그게 이 전 대표에게서만 나오는 건 아니다.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이 뭉쳐서 소통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양한 선거운동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다.”

‘이준석 아바타’라는 비아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전 대표와 다른 천하람의 ‘한 끗’은 뭔가?

“6070에서 확실히 저를 더 좋아하신다. 듬직한 일등 사윗감 같은 면도 있겠지만, 단순히 이미지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 정치가 개혁적인 방향으로 가야 하고 과거의 계파 정치를 반복해선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너무 빨리 달려가면 전통적인 지지층은 적응하기가 힘들 수 있다. 그 점을 충분히 이해한다. 30대인 제가 20대를 만나도 적응이 안 되는데 6070은 얼마나 힘들겠나. 그분들 입장을 이해하면서 납득할 수 있는 속도로 개혁해야 한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이 전 대표와 다르다. 대신에 2030에서의 폭발적인 지지는 없는 것도 사실이다. 저는 엄청난 스타성을 가진 스트라이커가 아니라 모든 세대에서 폭넓은 지지를 끌어낼 수 있는 미드필더형이다. 국민과 당원들께서 제 진가를 알게 되면 개혁 후보 중 꼭 필요한 캐릭터가 나왔다고 생각하실 거다.”

“6070도 납득하도록 개혁 속도 조절할 것”

결선투표는 결국 윤핵관과 반윤핵관의 대결이 되지 않을까?

“맞다. 앞서 말했듯 불협화음과 총선 참패의 우려를 누가 더 불식시킬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거다. 김기현 후보의 경우 총선 참패 우려를 결코 떨쳐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조금 건방지게 말하면 그런 면에서 제가 이길 수밖에 없지 않나 싶다. 지금 구도상으로 그렇다. 윤핵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끌려가게 되면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 천하람 대표 체제가 총선에서 더 경쟁력 있다는 건 어느 정도 수긍하실 거다.”

경선에서 가장 공들이는 부분은?

“천하람 대표 체제의 안정성에 대한 우려를 덜어드리는 게 가장 큰 과제다. 그 우려를 덜어드리려고 ‘천아용인’이 뭉치자고 한 거다. 우리 네 사람이 다 당선되면 최고위원회에서 안정적인 과반을 유지할 수 있다. 이준석 체제와 다르게 최고위가 흔들릴 일이 없다. 어찌 보면 당대표 선거에서 처음으로 팀을 짜서 뛰는 게 안정성에 대한 걱정과 불안감을 낮추는 데도 상당한 효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만약 당대표가 되더라도 내년 총선에서 순천 재도전은 변함없나?

“당연하다. 대표 됐다고 갑자기 비례 2번에 이름 넣거나 TK, 강남으로 가면 내 정치 인생은 끝난다. 그럴 생각 전혀 없다. 오히려 대표가 되면 순천에서 당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얻는 거다. 저 혼자만이 아니라 훌륭한 도전자를 발굴해 호남에서 꾸준히30%대 득표가 나오는 토대를 만드는 데 애쓸 생각이다.”

-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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