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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라밸 나쁘고 집값 부담, 한국인 삶 만족도 5.9점 ‘OECD 최하위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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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국제사회에서 한국은 선진국 반열에 올랐지만 정작 우리 국민은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시간 근로와 집값 부담,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외로움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국내총생산(GDP) 같은 수치 뒤에 가려진 ‘삶의 질’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통계청이 펴낸 ‘국민 삶의 질 2022’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국민이 매긴 삶의 만족도는 2019~2021년 평균 5.9점(10점 만점)으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8개국 평균(6.7점)보다 0.8점 낮았다. 일본(6.0점), 그리스(5.9점)와 비슷한 최하위권이다. 콜롬비아(5.8점)와 튀르키예(4.7점) 2곳만 한국보다 낮았다.

만족도가 낮은 건 삶의 질이 떨어져서다. 통계청이 지난해 삶의 질과 관련한 71개 지표를 분석한 결과 18개 지표가 1년 전보다 악화했다. 주로 여가·주거·가족 영역에서 삶의 질이 떨어졌다. 지난해 코로나19가 엔데믹(풍토병)에 접어들면서 고용·환경 분야는 상대적으로 나아졌다.

하지만 근로시간이 길어 일명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나쁘다는 점이 삶의 질을 떨어뜨렸다. 국내 임금 근로자의 2021년 기준 월 근로시간은 164.2시간으로 2020년(월 163.6시간)에 비해 0.6시간 늘었다. 최바울 통계개발원 경제사회통계연구실장은 “근로시간의 감소 추세에도 불구하고 다른 나라보다 여전히 근로시간이 길다”고 분석했다.

가구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2021년 기준 206.5%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일본(115.4%), 프랑스(124.3%), 영국(148.5%)보다 훨씬 높다. 자가 점유 가구 비율은 2021년 57.3%로 전년보다 더 낮아졌다. 최바울 실장은 “한국 사회에서 주택 마련은 단순 거주의 개념을 넘어서는 의미를 가져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여가생활에 대한 만족도는 2021년 기준 27% 수준이었고, 65세 이상 독거노인 비율이 지난해 20.8%로 나타나 1년 전보다 0.2%포인트 늘었다. ‘아플 때’ 또는 ‘힘들 때’ 도움받을 수 있는 곳이 없는 사람의 비율을 보여주는 사회적 고립도는 2021년 기준 34.1%로 나타났다. 특히 60세 이상의 경우 41.6%로 가장 높았다.

자살률은 2021년 기준 10만 명당 26명으로 1년 전보다 0.3명 늘었다. 한준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가와 교육, 공동체처럼 가치 있는 것을 뒤로 미루다 보니 ‘풍요의 역설’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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