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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구속영장에…법조계 "배임 쉽지 않아" vs "증거 충분"

중앙일보

입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서 내용이 알려지면서 법조계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까다롭기로 손꼽히는 ‘배임’ 혐의를 입증하기엔 영장 내용이 부실하다”는 지적과, “이만하면 증거가 충분하다”는 의견이 동시에 나온다.

까다로운 배임죄…‘의도적인 업무 위배’가 핵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으로 이 대표에게 적용된 핵심 혐의는 배임죄다. 배임죄는 범죄요건 구성도 쉽지 않고, 재판도 각 심급에 따라 유·무죄 판단이 엇갈릴 가능성이 크다고 알려져 있다. 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도 “배임죄는 유·무죄를 판단하기 어려운 편이다. 1심에서 유죄여도 대법원에서 무죄가 나오는 경우가 꽤 있다. 사건 관계자들 간에 진술이 엇갈리면 구속영장 내주기도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민관유착을 통해 사익을 노렸다’고 판단했다. 이 대표가 처음 성남시장에 당선한 2012년부터 10년 간 그의 지시 하에 측근 그룹과 개발업자의 유착관계가 지속했다는 것이다. 또 사업 전반에서 이 대표가 “직접 보고받고, 승인하고, 결정했다”고 영장 청구서에 적었다. 검찰은 “추가이익 환수가 가능했지만, 윗선에 의해 의도적으로 배제됐다”는 성남시 공무원들의 진술과 관련 물증도 확보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업자들로부터 추가 환수할 수 있었던 4895억원을 의도적으로 가져오지 않아 공공이익(성남도시개발공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본다.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배임죄는 쉽게 말하면 ‘임무를 위배해 자신이나 제3자에게 이익 또는 손해를 주는 범죄’”라며 “이 대표는 4895억원을 추가 환수하지 않아 임무를 위배했고, 특정 민간업자에 이익을 몰아주면서 시민들에게 손해를 입혔다”고 말했다. 최측근 그룹(정진상·김용)과 업자들 중 가장 밀접하게 유착됐던 김만배씨를 제외하면 모든 사건 관계자가 공통된 진술을 하고 있다는 점도 검찰이 강조하는 포인트다.

이재명 “부동산 경기 악화됐으면 무죄냐”

반면 이 대표 측은 4895억원을 더 환수할 수 있었다는 검찰의 전제부터 부정하고 있다. 이 대표는 17일 SNS에 “배당금을 지분 아닌 확정액으로 약정했으니 배임죄라는 검찰 주장대로라면, 부동산 경기 호전 시는 유죄, 악화 시는 무죄”라고 밝혔다. 사업 계획 당시 최선의 판단을 내렸고, 부동산 호황으로 업자들의 몫이 커질 것을 예측하지 못한 사실은 형사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다.

한 현직 부장판사는 “성남시장의 업무는 ‘다양한 이해관계 조율’인데 시민에게 손해를 입혔다고 해서 모두 범죄가 될 수는 없다”면서 “이 대표가 ‘리스크 관리를 위해 지분율이 아닌 확정 금액으로 환수 규모를 설정했다’고 주장하면 의도적인 배임 행위였는지 애매해진다”고 말했다. 특수 사건 경험이 많은 변호사도 “결과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배분 구조가 됐지만, 시장으로서 의사결정의 일환으로 볼 여지가 있다”면서 “법원이 ‘행정적으로 아쉬운 부분에 가깝지, 형사처벌까지는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서에서 ‘범행 동기’ 부분이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있다. 검찰은 “경제적·정치적 편의를 받을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이 대표 개인이 재산상 이익을 얻었거나 이 대표 측근들의 뇌물 수수액이 이 대표에게 유입된 정황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법조계 인사는 “시장은 선출직으로서 일반 공무원과 달리 정당 가입이 가능한 정치인”이라며 “정치적 치적을 쌓기 위한 범죄라는 검찰의 논리가 약해 보인다. 결국 민간업자들이 이 대표에 주기로 했다는 ‘428억 약정설’ 혐의가 유·무죄 판단에 매우 중요하게 작용할텐데, 이번엔 포함되지 않아 수사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제3자 뇌물혐의가 적용된 성남FC 후원금 사건은 검찰의 논리가 밀도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영장 청구서에 따르면 이 대표가 후원 기업들에게 액수까지 정해줬다고 돼 있다. 법원이 ‘뇌물을 적극적으로 요구했다’는 가능성으로 인정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검사 출신 변호사도 “제3자 뇌물죄로 딱 떨어지는 사건이라고 본다. ‘후원 액수를 직접 정해줬다’는 표현이 들어갔는데, 확실한 물증이 있어야 가능한 얘기다. 검찰의 자신감이 깔린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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