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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동 호텔' 황씨, 왜 성남FC에? 檢 지목한 '토착비리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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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에서 대장동과 성남FC를 둘러싼 이 대표의 각종 의혹을 ‘시정농단’이라고 불렀다. 검찰 안팎에선 이번 사건을 시정농단으로 명명한 배경에 대해 “등장 인물이 반복되는 것에 주목하라”고 뒤띔한다. 성남시라는 지방자치단체 안에서 이 대표와 이 대표의 측근들을 매개로 같은 인물이 여러 이권사업에 등장하는 ‘지역 토착비리’의 전형이라는 것이다.

‘정자동 호텔’ 황모씨, 성남FC에도 등장

구속영장 청구서에서 눈에 띄는 인물은 ‘정자동 호텔 특혜 의혹‘에 등장하는 황모씨다. 황씨는 정자동 호텔 필요성을 제안하는 용역보고서를 작성하고, 해당 부지 개발 사업도 한 다음, 현재는 호텔 소유주로 돼 있어 특혜 의혹이 제기된 인물이다.

그런데 황씨는 성남FC 후원금 의혹에도 등장한다.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당시 성남시 정책비서관의 지시를 받고 2014년 차병원 측에 연락해 “민원 해결을 대가로 성남FC에 30억원을 후원하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황씨는 정진상씨와 동갑내기 친구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이처럼 호텔 의혹에 등장하는 사람이 성남FC에 후원금도 종용한 사례가 ‘지역 토착비리’의 전형이라고 보고 있다.

남욱, 대장동·위례·성남FC에 ‘겹치기 출연’

‘겹치기 출연’으로 더 유명한 인물은 남욱 변호사다. 남 변호사는 원래 대장동 개발을 추진하던 한 시행사의 법률자문이었다. 하지만 2011년 7월 대장동 프로젝트를 인수하며 아예 사업 자체에 뛰어들었다. 남 변호사는 위례신도시 개발 의혹에도 등장한다. 검찰은 남 변호사 등이 이 대표의 성남시에서 빼낸 정보를 가지고 위례신도시 사업자 선정에 개입해 211억원 상당의 부당한 이익을 남겼다고 보고 있다.

남 변호사의 이름은 성남FC 사건에도 등장한다. 성남FC가 부도 위기에 처하자 이 대표와 정진상씨 등의 요구에 따라 푸른위례를 통해 5억5000만원을 성남FC에 건네고, 그 대가로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에서 혜택을 봤다는 부분이 이 대표 영장에 적혀 있다.

남욱 변호사가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의혹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욱 변호사가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의혹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역 정치인이 토호들과 이권으로 얽혀”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도 이 대표 영장 청구서에 반복해서 등장하는 인물이다. 검찰은 이 대표가 형식적인 과정만으로 정진상 등 측근을 통해 인사권을 남용했다고도 적시했다. 검찰 관계자는 “성남시장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살펴보면 이 대표도 한 명의 지역 정치인에 불과했다”며 “지역 정치인으로서 토호들과 각종 이권으로 얽혀있었다는 게 검찰의 기본적인 시각”이라고 말했다.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뉴스1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뉴스1

검찰은 ‘백현동 의혹’ 수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엄희준)는 백현동 사업의 로비스트 역할을 맡은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에게 흘러간 30억원의 용처를 규명하기 위해 최근 관계자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검찰은 김 전 대표가 대선을 1년 앞둔 2021년 다른 업체 대표로부터 빌린 30억원이 각종 정치자금 명목으로 쓰였을 가능성을 따져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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