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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쌍방울 후원 몰랐다? 이재명 간 행사에 'TRY' 박혀 있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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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방울그룹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기지사 시절 북한 인사들과 함께 참석한 ‘아태평화국제대회’를 후원한 정황을 담은 문건이 확인됐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당시 경기도 공무원들은 최근 법정에서 “쌍방울과 KH그룹의 후원 사실은 몰랐다”고 증언해왔다. 이번 문건은 이들의 증언과 배치되는 것이다.

20일 중앙일보가 입수한 제1회 아태평화국제대회 자료집과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가 경기도의 소명 요구로 발송한 ‘제2회 아태평화국제대회 관련 소명의 건’ 공문엔 쌍방울과 KH그룹이 1회 대회 때부터 아태협을 후원한 걸로 돼 있다.

2018년 11월 18일 경기 고양시 엠블호텔에서 열린 ‘제1회 아태평화국제대회 자료집’을 보면 대회 공동 주최자로 경기도와 아태협이 명시돼 있고, 맨 마지막 장엔 쌍방울의 내의 브랜드 ‘TRY 히트업’ 홍보물이 실렸다. 특히 쌍방울의 후원 사실은 자료집을 펼쳐보지 않아도 눈에 띄는 곳에 게재돼 바로 알 수 있다.

2018년 제1회 아태평화국제대회 자료집에 실린 쌍방울의 내의 브랜드 'TRY'. 손성배 기자

2018년 제1회 아태평화국제대회 자료집에 실린 쌍방울의 내의 브랜드 'TRY'. 손성배 기자

이 자료집엔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의 환영사도 있다. “최초로 대한민국 지방정부의 초청에 응하신 북측 대표단 여러분, 역사적인 발걸음을 온 마음으로 환영한다”고 했다.

경기도, 아태협에 ‘쌍방울 후원’ 경위 묻기도

아태협이 경기도에 보낸 공문엔 쌍방울과 KH그룹이 이 국제대회를 후원했고, 경기도도 사전에 그런 사실을 알았다는 정황이 보다 명확히 드러난다. 경기도는 2019년 7월 25~27일 필리핀에서 열린 제2회 아태평화국제대회 직후 아태협 측에 “사전에 협의하지 않은 주최·주관·후원자의 각종 홍보 및 설치물을 무단 표시한 경위를 소명하라”는 공문을 보냈다고 한다.

2019년 7월25~27일 필리핀에서 열린 제2회 아태평화국제대회 직후 경기도의 소명 요구에 따라 아태협이 회신한 공문. 손성배 기자

2019년 7월25~27일 필리핀에서 열린 제2회 아태평화국제대회 직후 경기도의 소명 요구에 따라 아태협이 회신한 공문. 손성배 기자

이에 아태협은 같은 해 8월 8일 경기도에 소명서를 발송했다. 이 소명서에 적힌 후원 업체는 쌍방울, 나노스, 광림, 필룩스, 삼본전자, 이엑스티 등 모두 쌍방울과 KH그룹의 계열사들이었다. 아태협은 소명서에서 “해당 기업들이 아태협의 강제징용 피해자 유골 발굴 사업 등을 지속 후원해 왔으며, 2018년 1회 대회도 후원해준 업체들이라 후원사로 명시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당시 경기도 공무원들이 소명서 수신을 전후해 쌍방울과 KH그룹의 후원 사실을 알았다는 게 합리적인 추론이다.

당초 경기도는 2018년 1회 대회 개최를 위해 아태협에 1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경기도의회에서 제동이 걸려 의회 승인 없이 도지사가 가용할 수 있는 2억9000만원만 지원했다. 이후 안부수 아태협 회장은 쌍방울과 KH의 여러 계열사로부터 도합 8억원을 받아냈다. 안 회장은 최근 법정에서 “2019년 2회 대회를 앞두곤 이화영 전 부지사가 직접 나서 부족한 금액을 쌍방울과 KH의 후원금으로 채워넣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2019년 7월 필리핀 마닐라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제2회 아태평화국제대회 개회식. 이화영 당시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이종혁 북한 조선아태평화위 부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경기도

2019년 7월 필리핀 마닐라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제2회 아태평화국제대회 개회식. 이화영 당시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이종혁 북한 조선아태평화위 부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경기도

전직 경기도 공무원 "필리핀서 김성태가 험한 말 했다" 

2019년 필리핀에서 열린 제2회 아태평화국제대회는 ‘이재명 방북비용 대납 의혹’의 근원지로 꼽힌다. 공식 행사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북측 인사를 직접 맞이했다는 증언이 이 행사를 계기로 나왔다. 또 이종혁 조선아태평화위 부위원장과 송명철 부실장 등이 김 전 회장에게 “이재명 지사의 방북을 성사시키려면 300만 달러 정도가 필요하다”는 제안을 했다는 행사도 바로 이때다.

이화영 전 부지사의 측근인 전직 경기도 공무원 A씨는 최근 이 전 부지사의 뇌물 혐의 재판에 나와 김성태 전 회장과 필리핀에서 만난 사실은 인정했다. A씨는 “쌍방울 측이 플래카드를 내걸고 북측 인사를 안내해 김 전 회장과 싸웠다”며 “제가 치우라고 했고, 저보다 두 배 크신 분(김성태)이 저한테 아주 험한 말, 위협적인 말을 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A씨는 쌍방울과 KH의 후원 사실에 대해선 답변을 피했다. A씨는 “이런 일은 애초에 경기도와 합의되지 않은 것”이라며 “쌍방울의 국제대회 후원은 아태협의 독자적인 행동이었다”고 말했다. 평화협력국 과장으로 2020년 8월 퇴직한 전직 경기도 공무원 B씨도 ‘쌍방울이 2019년 2회 대회 당시 아태협에 후원금을 지급한 사실을 아느냐’는 검찰 측 질문에 “모른다. 아태협이나 쌍방울에 대해선 언론 보도를 보고 처음 알았다”고 답변했다.

이 전 부지사도 지난 15일 김 전 회장, 방용철 쌍방울그룹 부회장, 안부수 아태협 회장과 ‘4자 대질 조사’에서 쌍방울의 국제대회 후원 사실, 대북송금 대납 의혹 등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해 김 전 회장이 언성을 높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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