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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공공재 역할" 요구에 화답했나…은행 상반기 채용 늘린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시중은행들이 올해 상반기 채용 규모를 크게 늘린다. 경기 침체 우려에 다른 금융권에서 신규 채용을 줄이는 것과 비교해 이례적인 행보란 평가다.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 등 금융권에 “공공재적 역할을 다하라”고 주문한 것에 반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5대 시중은행 본점의 로고. 연합뉴스

5대 시중은행 본점의 로고. 연합뉴스

20일 은행연합회가 집계한 올해 상반기 국내 20개 은행의 채용 예정 인원(2288명)은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742명(48.0%) 증가했다. 하반기까지 포함한 시중은행의 올해 전체 채용 규모는 약 3700명으로 1년 전과 비교해 600명가량 늘어날 예정이다. 특히 은행들은 우수인력 조기 확보와 실업 문제 해소를 위해 예년과 비슷하게 전체 채용인력의 2.9% 내외를 고졸 인원으로 뽑는다.

이미 지난달 채용을 진행한 하나·수협·제주은행에 이어, 이번 달에는 NH농협·SC제일, 인터넷 은행 3사(케이·카카오·토스)가 신규 채용을 진행한다. 다음 달에는 산업·기업은행이, 4월부터는 국민·신한·우리은행 등이 신입 직원을 뽑을 계획이다.

다른 금융사도 상반기 채용 계획을 발표했다. 다만 은행과 달리 채용 인원은 예년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소폭 감소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자산 1조원 이상인 금융투자기업 65곳의 올해 상반기 채용 계획 인원은 1035명이다. 지난해 상반기(1770명) 채용 인원의 58% 수준으로 줄었다. 금투협은 “자본시장 침체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신규 채용을 진행할 전망”이라고 했다.

보험업계도 상반기 약 1000명에 달하는 신규 인원을 뽑는다. 구체적으로 생명보험업계는 올해 상반기 453명, 손해보험업계는 500명의 신입 직원을 새로 뽑을 계획이다. 다만 채용 인원은 예년 수준이다.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는 “보험사의 영업실적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 많은 인원을 채용하기 어렵지만,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에 동참하고자 채용 규모는 줄이지 않았다”고 했다.

저축은행중앙회도 저축은행업계가 올해 상반기 중 약 151명의 정규직 신입직원을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금리 인상 등 금융 시장 불안 여파로 채용 규모는 과거에 비해 다소 줄었다. 여신금융협회도 카드사·리스·할부 회사에서 상반기 279명을 추가로 채용할 계획이다.

다른 금융권과 달리 은행이 채용 규모를 이례적으로 늘린 것은 윤 대통령의 잇단 강경 발언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 13일 윤 대통령은 “은행의 ‘돈 잔치’ 대책을 마련하라”고 한 데 이어, 지난 15일에는 “통신·금융 분야는 공공재 성격이 강한 만큼 물가 안정 위한 고통 분담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의 잇단 ‘은행 때리기’ 후 은행권이 눈치 보기 식 채용 규모 확대에 나선 것이다.

시중은행은 채용뿐 아니라 사회 공헌 등 민간 분야와 ‘상생’에도 신경 쓰는 모양새다. 실제 은행연합회가 ‘10조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발표한 데 이어, KB금융은 ‘늘봄학교 및 초등돌봄체계 발전’을 위해 2027년까지 5년간 총 500억원을 지원하는 계획을 내놨다. 하나은행도 취약계층 15만명에게 300억원 규모의 기금으로 에너지 생활비를 지원하는 사회 공헌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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