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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억 전세사기 '건축왕' 구속…경찰 "피해 변제할 능력 없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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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마크. 사진 JTBC 캡처

경찰 마크. 사진 JTBC 캡처

인천에서 120억원대 전세 보증금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 60대 건축업자, 이른바 '건축왕'이 경찰에 구속됐다.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사기와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건축업자 A씨를 구속했다고 20일 밝혔다.

김진원 인천지법 영장담당 판사는 지난 17일 A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도주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함께 구속영장이 신청된 40대 공인중개사 B씨에 대해선 "가담 정도와 취득 이익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이를 기각했다.

경찰은 이밖에 바지 임대업자와 중개 보조인 등 공범 57명에 대해서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에도 한차례 구속영장이 신청됐으나 기각된 바 있다. 당시 A씨는 법원에서 재산을 처분해 피해 변제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주장해 구속을 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에 따르면 이후 A씨가 피해를 변제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1차 구속영장 신청 때) A씨가 변제 능력을 피력했고 재판부에서 받아들여졌다. 구속이 되면 부동산 매매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며 "(기각 후) 두 달 정도 경과했는데 피해 변제 내지는 변제를 위한 실질적인 재산 처분이 있었는지는 확인이 안 된다"고 말했다.

또 A씨가 소유한 부동산이 모두 신탁회사에 넘어가 직접 매각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A씨가 변제할 능력 자체가 안 된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반면 A씨 측 변호인은 "A씨가 업무대행을 선임해 피해자들에게 변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경찰의 주장과 달리 A씨에게 변제할 능력이 있어 피해자들의 피해가 현실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도 밝혔다.

이와 관련해 A씨 측은 "A씨 사재를 출연해 자산유동화를 통해 임차인, 대주단에 채권금액 상당을 교부하고자 계획 중"이라며 "일정기간, 일정금액이 적립되면 각 채권금액에 비례해 교부한 증권을 회수해 소각하는 방식으로 채무를 정리하는 방안을 수립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A씨 등은 지난해 1∼7월 인천시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 163채의 전세 보증금 126억원을 세입자들로부터 받아 편취한 혐의 등을 받는다.

A씨는 지인 등으로부터 명의를 빌려 아파트나 빌라 건물을 새로 지은 뒤 전세보증금과 주택담보 대출금을 모아 또 공동주택을 신축하는 식으로 부동산을 늘려간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방식으로 수년여간 A씨가 소유한 주택은 인천과 경기도 일대에 모두 2700채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700여 채는 현재 경매에 넘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나머지 2000여채도 조만간 경매에 넘어갈 예정이다.

경찰은 A씨가 자금 사정 악화로 부동산이 경매에 넘어갈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도 바지 임대업자, 공인중개사 등과 공모해 조직적으로 전세 사기를 저질렀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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