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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설수 올랐던 우즈, 실력으로 명예회복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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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이거 우즈가 20일(한국시간) 열린 PGA 투어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에서 15번 홀 티샷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타이거 우즈가 20일(한국시간) 열린 PGA 투어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에서 15번 홀 티샷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예상치 못한 구설수였다. 그래도 ‘골프 황제’는 별명 그대로 황제다웠다.

타이거 우즈(48·미국)는 20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리비에라 골프장에서 끝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내내 밝게 웃지 못했다. 이유는 하나. 1라운드에서 자초한 논란 때문이었다.

사연은 이랬다. 우즈는 이날 9번 홀(파4)에서 295m짜리의 시원한 티샷을 뽐냈다. 2년 전 교통사고 여파로 아직 몸은 성치 않지만, 깔끔한 페이드샷으로 페어웨이 한가운데를 지켰다. 이 티샷은 동반자들 사이에서도 단연 으뜸이었다. 한참 후배인 저스틴 토마스(30)와 조던 스피스(30·이상 미국)의 드라이버샷은 각각 286m와 278m로 모두 우즈를 따라가지 못했다. 페어웨이를 지킨 이도 우즈뿐이었다.

그런데 사달은 세컨샷 지점으로 이동하던 도중 일어났다. 우즈는 함께 걷던 토마스에게 무언가를 건넸다. 여성용 생리대였다. 자신보다 비거리가 짧게 나온 후배를 여성 골퍼로 비유하며 조롱하려는 의도였다.

우즈와 절친한 토마스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이 장면이 전파를 타면서 논란의 중심이 됐다. 우즈가 여성을 비하했다는 여론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파문은 확산했고, 골프팬들은 물론 언론의 집중포화가 우즈를 향했다. USA투데이는 “15살 딸이 있는 우즈로선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고 비난했고, 스카이스포츠 진행자 새러 스터크는 “아주 어리석은 행동이었다. 실망스럽다”고 쏘아붙였다.

결국 우즈는 2라운드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나쁜 의도가 없는 장난이었다. 누군가에게 상처가 됐다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최근 들어 가장 많은 삿대질을 받은 우즈. 그러나 황제답게 경기력까지 흔들리지는 않았다. 바로 다음 3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3개, 보기 1개를 묶어 4타를 줄였다. 갤러리의 환호도 그대로였다. 우즈가 경기를 끝내자 현장에선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물론 우즈는 쉽게 고개를 들지 못했다.

공동 26위에서 출발한 20일 최종라운드에선 감각이 다소 무뎌졌다. 평소처럼 빨간색 상의와 검은색 하의를 맞춰 입고 나온 우즈는 1번 홀(파5)을 버디로 출발했다. 그러나 전반 남은 홀에서 보기만 3개를 기록하며 주춤했다. 이어 후반에는 버디 2개와 보기 2개를 써내면서 1언더파 283타 공동 45위로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을 마쳤다.

우즈는 2021년 2월 교통사고를 당한 뒤 드문드문 경기를 치렀다. 최근에는 휴식기가 더욱 길어졌고, 이번 대회로 7개월만의 복귀전을 치렀다. 비록 아직 다리는 절뚝이고, 구설수도 탔지만 쟁쟁한 선수들 사이에서 컷을 통과하며 여전한 감각을 자랑했다. 무엇보다 지난해 4월 마스터스 이후 처음으로 4라운드를 완주했다는 점이 큰 소득이었다. 나흘간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도 280m를 기록했고, 최장 비거리는 333m를 찍었다.

한편 이번 대회 우승은 욘 람(29·스페인)이 차지했다. 람은 마지막 날 버디 5개와 보기 3개를 엮어 2타를 줄이고 17언더파 267타로 정상을 밟았다. 우승상금은 360만 달러(약 46억8000만 원)다.

1월 센트리 챔피언스 토너먼트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를 제패한 람은 이번 대회까지 평정하면서 올해에만 3승을 챙겼다. 개인 최고 페이스다. 또, 이번 2022~2023시즌 6개 대회에서 모두 톱10을 기록하는 상승세도 이어갔다.

김주형(21)은 1언더파 공동 45위로 우즈와 어깨를 나란히 했고, 임성재(25)는 1오버파 공동 56위로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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