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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도 성과급도 더 준다…5대 은행 '올해도 돈잔치' 예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5일 시민들이 서울시내 한 은행 현금인출기를 이용하고 있다.   고금리로 기업·가계 고통이 늘어난 요즘 은행들이 나홀로 '돈 잔치'를 벌였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어 은행권의 영업·경영 구조 전반이 수술대에 오를 전망이다. 연합뉴스

지난 15일 시민들이 서울시내 한 은행 현금인출기를 이용하고 있다. 고금리로 기업·가계 고통이 늘어난 요즘 은행들이 나홀로 '돈 잔치'를 벌였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어 은행권의 영업·경영 구조 전반이 수술대에 오를 전망이다. 연합뉴스

과도한 ‘이자 장사’ 비판에 휩싸인 주요 은행들이 올해도 성과급 지급 규모나 임금인상률을 전년보다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ㆍNH농협)은 2022년 임단협을 통해 올해 임금을 기본급 기준 3%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지난해 임금 인상률은 2.4%였는데, 인상 폭이 확대된 것이다. 이와 별개로 일부 은행은 현금처럼 쓸 수 있는 복지포인트도 지급한다.

성과급 지급 규모도 커졌다. NH농협은행과 하나은행은 2022년 임단협을 통해 성과급으로 각각 기본급의 400%와 350%를 책정했다. 전년보다 각각 50%포인트 늘었다. 신한은행은 기본급의 361%(현금 300%ㆍ우리사주 61%)를 책정했다. 전년에는 300%(현금 250%ㆍ우리사주 50%)였다. KB국민은행은 기본급의 280%와 특별격려금 340만원 지급에 합의했고, 우리은행은 기본급의 200%대 후반에 잠정 합의한 상태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올해 5대 시중은행의 성과급 지급 규모는 직원 수가 줄었음에도 지난해(1조3823억원)보다 늘어, 1조4000억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5대 은행의 성과급 규모는 2017년부터 6년간 1조원 이상이었다. 이는 가계대출 급증에 따른 이자 수익을 바탕으로 2017년부터 국내 은행의 순이익이 큰 폭으로 늘어난 영향이다.

이에 따라 주요 은행 임직원 평균 연봉은 올해도 1억원 이상일 것으로 추산된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별 급여 지급액을 임직원 수로 나눠서 계산한 직원 평균 연봉은 1~3분기 누적으로 ▶KB국민은행 9600만원 ▶우리은행 8700만원 ▶신한은행 8600만원 ▶하나은행 8400만원 ▶NH농협은행 7500만원이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7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진단 및 향후과제 세미나'에 참석해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7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진단 및 향후과제 세미나'에 참석해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기에 급여와 별도로 연간 수백만원에 달하는 복리후생비가 더해진다. 2021년 5대 은행 직원 1인당 복리후생비는 신한은행이 758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NH농협(702만원), 하나(610만원), KB국민(543만원), 우리(78만원) 순이었다.

은행들은 사상 최대 실적 달성과 높은 물가 상승률 등을 고려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고금리 시대 국민의 대출 이자 부담은 커지는 가운데 은행들은 ‘올해도 돈잔치’냐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23일 ‘은행권 경영ㆍ영업 관행ㆍ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열어 오는 6월 말까지 은행권 경쟁 촉진 방안과 성과급ㆍ퇴직금 등 보수체계 개선 방안 등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5대 은행의 과점구조를 깨라는 윤석렬 대통령의 주문에 따른 것이다.

다만 은행권에서는 현재 한국의 은행 시장을 과점으로 볼 수 있냐는 반론이 나온다. 금융위 자문기구인 금융산업 경쟁도평가위원회가 지난해 12월 내놓은 ‘은행업 경쟁도 평가 결과 보고서’는 “한국 은행산업의 시장 집중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중하위권으로 그렇게 높다고 볼 수는 없다”고 분석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을 지낸 배현기 웰스가이드 대표는 “정부가 금융 경쟁력 강화를 명목으로 은행 대형화를 이끈 결과가 현재의 시장 구조”라며 “5대 은행 체제를 인위적으로 손보는 건 단기간에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그것이 경쟁으로 이어질지도 미지수”라고 말했다.

‘관치’ 논란 심화로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22년 말 주요 금융지주의 외국인 지분율은 KB금융 73.23%, 하나금융 70.15%, 신한지주 62.27%였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가가 내려가는 건 물론, 자칫 해외에서 채권을 발행할 때 신용도에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관치의 입김이 심한 나라의 은행 주식과 채권을 누가 사려고 하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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