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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위 꾸린 의협, 파업 거론도…전운 감도는 의료계

중앙일보

입력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건너뛰고 본회의로 직행한 간호법 제정안 등을 두고 의료계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총파업까지 거론하며 집단행동을 예고하고 있다.

의협은 18일 오후 임시 대의원총회에서 ‘간호법·의사면허취소법 저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구성’ 안건을 가결했다. 전체 대의원 242명 중 166명이 참석했고 비대위 구성 안건은 찬성 99표, 반대 68표로 통과됐다.

총회에 참석했던 한 대의원은 “법안이 제대로 논의되지 않고 패스트트랙으로 본회의에 직상정된 데 대해 회원들이 분노하고 성토하는 분위기였다”라며 “의협 집행부 입장에선 비대위를 꾸리는 게 불신임 같은 성격이라 안건이 통과 안 되길 바랐겠지만 결국 비대위가 구성됐다”고 했다.

의협 대의원들은 향후 비대위를 중심으로 간호법과 의사 면허 취소법 등의 철폐를 위한 투쟁에 나설 방침이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협회 2023년도 임시대의원총회에서 간호법과 의사 면허취소법이 국회 본회의로 넘어간 것과 관련, 사과하고 있다. 뉴시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협회 2023년도 임시대의원총회에서 간호법과 의사 면허취소법이 국회 본회의로 넘어간 것과 관련, 사과하고 있다. 뉴시스.

일단 현 집행부 주도로 오는 26일 13개 단체로 구성된 보건복지의료연대가 간호법 등의 통과 저지를 위한 총궐기 대회를 열고 이후 비대위원장이 선출되고 비대위원이 갖춰지는 대로 단계별 시나리오를 마련해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의협은 2020년 3월 이후 3년 만에 총파업까지 거론하며 상황에 따라 투쟁 수위를 높이겠다고 예고하고 있다.

의협 대의원들은 결의문에서 “의료의 근간을 흔들고 특정 직역의 이기로 인해 의료를 분열하는 악법은 즉각 폐기돼야 한다는 데 총회에 참석한 대의원의 의견은 일치했고, 만약 투쟁에 나선 우리의 의지를 시험하거나 꺾으려 한다면 총파업도 불사하는 강력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밝혔다.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협회 2023년도 임시대의원총회에서 '간호법, 면허박탈법 관련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의 건'이 상정되고 있다. 뉴시스.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협회 2023년도 임시대의원총회에서 '간호법, 면허박탈법 관련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의 건'이 상정되고 있다. 뉴시스.

의협 관계자는 “국민 불편이 있겠지만, 선언만 하고 지리멸렬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성공적인 파업 투쟁까지 갈 준비와 계획은 갖고 있어야 한다”라며 “대통령 재가까지 이뤄지는 상황이라면 돌이킬 수 없다고 보고 파업 투쟁을 결정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비대위 체제가 결정됨에 따라 의정 협의체 또한 무기한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의협은 지난 12일 대의원회 운영위원회 회의를 열고 의료 협의체 참여를 잠정 중단하겠다고 결정했다. 협의체는 필수의료 대책 마련과 의대 정원 확대 등 의료계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와 의협이 지난달 만든 자리다. 당초 16일 3회차 회의가 열릴 예정이었지만, 의협은 불참을 통보했다. 비대위에서 강성 의견이 나오면 재개가 더 힘들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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