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흙길걸을 권리 ‘접지권’… 전주서 국내 첫 ‘맨발걷기 활성화 조례’ 통과

중앙일보

입력

전주가 맨발걷기에 친화적인 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전북 전주시의회는 도심의 공원 길에 맨발 걷기 산책로를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의 조례안을 통과시켰다고 16일 밝혔다. 전국에서 맨발걷기 활성화를 위한 조례안을 제정한 건 전주가 처음이다.

김해 분성산 황톳길. 맨발걷기시민운동본부 제공

김해 분성산 황톳길. 맨발걷기시민운동본부 제공

시의회는 김원주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조례안에서 도시공원 등에 길을 만들 때 맨발 걷기 산책로를 최소 30% 이상 흙길로 우선 설치하는 것을 검토하도록 했다. 또 맨발 걷기에 불편함이 없도록 공동주택과 도시공원 등에 세족대 등의 관련 시설도 설치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이와 함께 전주시장이 맨발 걷기 활성화를 위한 사업들을 발굴해 추진하고 관련 예산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의무 조항은 아니지만, 맨발걷기 활성화에 기틀이 될 수 있는 조례안이다.

김원주 전주 시의원. 사진 전주시의회. 연합뉴스

김원주 전주 시의원. 사진 전주시의회. 연합뉴스

김 의원은 “발은 제2의 심장으로, 맨발로 걸으면 건강 효과가 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이번 조례안이 맨발 걷기 사업을 활성화해 시민 건강을 높이는 데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맨발걷기시민운동본부 박동창 회장은 “모든 국민이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갖는다는 헌법 35조의 행복 추구권과 일맥상통하는 조례안”이라며 환영했다.

그는 “보행로와 산책로 대부분이 아스팔트와 시멘트, 우레탄 등 부도체로 포장돼 있다. 국민들이일상생활에서 흙길을 밟으며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가 차단되고 있다”고 안타까워하며 전주의  산책로의 30%가 흙길로 조성되고 간단한 세족 시설 도입이 맨발걷기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했다.

겨울에도 맨발걷기를 할 수 있다. 맨발걷기시민운동본부 제공.

겨울에도 맨발걷기를 할 수 있다. 맨발걷기시민운동본부 제공.

맨발걷기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전주뿐만 아니라 다른 지자체에서도 맨발로 걸을 수 있는 환경이 개선되고 있다.

포항에는 천혜의 해안 둘레길과 형산강, 철길숲 등 맨발 걷기를 할 수 있는 곳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포항시는 지난해 6월 맨발 걷기 좋은 도시 조성을 위해 송도 솔밭, 흥해 북천수, 기계서숲, 형산강변 등을 ‘맨발로 30선’으로 지정했다.

대전의 계족산 황토길은맨발걷기의 메카와 같은 곳이다. 서울에서는 강남구 대모산에서 매주 토요일 ‘맨발걷기 힐링스쿨’이 열린다. 이 밖에도 광주 서구 운암공원, 서울 마포구 성미산, 강남구 양재천 등에 맨발로 걷기 좋은 황토길이 조성돼 있다.

박 회장은 “흙길을 맨발로 밟는 것이 심신을 치유하고 힐링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게 여러 논문과 실제 사례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며 “차제에 햇빛을 받을 수 있는 권리인 일조권처럼 흙길을 밟을 수 있는 접지권(接地權)의 도입이 필요하다. 전주의 맨발걷기 조례안 통과가 접지권으로 가는 첫걸음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