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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유튜브 주역 떠난다…빅테크 여성 리더십 저무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구글을 검색 광고와 동영상의 강자로 키워낸 수전 워치츠키 유튜브 최고경영자(CEO)가 물러난다. 1999년 구글에 입사한 워치츠키는 2014년부터 유튜브를 이끌어왔다.

무슨 일이야  

지난해 5월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한 수전 워치츠키 유튜브 CEO. AFP=연합뉴스

지난해 5월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한 수전 워치츠키 유튜브 CEO. AFP=연합뉴스

워치츠키는 16일(현지시간) 사내 이메일과 블로그를 통해 사임 소식을 전했다. “거의 25년을 보낸 이곳에서 물러나 가족과 건강, 개인적인 프로젝트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챕터를 시작한다”라고.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워치츠키의 건강 상태에 대한 언급은 없었지만, 지난해 9월 열린 ‘메이드 온 유튜브’ 등 주요 행사에 불참하는 등 최근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워치츠키가 구글에서 완전히 떠나는 것은 아니다. 그는 “후임 CEO로 임명된 닐 모한 최고제품책임자(CPO)가 안착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구글과 알파벳 사업 전반의 자문 역할을 맡기로 순다르 피차이 구글·알파벳 CEO와 합의했다”라고 말했다.

왜 중요해

워치츠키는 구글에 16번째로 합류한 초기 멤버다. 1998년 미국 캘리포니아 멘로 파크에 신혼집을 마련한 그는 신생 스타트업에 월세 1700달러를 받고 차고를 임대해줬다. 이들이 바로 구글의 공동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당시 인텔 마케팅 부서에서 근무하고 있던 워치츠키는 “구글은 사용자도 적고 매출도 없었지만 잠재력을 보고 합류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결정 중 하나”라고 회고했다.

구글이 ‘광고 제국’으로 자리잡은 데에 워치츠키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구글 검색 키워드를 통해 광고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애드워즈’와 검색 대상이 된 웹사이트에 광고를 게재하고 수익을 분배하는 ‘애드센스’ 같은, 구글의 대표 광고 상품들의 기획·운영을 맡아 제품관리 담당, 광고 담당 수석 부사장을 거쳤다. 2006년 구글의 유튜브 인수도 그의 작품으로 알려졌다. 구글 비디오를 담당하던 그는 출시 1년 만에 시장을 선점한 유튜브를 16억 5000만 달러(약 2조원)에 인수해 세계 최대 동영상 플랫폼으로 성장시켰다.

2019년 한국 크리에이터 박막례 할머니와 만난 수전 워치츠키 모습. 사진 유튜브

2019년 한국 크리에이터 박막례 할머니와 만난 수전 워치츠키 모습. 사진 유튜브

워치츠키 퇴장 의미는  

① 숏폼ㆍ오리지널 경쟁에 밀려: 유튜브 천하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7년 중국 바이트댄스가 숏폼(짧은 동영상) 플랫폼 틱톡을 출시하면서다. 틱톡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한 앱’을 2020년부터 3년 연속 차지하더니(앱토피아), 지난해 1분기에는 이용자 월평균 시청 23.6시간을 기록해 유튜브의 23.2시간을 넘어섰다(데이터에이아이). 대세가 된 틱톡에 맞서려 유튜브도 지난 2020년 숏폼 ‘유튜브 쇼츠’를 출시했지만, 아직 승기를 잡기엔 역부족. 2016년 시작한 오리지널(자체 제작 영상 콘텐트) 사업도 넷플릭스 등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의 물량 공세를 버티지 못했다. 유튜브는 지난해 오리지널 사업을 접었고 담당 임원들은 퇴사했다.

② 피차이에 힘 몰아주기? : 워치츠키와 피차이는 구글 내 경쟁 관계였다고. 2014년 워치츠키가 유튜브 CEO, 2015년 피차이가 구글 CEO가 됐다. 마크 베르겐 블룸버그 기자는 지난해 출간한 책 『좋아요, 댓글, 구독』에서 이를 ‘래리 페이지가 피차이에게 길을 터주려고 워치츠키를 유튜브로 보낸 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당시 워치츠키가 테슬라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이직을 고려하기도 했다는 것.
현재 구글은 검색 시장 선두를 지킬 수 있을지 기로에 놓여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투자한 오픈 AI의 초거대 언어모델(GPT 3.5) 기반 챗GPT가 지난 연말부터 화제의 중심에 있고, 지난 7일 MS는 챗GPT와 결합한 새로운 버전의 검색 빙을 공개했다. 구글도 대화형 AI 바드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AI 전쟁에 피차이가 전면에 나서며, 리더십이 요구되는 상황. 워치츠키의 사임이 이와 관련 있지 않겠느냐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③ 한 시대의 수익모델 저무나: 지난해 6월 셰릴 샌드버그 메타플랫폼스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사임한 데 이어 워치츠키까지 물러나니, 검색광고(구글)와 맞춤광고(페이스북)라는 빅테크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 여성 리더십이 연이어 퇴장하는 모양새다. 두 사람은 구글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사이. 샌드버그는 2008년 페이스북에 합류해 타깃 광고를 만들었다. 메타의 지난해 광고 매출은 1136억 달러(148조원)를 기록, 처음으로 전년(1149억 달러, 149조원)보다 줄어들었다. 유튜브 광고 매출은 2021년 288억 달러(37조원)에서 지난해 292억 달러(38조원)로 소폭 늘었지만 역시 정체된 상태. 젠더와 리더십을 연구해온 로라 크레이 UC버클리 교수는 NYT와 인터뷰에서 “테크 업계에서 여성 커리어는 남성보다 짧다. 성공한 여성 리더십이 남성으로 대체되는 것은 충격적인 트렌드”라고 지적했다. 워치츠키는 다섯 아이를 키운 워킹맘으로도 유명하다.

앞으로는

유튜브 새 수장을 맡을 닐 모한은 2007년 구글이 인터넷 광고업체 더블클릭을 인수하며 합류했다. 모한은 2015년부터 유튜브 CPO를 맡아 유튜브TV와 유튜브 뮤직, 프리미엄 쇼츠 등의 출시를 주도했다. 모한은 쇼츠를 주력 상품으로 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일부터 유튜브는 쇼츠에 광고를 도입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 45%를 창작자에 지급하고 있다. 영상 크리에이터를 쇼츠로 모시려는 유인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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