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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대평원 바라만 볼 건가…K반도체, 4만 기마병 키워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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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한림대 도헌학술원이 주최한 ‘AI시대, 한국의 디지털·반도체 산업과 대학교육’ 심포지엄이 1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사진은 송호근 도헌학술원장(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장진영 기자

한림대 도헌학술원이 주최한 ‘AI시대, 한국의 디지털·반도체 산업과 대학교육’ 심포지엄이 1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사진은 송호근 도헌학술원장(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장진영 기자

“세계 반도체 강국으로 우뚝 선 한국이 인공지능(AI)의 대평원을 바라만 봐야 할까요? 제주도의 말을 공급하는 목장이 갑마장(甲馬場)인데 이젠 갑마장을 넘어 ‘기마군단’을 키워야 합니다. 10년간 4만 명의 양병을 키워 미래 산업을 이끌어야 합니다.”

송호근 한림대 도헌학술원장(중앙일보 칼럼니스트)은 1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AI시대, 한국의 디지털·반도체 산업과 대학교육’ 학술심포지엄에서 “서울·수도권과 수도권 이남 지역으로 나눠 20개씩 특성화 대학을 만들고, 100명씩 육성하면 4만 명의 기마군단이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한림대 도헌학술원 개원을 기념하기 위한 자리로 참석자들은 산학연 협력을 통한 기술 선도 인재 양성 방안과 비전을 논의했다.

한림대 도헌학술원이 주최한 ‘AI시대, 한국의 디지털·반도체 산업과 대학교육’ 심포지엄이 1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사진은 김기남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 장진영 기자

한림대 도헌학술원이 주최한 ‘AI시대, 한국의 디지털·반도체 산업과 대학교육’ 심포지엄이 1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사진은 김기남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 장진영 기자

김기남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과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등 반도체 분야 리더들도 참석해 반도체 지형 변화와 한국의 현실을 설명했다. K-반도체가 살아남는 길은 결국 ‘인재’라는 게 공통된 의견이었다.

김 회장은 “더는 한국이 잘하는 메모리만으로 반도체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면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소재·부품·장비(소부장)를 먼저 키우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팹리스(반도체 설계)를 키우는 식으로 제한된 자원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이 어떤 인재를 키워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반도체가 물리·수학·화학·산업공학 등 전 분야가 다 필요한 융합된 지식의 집합체라 기본기를 잘 배운 인재라면 산업체에서는 언제든 ‘웰컴’”이라고 답했다.

박 부회장은 “한국이 미래 반도체 강국이 되려면 우수 인재를 육성하고, 정부가 반도체 생태계를 강화해야 한다”며 지방 기피가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기도 용인에 클러스터를 만들고 있는데 지역 저항선이 있어 이남으로 내려가면 인재를 뽑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저출산 문제처럼 복잡한 함수가 있어 정부가 나서 해결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림대 도헌학술원이 주최한 ‘AI시대, 한국의 디지털·반도체 산업과 대학교육’ 심포지엄이 1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사진은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연합뉴스]

한림대 도헌학술원이 주최한 ‘AI시대, 한국의 디지털·반도체 산업과 대학교육’ 심포지엄이 1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사진은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연합뉴스]

그는 “2031년 학사·석사·박사 모두 봤을 때 5만4000명 수준의 인력이 부족할 것”이라며 “전국의 지역 거점 대학에 반도체 특성화 성격을 부여한다면 지역경제를 살리고 국가균형발전에도 도움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발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SK하이닉스의 감산 계획에 대해 “다양한 극복 방안을 생각 중인데 그중 하나가 공급이 너무 초과할 때는 ‘슬로 다운(둔화)’하는 것”이라며 “다만 많은 양의 감산은 힘들 것 같다”고 밝혔다.

오세정 전 서울대 총장, 이광형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 최양희 한림대 총장도 K-반도체 산업을 뒷받침하기 위한 인재양성 방안을 내놨다.

오 전 총장은 “로봇이 대체할 단순 기술 대신 창조력과 문제 해결 능력, 창의적 역량을 교육해야 한다”고 했고, 이 총장은 “과학기술 시대를 이끌 한국형 천인 계획(중국의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총장은 “지방대학이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위기를 겪고 있다”며 “꼭 캠퍼스에서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기존 통념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라운드 테이블에서는 송호근 원장의 사회로 이현상 중앙일보 논설실장, 김도연 울산공업학원 이사장 등이 구체적 방안을 제시했다. 이 실장은 “최근 챗GPT의 창의성이 인간을 뛰어넘는다면 인간이 존재할 가치가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며 “인문·과학 경계 선상에 있는 창의성 교육을 확대하는 등 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융합인재를 키우는 게 중요한데 교육 방식이 문·이과를 나누는 후진국형에 머물러 있다”며 “대학 교육의 해체와 재조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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