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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골퍼 리디아 고'를 사랑하는 게 아니다" 행복한 새 신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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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람코 사우디 레이디스에 참가한 리디아 고. 성호준 기자

아람코 사우디 레이디스에 참가한 리디아 고. 성호준 기자

홍해에서 불어오는 황사 낀 바람 속에서도 새신부의 표정은 밝았다. 지난해 12월 30일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아들 정준(25)씨와 결혼한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25)는 16일부터 사우디 아라비아 제다 인근 로열 그린 골프장에서 벌어지는 유럽여자골프투어(LET) 아람코 사우디 레이디스 인터내셔널에 참가한다.

새신부 리디아 고 단독 인터뷰

리디아 고는 지난달엔 신혼여행 갔다가 뉴질랜드 럭셔리 골프클럽인 타라 이티에서 홀인원을 하는 행운도 누렸다. 대회를 앞둔 14일 리디아 고와 인터뷰를 했다.

-결혼 후 첫 대회다. 달라진 게 있나.
“아내로서 첫 경기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남편은 결혼 전에도 내가 잘 치던, 못 치던 상관없이 격려해줬고 그게 큰 힘이 됐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슬럼프를 겪었는데 정준 씨를 만난 후 잘 치는 것 같다.
“그런 것 같다. 남편은 골프선수 리디아 고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 고보경을 좋아해주는 사람이다. 그래서 마음도 편하고 잘 되는 것 같다.”

리디아 고가 지난해 11월 LPGA 투어 최종전인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후 약혼자인 정준씨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리디아 고가 지난해 11월 LPGA 투어 최종전인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후 약혼자인 정준씨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일정 등이 결혼 전과 달라지나.
“변하는 건 없다. 남편도 바쁘게 일하고 나도 쳐야 할 경기를 친다. 서로 존중하고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기로 했다. 앞으로 5주간 보지 못하는데 그런 점에서 서로 이해한다.”

-계속 이렇게 지낼 건가. 예전에는 서른 살에 은퇴한다고 하지 않았나.
“실력이 안 된다면 그 이전에라도 그만 둬야 하지만 꼭 서른 살 은퇴를 지킬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일단 단기 목표는 2024년 올림픽에 나가서 좋은 성적 내는 것과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는 것이다. 명예의 전당은 2포인트 남았다. 그 다음 일은 이후에 더 생각해 보겠다.”

-결혼 직후인데 이 대회는 굳이 안 와도 되는 것 아닌가.
“2년 전 이 대회에서 우승했다. 우승자로서 작년에 나오기로 했는데 직전 코로나에 걸리는 바람에 참가하지 못했다. 우승자로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싶었다. 또한 올해 남녀 상금이 같게 됐는데(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남자 대회 사우디 인터내셔널 상금이 500만 달러다) 남녀 평등의 역사적인 이벤트라는 생각에 참가하겠다는 마음도 있었다.”

-남편과는 하루에 몇 번 통화하나.
“여기서는 시차가 반대여서 아침저녁으로 통화한다. 한국에 있을 때는 시차가 애매해서 하루 한 번 전화하기도 쉽지 않았다.”

-오늘 발렌타인데이다. 선물은 받았나.
“일주일 전 미리 파티를 하고 왔다. 외식하러 나갔는데 남편이 커스텀 케익을 준비했다가 서프라이즈 파티를 해주고 꽃을 줬다.”

리디아 고가 뉴질랜드 신혼여행 중 홀인원을 기록하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 뉴질랜드 헤럴드 캡처

리디아 고가 뉴질랜드 신혼여행 중 홀인원을 기록하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 뉴질랜드 헤럴드 캡처

-재벌집에 결혼하는 부담은 없었나.
“시부모님이 너무나 편하게 해주신다. 드라마와는 다르다. 선입견에 불과했다. 보통의 가정 같다. 지난해 한국에서 열린 BMW 챔피언십에 시부모님이 오셔서 편하게 경기하라고 응원해주셨다. 2주 전엔 작은 시누이와 시어머니, 나와 남편이 슬립오버 파티(한 집에 모여 함께 자며 놀기, 밤샘 파티)를 했다. 잠은 따로 잤지만 한 침대에서 영화를 보고 월남쌈과 수육, 된장찌개를 해 먹었다. 이런 가족이 너무 좋다.”

-신혼 집은 샌프란시스코에 마련했나.
“아직 따로다. 일 때문에 나는 올랜도에, 남편은 샌프란시스코에 산다. 남편이 출장이 워낙 많고 나도 대회가 많아서 자주 만나지 못한다. 사귈 때도 경기장에서 만날 때가 허다했다.”

-대회 준비는 잘 됐나.
“목표가 있기 때문에 겨울에 이전보다 무게를 늘려 헬스 트레이닝을 했다. 올해는 바람 많이 불고 러프가 좀 더 길어지는 등 코스도 어렵다. 즐기면서 경기하고 또한 시즌을 위해 점검하는 경기로 만들겠다. 그러나 시즌 첫 경기라서 욕심도 있다. 바람과 싸우지 않고 적응하겠다. 바람 불면 후디를 입는 것도 좋아한다.”

리디아 고는 인터뷰를 마치면서 “우리는 동갑인데 남편이 두 살 많은 것으로 기사에 계속 나온다. 처음 쓴 사람이 잘 못 쓴 것 같다. 꼭 수정해달라”고 당부했다.

리디아 고는 아마추어 시절이던 2012년 첫 우승을 시작으로 LPGA 투어에서 통산 19승을 거뒀다. 슬럼프에 빠졌던 리디아 고는 지난해 LPGA 투어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을 포함 3승을 올리며 상금(436만4403 달러), 올해의 선수, 평균 타수 등 주요 부문을 석권했다.

제다=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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