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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어려워져요, 일단 따세요"…보육교사 자격증 과열 조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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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금까지는 학점은행제로 가능했지만 2025년부터는 대학에 입학해 공부해야만 보육교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습니다.”
최근 한 인터넷 블로그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한 평생교육원 소속 관계자라고 자신을 밝히며 “지금이 쉽게 보육교사 자격을 취득할 마지막 기회다. 망설이는 분들은 서둘러라”고 썼다. 학점은행제는 온라인 강좌 수강 등의 방법으로 보육교사 2급 자격증을 따는 주된 루트다.

정부가 유보통합(유아교육과 보육의 통합)을 예고하자 관련 교육업계서 보육교사 자격증을 손쉽게 딸 적기라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재 어린이집 보육교사는 유치원 교사와 달리 관련 학과를 졸업하지 않더라도 원격대학·학점은행제 등으로 일정 수준의 교육을 받으면 자격을 얻을 수 있다. 2021년 보육실태조사에 따르면 보육교사 자격을 최초로 취득한 기관은 전문대학(37.7%) 다음으로 보육교사교육원(25.4%), 학점은행제(13.3%) 순이다. 보육교사교육원은 고등학교 졸업 이상의 자가 관련 교육과정을 수료해 3급을 따는 과정이다.

정부는 그러나 유보통합을 염두에 두고 보육교사도 앞으로는 유치원 교사처럼 아예 특정 학과를 나와야 하는 학과제 방식으로 전환하고 3급은 폐지하겠다는 방향성을 밝힌 상태다.

한 교육원에 전화 걸어 보육교사 자격 취득을 문의했더니 상담사는 “대졸자 기준으로 17개 과목을 수강해야 하고, 최소 3학기의 시간이 필요하다”라며 “중간에 수업, 실습을 보류하지 않는다면 내년 9월쯤 자격증을 딸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상담사는 “법이 바뀔 예정이라 자격증을 취득하려는 사람이 많다”고도 귀띔했다.

보육교사 자격증을 온라인으로 취득할 마지막 기회라고 홍보하는 한 교육원 홍보 글. 사진 인터넷 캡처.

보육교사 자격증을 온라인으로 취득할 마지막 기회라고 홍보하는 한 교육원 홍보 글. 사진 인터넷 캡처.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보육교사 자격증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한 네티즌은 “사복(사회복지사)이랑 보육교사 중에 고민하다가 유보통합 되기 전 보육교사 취득이 먼저인 것 같아 고민 끝에 결정했다”라며 “보육교사를 취득한 후에 사복에 도전하려 한다”고 적었다. 보육교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한 직장인은 “마지막 3과목이 남았는데 유보통합 얘기가 나와 마음이 초조하다”라며 “ 실습은 언제 해도 된다고 해서 길게 보고 시작했는데 2025년(유보통합 시작 시기)까지는 실습을 완료해야 한다는 말이 많아 직장을 관두고 실습을 해야 하나 걱정”이라고 썼다. 그는 “직장을 8년째 다니고 있는데 유보통합 때문에 당장 보육교사 쪽으로 진로를 바꾸려 직장을 그만두는 게 맞는지 고민스럽다”고 덧붙였다.

한 어린이집 간판. [뉴스1]

한 어린이집 간판. [뉴스1]

과도기적 상황의 과열 분위기를 염려하는 시선도 있다. 한 유치원 교사는 “빨리 막차를 타자며 보육교사 자격증을 따 놓자는 홍보 글이 넘쳐난다”라며 “그렇게 자격을 딴 분들이 제3의 기관에서 아이들을 잘 교육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유보통합이 실현되면 “기존 자격증은 무효화되는 것 아니냐”는 반대의 우려도 있다. “전공자가 아니고선 취업이 안 될 것”이라는 ‘카더라’가 퍼지면서다. 이에 대해 “이미 자격증을 갖고 있는 사람은 추가로 보수교육을 시킬 것이다” “통합되더라도 이전 이수자들은 종전법에 해당해 문제 없을 것이다”등 저마다의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 교육원 관계자는 “문의는 많은데 반반”이라며 “자격증이 쓸모 없어지는 것 아니냐 해서 꺼리기도 하고 어떤 분들은 빨리 취득을 해야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유보통합의 핵심 쟁점 중 하나인 교사 통합 방안에 대한 구체적 안이 늦어질수록 현장 불안과 혼란이 커질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조합원들이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가진 전국교사결의대회에서 윤석열식 유보통합을 전면 철회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조합원들이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가진 전국교사결의대회에서 윤석열식 유보통합을 전면 철회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정부는 아직 정해진 방침이 없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히고 있다. 유보통합추진단 관계자는 “곧 출범하는 유보통합추진위원회에서 통합 교사의 자격과 양성 체계를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해 결정하도록 돼 있다”라며 “최종안을 보고 판단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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