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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플레이도 수출 감소의 늪…월 100억불 벌던 ICT 흑자마저 흔들

중앙일보

입력

13일 부산항 신선대·감만 부두 모습. 연합뉴스

13일 부산항 신선대·감만 부두 모습. 연합뉴스

올해 들어 휴대폰 수출이 반등했지만, 반도체·디스플레이는 부진의 터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정보통신기술(ICT) 수출액이 크게 줄면서 이 부문 무역흑자도 9억 달러로 급감했다.

1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월 ICT 수출은 131억 달러, 수입은 122억1000만 달러로 잠정 집계됐다. 무역수지는 8억9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33.2% 급감했고, 수입은 같은 기간 1.1% 줄었다. ICT 수출은 글로벌 경기 둔화,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7개월째 역성장이다. 중국(-42.9%)과 베트남(-30.5%), 미국(-18.7%) 등 주요 시장으로의 수출이 모두 감소했다.

휴대폰 수출은 3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됐다. 삼성전자 갤럭시 S23 같은 신제품 출시 효과, 해외 주요 생산 공장 정상화 등으로 1년 전보다 24.4% 늘었다. 하지만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은 여전히 미끄럼을 타고 있다.

지난해 12월 열린 '2022 대한민국 과학기술대전'에서 참관인들이 OLED 관련 제품을 보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열린 '2022 대한민국 과학기술대전'에서 참관인들이 OLED 관련 제품을 보는 모습. 연합뉴스

특히 OLED(유기발광다이오드)·LCD(액정표시장치)를 포함한 디스플레이 수출은 1년 전보다 37.7% 줄었다. 지난해 6월(-8.4%)부터 8개월째 수출이 감소하고 있다. 6개월 연속 수출이 줄어든 반도체보다 길게 역성장의 늪에 빠져 있다. 감소 폭도 지난달이 가장 컸다. 여기엔 전방산업 수요 둔화와 단가 하락 등이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1월 평균 184달러였던 65인치 LCD TV 패널 판매가는 올 1월엔 116달러로 떨어졌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43.5% 감소했다. 이 중 메모리 반도체 수출은 재고 누적, 단가 하락 등으로 1년 새 57.3% 감소했다. 파운드리·팹리스 같은 시스템 반도체 부문에도 경고등이 들어왔다. 시스템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 줄면서 33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컴퓨터·주변기기 수출도 58.7% 급감하면서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ICT 수출길은 당분간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연구원은 올해 경제·산업 전망에서 반도체(-9.9%), 디스플레이(-1.4%), 정보통신기기(-1%) 등의 수출이 지난해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할 거라고 내다봤다. “디스플레이는 상반기 수출 감소 여파가 커서 하반기 수요 확대에도 연간 수출은 줄어들 전망이다. 반도체와 정보통신기기도 글로벌 경기 둔화 등의 영향으로 수출이 감소할 것”이란 분석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ICT 무역수지도 연초부터 잔뜩 먹구름이 꼈다. 수출이 전방위로 줄면서 그간 안정적이던 ICT 무역흑자마저 9억 달러 수준에 그쳤다. 지난해엔 3월 한 달 동안 103억9000만 달러 흑자를 냈고, 가장 흑자 폭이 작았던 11월에도 38억 달러를 벌었던 것과 대비된다. 직전 달인 12월(51억2000만 달러)과 비교해도 흑자 하락 폭이 크다.

첨단산업 중심인 ICT 부문은 지난달 전체 수출액(462억7000만 달러) 대비 28.3%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지난해에만 800억 달러 넘는 흑자를 내면서 전체 무역적자를 줄여주는 버팀목 역할도 해왔다. 하지만 여기서도 흑자를 못 내면 이달 10일까지 176억2000만 달러가 쌓인 올해 누적 무역적자는 더 악화할 수밖에 없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지난해보다 국내 수출이나 무역적자 상황이 좋아지긴 어려울 것”이라면서 “반도체 등 ICT 부문에서 수요가 대폭 늘지 않는 한 치킨게임 양상이 지속될 것으로 본다. 기업 투자가 계속 이어져야 하는 만큼 정부도 기업 금융 지원 등을 늘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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