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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대표팀에 사활 건 3루수 최정 "경민이가 원망스러워"

중앙일보

입력

12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베로비치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SSG 랜더스 최정. 김효경 기자

12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베로비치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SSG 랜더스 최정. 김효경 기자

마지막이 될 국가대표 대회인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 사활을 건다. KBO리그 간판 3루수 최정(36·SSG 랜더스)이 막중한 책임감을 걸머졌다.

12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베로비치에서 만난 최정의 글러브엔 골든글러브 수상 횟수를 의미하는 별이 새겨져 있다. 지난해에도 받으면서 8개로 늘어났다. 한대화와 함께 3루수 통산 공동 1위다. 최정은 "두 개 정도 더 들어갈 자리가 있다. 10개를 채우고 싶다"고 웃었다.

골든글러브가 말해주듯 최정은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 KBO리그 3루수다. 내달 개막하는 WBC에는 3루수 중 유일하게 발탁됐다. 최정은 "정말 잘 하고 싶다. 이벤트 경기가 아니라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최선을 다하려 한다. 잘 하고픈 욕심이 크다. 사활을 걸겠다"고 진중한 표정으로 말했다.

무게를 느끼는 건 3루수가 최정 혼자이기 때문이다. 최정은 "그 전엔 허경민(두산 베어스), 황재균(KT 위즈)도 있어서 컨디션이 좋은 선수가 나갈 수 있었다. 김하성도 3루 수비가 가능하지만, 전문 3루수는 나뿐이다"라고 했다. 이어 "예전엔 서로 '네가 잘해서 나가라'고 했다. 이젠 내가 잘 해서 대회 끝까지 3루수로 출전하고 싶다"고 했다.

최정은 부상 때문에 빠진 허경민을 못내 아쉬워했다. 그는 "경민이가 원망스럽다"고 장난스럽게 말하며 "(이승엽 신임 감독이 부임한 뒤 치른)최강야구 경기를 보니 스윙을 하고, 전력질주까지 하더라. '허리 아픈 애가 맞나' 싶었다. 경민이도 아파서 민감한 부분이지만, 영상을 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웃었다.

최정은 프로에 온 뒤 다섯 차례 국가대표로 뽑혔다. 그 중에서도 WBC는 환희와 아픔을 모두 선물한 대회다. 최정은 "설레는 대회다. 처음 대표팀에 간 게 2009년 2회 WBC(준우승)다. 좋은 기억 밖에 없다. 2013년엔 예선 탈락해 기억조차 없다. WBC는 성적만 낸다면 정말 큰 경험을 할 수 있는 대회"라고 말했다.

2019 프리미어12에 출전한 최정. 연합뉴스

2019 프리미어12에 출전한 최정. 연합뉴스

안타깝게도 현재 컨디션은 베스트가 아니다. 최정은 "타격, 주루, 수비 모든 걸 잘 해야 한다. 원래 시범경기나 스프링캠프에서 부진한 편인데 지금도 상태가 좋진 않다. (지난해 부상으로 고생한)손은 지금도 안 좋다. 아팠던 곳이 계속 아프다. 스트레스가 있다. 원래 2차 훈련 때나 통증이 시작되는데, 이번엔 빨리 왔다"고 했다.

나이를 감안하면 이번이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마지막 경기일 확률이 높다. 최정은 "'마지막이라 잘 하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잘 하고 싶다. 시즌 개막전이 얼마 안 남은 것 같다는 느낌이다. 뽑힌 것에 감사하고 활약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SSG는 김광현, 최지훈까지 총 3명의 선수가 30인 최종 엔트리에 합류했다. 특히 막판엔 최지만을 대신해 최지훈이 발탁됐다. 최정은 최지훈의 선발을 반기며 "혼자 가면 외롭다. 선후배를 떠나서 지훈이가 뽑혀서 좋다. 광현이도 있지만 투수조는 스케줄이 다르다. 소식을 듣자마자 지훈이에게 '나랑 같이 다녀라. 나를 챙기라'고 했다. 작년 골든글러브 시상식 때도 나만 혼자고, 키움 선수들이 주루룩 앉아 있었다"고 했다.

최정은 SSG에서도, 대표팀에서도 최고참급이다. 하지만 '규율'보다는 '신뢰'를 이야기했다. 최정은 "당연히 팀을 이끌겠지만, 대표팀 선수들은 선배가 나서지 않아도 알아서 다 열심히 했다. 잘 하는 선수들이기 때문에 자기 역할을 잘 할 것이다"고 말했다. 가장 기대되는 대표팀 투수를 묻자 유신고 후배인 "소형준(KT 위즈)"이라고 답한 최정은 "어린 선수들이 잘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SSG 랜더스 최정. 연합뉴스

SSG 랜더스 최정. 연합뉴스

2005년 프로에 입문한 최정은 2036경기에 출전해 429홈런을 쳤다. 이승엽 감독이 갖고 있는 KBO리그 통산 홈런 기록(467개)에 39개 차로 다가섰다. 최정은 "올해 넘어서는 건 쉽지 않다. 내년에는 깨야 한다. 못 깨면 안 되는 숫자"라며 "신기록을 세워도 의미없다. 이승엽 감독님은 해외에 나간 기간이 있지 않느냐. 난 항상 2위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나 꾸준함만큼은 최정을 따라갈 선수가 없다. 지난해 정규시즌엔 부상으로 고전하면서도 26개의 홈런을 쳤고, 한국시리즈에서는 타율 0.476(21타수 10안타) 2홈런 9타점 맹활약으로 우승에 힘을 보탰다. 무려 17년 동안 두자릿수 홈런을 쳤다. 누구도 해내지 못한 일이고, 이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최정은 "내 목표는 매년 두자릿수 홈런을 유지하는 것이다. 내 기록을 내가 매년 깨고 있으니까 의미있다고 생각한다"며 SSG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는 약속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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