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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필규의 아하, 아메리카

"검색은 추억서도 사라질 것" 벌써 1억명 삶 바꾼 챗GPT 미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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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김필규 기자 중앙일보 특파원

전기나 심지어 불보다도 인류에게 더 심오할 것.

김필규 워싱턴 특파원

김필규 워싱턴 특파원

2018년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구글의 최고경영자(CEO) 선다 피차이가 인공지능(AI)에 대해 내놓은 전망이다. 그는 "인류가 만든 아마도 가장 중요한 존재가 될 것"이라고까지 말했다.

5년이 지난 지금, 피차이의 예상처럼 전 세계인들은 대화형 AI, 챗(Chat) GPT에 열광하고 있다. 모든 질문에 거침없이 답하고, 삶에 조언을 해주며, 농담까지 하는 AI가 갑자기 우리 삶에 들어왔다.

오픈AI는 지난해 주문에 따라 인공지능(AI)이 그림을 그려주는 달리2(DALLE-2) 서비스도 선보였다. '챗GPT가 바꿔놓을 미래'에 대해 표현해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달리2는 이런 그림을 내놨다. 김필규 특파원

오픈AI는 지난해 주문에 따라 인공지능(AI)이 그림을 그려주는 달리2(DALLE-2) 서비스도 선보였다. '챗GPT가 바꿔놓을 미래'에 대해 표현해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달리2는 이런 그림을 내놨다. 김필규 특파원

챗GPT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AI 연구단체 오픈AI가 지난해 11월 30일 출시했다. 무료로 공개했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선 매달 수백만 달러의 비용이 나가고 있지만, 모두에게 AI의 존재를 확실히 각인시켰다.

출시 후 두 달 동안 이미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1억명을 돌파했다. 이제 미국 매체들은 챗GPT로 인해 미국인들의 생활이 바뀔 것을 기정사실로 하고 있다.

“인터넷 검색이란 말 사라져”

오픈AI의 CEO 샘 알트먼은 최근 포브스와 인터뷰에서 앞으로 구글을 통해 검색하는 습관 자체가 사라질 것을 예고했다. 당장 챗GPT가 아니더라도 앞으로 등장할 대화형 AI가 그렇게 할 거라고 했다.

앞으로의 세대는 ‘검색’을 아예 모를 수 있고, 기성세대의 추억에서도 사라질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인터넷에 들어가 검색창에 질문을 넣던 방식을 개선하는 수준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더 멋진 무언가가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전문성 갖춘 AI 비서 생기는 것”

현재 챗GPT는 회사가 미리 정해준 데이터만 사용한다. 정치적으로 편향되거나 논란이 될 수 있는 결과는 배제한다.

그러나 앞으로 개인이 데이터 활용 범위와 결과를 지정해 자신만의 챗GPT를 사용하게 된다면, 검색이란 행위는 완전히 새로운 영역에 들어설 수 있다. 브루킹스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각자가 전문 영역을 꿰뚫고 있는 AI 비서를 두게 되는 셈"이라고 전망했다.

오픈AI는 지난해 주문에 따라 인공지능(AI)이 그림을 그려주는 달리2(DALLE-2) 서비스도 선보였다. '챗GPT가 바꿔놓을 미래'를 유화로 표현해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달리2는 이런 그림을 내놨다. 김필규 특파원

오픈AI는 지난해 주문에 따라 인공지능(AI)이 그림을 그려주는 달리2(DALLE-2) 서비스도 선보였다. '챗GPT가 바꿔놓을 미래'를 유화로 표현해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달리2는 이런 그림을 내놨다. 김필규 특파원

“프로그래머 10명 중 2명만 필요”

대화형 AI 시대에 상당수 직업은 대체나 소멸을 피할 수 없다.

가장 위협받는 직종은 정해진 순서에 따른 예측 가능한 업무다. 소위 일반 행정직이 포함되는데, 정부나 공공기관의 민원 상담 업무에 챗GPT가 탁월한 능력을 발휘할 경우 해당 업무 인력의 감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높은 교육수준을 요구했던 직종도 피해갈 순 없다. 작가·기자·번역가·교사·변호사 등이 포함된다. 결국 "같은 정보량을 생산하는 데 있어 지금보다 적은 인력이 필요하며, 노동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게 브루킹스 보고서의 전망이다.

의료 분야에선 이미 챗GPT의 능력이 계량적으로 검증됐다. 캘리포니아주 의료기관인 앤서블헬스의 연구진이 챗GPT에게 미국 의사면허시험을 치르게 했더니 모든 단계에서 약 60%의 정답률을 보이며 통과했다. 일반 의대생이 오픈북 시험으로 봐도 몇 시간이 걸릴 문제를 단 5초 만에 풀었다.

컴퓨터 코딩을 하고 오류를 잡아내는 데도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그간 10명의 프로그래머가 필요했다면 이젠 AI의 작업을 검토만 할 2명이면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늑대는 이미 문 앞에”  

기존 정보를 그대로 가져와 인용하다 보니 챗GPT가 작성한 기사에선 ‘팩트 체킹’에 한계를 보였다. 예를 들어 음모론자의 입장에서 특정 사안에 대한 칼럼을 써보라고 하니 완벽한 문장으로 허위 정보를 그럴듯하게 풀어내기도 했다. 이 때문에 뉴욕타임스는 챗GPT가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온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현재의 개발 속도로 볼 때 이런 한계를 극복하는 것 역시 시간 문제일 수 있다. 로체스터 공대의 펭첸 시 부학장은 대화형 AI가 가져올 변화는 "누구도 멈출 수 없는 것"이라며 "지금 늑대는 울고 있는 게 아니라 이미 문 앞에 와 있다"고 말했다.

챗GPT “나는 AI 개발의 이정표”

챗GPT가 인간의 삶을 어떻게 바꾸겠냐는 질문에 챗GPT는 자신의 발전이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필규 특파원

챗GPT가 인간의 삶을 어떻게 바꾸겠냐는 질문에 챗GPT는 자신의 발전이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필규 특파원

대화형 AI가 인간의 삶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챗GPT에게 직접 물어봤다. 물론 그동안 인간이 쓴 글을 바탕으로 정리한 답변이지만, 그는 스스로를 "AI 개발의 이정표"라고 평가하면서도 인류에겐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음은 챗GPT의 답변 요약.

오픈AI가 창조한 챗GPT는 AI 개발에 있어 이정표를 세웠다. 우리 삶을 더 편하게 쉽게 해줄 새 가능성을 열었다. 우선 적용될 수 있는 대상은 소비자 대응이다. 민원에 즉각적이고 정확한 대응을 하면서, 인간 노동자들이 좀 더 복잡한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준다. 

또 다른 적용 분야는 콘텐트 제작이다. 인간보다 훨씬 짧은 시간에 논문이나 기사 등을 빠르게 쓸 수 있다. 

그러나 챗GPT같은 기술의 발달은 인간 노동자를 대체하고 불평등을 심화시킬 거란 우려도 있다. 챗GPT의 발명은 유망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미래에 미칠 영향이 긍정적일지는 우리에게 달렸다. AI 기술이 더 발전하기 전에 윤리·사회적 기준을 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