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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대 실적’ 식품회사들...가격 인상 덕에 수익성도 좋아졌나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27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과자 판매코너. 연합뉴스

지난달 27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과자 판매코너. 연합뉴스

일부 식품 기업들이 지난해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속에서도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사업 성장 덕이 크지만 이들 기업이 최근 제품 가격도 인상했던 만큼 그 폭이 적절했는지 논란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9일 농심은 지난해 매출 3조1291억원, 영업이익 1122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17.5%, 5.7% 늘었다고 공시했다. 농심의 연간 매출이 3조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리온도 앞서 연결 기준 지난해 매출이 2조8732억원, 영업이익은 4667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보다 22%, 영업이익은 25.1% 늘었다. 러시아·베트남 법인 성장폭이 컸지만 한국 법인도 매출이 16.3% 성장한 9391억원, 영업이익은 7.1% 증가한 140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7월 롯데푸드를 흡수 합병한 롯데제과도 전년 대비 11.1% 증가한 4조74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합병 전 롯데제과와 롯데푸드의 지난해 매출을 합산한 결과다. 영업이익은 6.3%(1353억원) 감소했으나 합병 관련 일회성 비용(121억원)을 제외하면 전년보다 2.1% 증가한 수준이다.

이들 기업은 이 같은 실적에 대해 “해외사업 성장 등에 따라 매출은 증가했으나 원부자재비·운송비 등 제반 경영 비용이 증가해 영업이익은 소폭 증가했다”(농심)고 설명한다.

오리온도 “원부재료 가격과 에너지 비용 상승 등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효율과 수익성 중심 경영으로 영업이익률이 16.2%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롯데제과도 “리오프닝 영향과 인도, 카자흐스탄 등 해외사업의 호조로 매출이 증가했다”고 설명한다.

[그래픽]소비자물가 추이. 연합뉴스

[그래픽]소비자물가 추이. 연합뉴스

하지만 이들이 지난해 가격을 잇따라 올린 영향도 배제할 수 없다. 농심은 지난해 9월 라면 26종, 스낵 23종의 출고가격을 각각 평균 11.3%, 5.7% 올렸다. 라면은 1년만의 가격 인상이었지만, 스낵은 6개월 전인 지난해 3월에도 가격을 올린 바 있다.

오리온도 지난해 9월 16개 제품 가격을 평균 15.8% 올렸다. 9년 만의 가격 인상이긴 했으나 당시 “이익률이 급감한 제품을 중심으로 가격을 올리되 향후 원부자재 가격과 에너지 비용이 하향 안전화할 경우 제품량을 늘리거나 제품 가격을 인하할 계획”이라고 밝혔었다.

롯데제과 역시 지난해 4월 과자와 빙과류 등 제품 가격을 인상한 데 이어 이달 1일에도 빙과류와 제과류 등 일부 제품 가격을 순차적으로 인상했다. 그러면서 “원재료·포장재 등 거의 모든 원부자재 가격이 상승한 데다 인건비·물류비·전기·가스요금 인상 등 제반 경비 상승으로 원가부담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판단에 내려진 조치”라고 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이에 대해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지난해 식품회사들이 원가 인상을 가격 인상의 이유로 댔는데 해외 사업 매출이 최대 실적을 올리는 데 도움을 줬다면 그만큼 가격 인상을 자제했어야 한다”며 “지난해 가격 인상을 감내했던 소비자들도 이젠 과한 가격 인상에 지갑을 닫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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