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vs 흑인, 형님 vs 아우…수퍼보울 올해는 더 뜨겁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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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쩐의 전쟁’으로 불리는 NFL 챔피언 결정전 수퍼보울이 13일(한국시간) 열린다. 57회를 맞는 올해 대회에선 캔자스시티 패트릭 마홈스(왼쪽)와 필라델피아 제일런 허츠가 최초의 흑인 쿼터백 맞대결을 벌인다. [로이터·AP=연합뉴스]

“새로운 역사가 쓰여질 수퍼보울(Superbowl).”

미국 뉴욕타임스는 9일(한국시간) 특집 기사에서 올해 미국프로풋볼(NFL) 챔피언결정전인 수퍼보울을 이렇게 소개했다. 올해로 57회째를 맞은 수퍼보울은 13일 오전 8시30분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스테이트팜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캔자스시티 치프스와 필라델피아 이글스가 맞붙는다. 캔자스시티는 통산 세 번째, 필라델피아는 두 번째 빈스 롬바르디(수퍼보울 우승컵)에 도전한다.

제이슨(오른쪽)-트래비스 켈시 형제.

이번 경기는 수퍼보울 역사상 첫 흑인 쿼터백간의 맞대결로 주목 받는다. 캔자스시티 패트릭 마홈스(28)와 필라델피아 제일런 허츠(25)가 최고의 한 자리를 놓고 격돌한다. 필드의 ‘야전 사령관’으로 불리는 쿼터백은 전술의 구심점 역할을 소화하는 핵심 포지션이다. 그동안 쿼터백은 주로 백인들이 활약하는 포지션이었다. NFL 역대 쿼터백 패싱 야드 1~10위가 모두 백인이다.

마홈스는 현역 최고 쿼터백으로 꼽힌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투수 출신 아버지 팻 마홈스에게 운동 유전자를 물려받았다. 2017년 캔자스시티 유니폼을 입고 NFL에 데뷔한 그는 2018시즌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2019시즌 수퍼보울 우승·MVP를 차지하며 단숨에 특급 쿼터백 반열에 올랐다. 미사일 패스가 주특기다. 이번이 두 번째 우승 도전이다.

수퍼보울 쩐의 전쟁

허츠는 라이징 스타다. 2020년 필라델피아에서 데뷔한 그는 보기 드물게 러싱(볼을 들고 뛰기)과 패스 둘 다 능통한 ‘멀티형 쿼터백’이다. 풋볼 집안의 피를 타고 났다. 친형 애브리언 허츠가 텍사스서던대 시절 주전 쿼터백으로 활약했다. 현재는 앨라배마대 감독을 맡고 있다. 생애 첫 수퍼보울 무대에서 최초의 흑인 쿼터백 대결을 벌이는 허츠는 “역사에 일부가 됐고, 역사를 만들어가서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USA투데이는 “마홈스와 허츠의 대결은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소개했다.

올 시즌 수퍼보울은 ‘켈시 볼’이라고도 불린다. 필라델피아 센터 제이슨 켈시(36)와 캔자스시티 타이트엔드 트래비스 켈시(34)가 사상 처음으로 ‘형제 대결’을 벌이기 때문이다. 나란히 신시내티대학 출신인 형제는 나란히 생애 두 번째 수퍼보울에 도전한다. 미국 언론은 “켈시 형제의 어머니는 누가 이기든 우승컵을 든 아들이 생긴다”며 큰 관심을 보였다.

수퍼보울 최초 형제 대결

매년 전 세계에서 1억 명 이상이 중계를 시청하는 수퍼보울은 ‘쩐의 전쟁’으로도 불린다. 천문학적 규모의 돈이 오가는 스포츠 이벤트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번 수퍼보울 생중계를 맡은 폭스TV가 책정한 30초 짜리 광고 단가는 700만 달러(약 88억원)로 역대 최고다. 1초당 비용이 약 3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단가(650만 달러·82억원)를 훌쩍 뛰어넘었다. 우승팀을 맞히기 베팅 이벤트에는 미국 인구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5040만 명이 참가했다. 같은 행사에 역대 최다인 160억 달러(20조원)가 몰렸다. 인터넷에서 거래되는 티켓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평균 가격이 9000달러(약 1140만원·역대 2위)인데, 경기 당일까지 더 오를 전망이다.

수퍼보울 중간에 열리는 ‘하프타임 쇼’ 또한 경기 만큼이나 주목 받는 이벤트다. 마이클 잭슨(1993년), 마돈나(2012년), 비욘세(2013년) 등 당대 최고의 스타들이 무대를 빛내는데, 올해는 팝스타 리한나가 나선다. 일요일에 열리는 수퍼보울은 미국인들에겐 ‘명절’ 같은 날이다. 가족과 지인이 모여 경기를 보고, 늦은 시간까지 먹고 마신다. 후유증을 염려해 아예 이튿날인 월요일에 휴가를 내는 사람만 매년 평균 1600~1700만 명이다.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만 약 3조28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