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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라는데…농업인구 반짝 증가,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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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지난 2일 경남 거창군 거창읍 대평리 청년경영 실습 임대농장 딸기 하우스 될농(농업으로 잘 될 놈들)에서 청년 귀농인이 딸기를 수확하고 있다. [뉴스1]

지난 2일 경남 거창군 거창읍 대평리 청년경영 실습 임대농장 딸기 하우스 될농(농업으로 잘 될 놈들)에서 청년 귀농인이 딸기를 수확하고 있다. [뉴스1]

농·어업 종사자가 늘어나고 있다. 제조·건설업이나 서비스업 등과 비교해도 증가세가 더 가파르다. 정보기술(IT) 등 산업은 고도화됐는데 1차 산업인 농·어업 종사자가 되레 증가하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고령 인구가 늘면서 직장에서 은퇴한 후 농·어업에 뛰어드는 사람이 많아진 영향이다.

7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을 통해 지난해 산업별 취업자를 분석한 결과, 농·어업 취업자는 지난해 152만6000명에 달했다. 전년보다 6만7000명(4.6%) 늘었다. 같은 기간 증가율로 따지면 제조업(3.1%)·건설업(1.6%)보다 높다. 고령 인구의 증가가 일자리 구조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령층 입장에서 농·어업 일자리 구하기가 용이해서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통계청 고령층 부가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전년 같은 달 대비 농림어업 취업자 증가분(12만2000명)의 절반에 달하는 6만명이 65~79세다. 55세 이상으로 넓혀 보면 8만6000명에 달한다. 65~79세는 전년보다 취업자 수가 7.4%(20만7000명) 늘었는데 농·어업으로 한정하면 증가율이 9.1%에 달했다. 고령 취업자 상당수가 농·어업에 몰렸다. 연간 취업자 수는 1~12월 전체 평균을 기준으로 하고, 고령자 부가조사는 5월을 기준으로 집계한다.

출생자가 가장 많았던 1950년대 후반~1960년대 초반의 은퇴가 줄 잇고 있는 것도 농·어업인 증가의 이유 중 하나다. 은퇴 이후 새로운 일자리를 찾거나 귀향을 원하는 사람이 늘었다. 젊은 연령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농어촌 출신이 많다 보니, 농어업이 익숙하다.

정부도 농·어업 종사자가 늘어난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은퇴 이후의 고령자가 IT 분야 등으로 진출하긴 어렵고, 현실적으로 취업할 수 있는 분야가 농업 등으로 한정적”이라며 “고령 인구 증가가 노동시장에 워낙 큰 영향을 미치다 보니 농업 인구가 증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귀농·귀어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문모(65)씨는 지난해 봄부터 충남 보령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남편과 시골 생활을 하기 위해 경기 안양에서 수십년간 운영하던 학원을 정리하고 귀농을 선택했다. 문씨는 “500평 규모로 고추를 비롯한 농작물 농사를 짓는데 지인 위주로 판매하고 있어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수입은 사실상 없는 수준”이라며 “지자체에서 정착지원금 등을 받았고, 현재는 교육 프로그램을 수강하면서 SNS를 통한 농산물 직거래를 계획 중이다”고 말했다.

실제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1년 귀농인은 1만4461명으로 전년(1만2570명)보다 15% 증가했다. 귀농인 수와 증가율 모두 역대 최고다. 같은 기간 귀어인은 25.7% 늘면서 1216명에 달했다. 연령대별로 보면 60대 귀농인이 가장 많았지만, 청년 귀농도 느는 추세다. 2021년 39세 이하 귀농인은 1522명으로 전년(1370명)보다 152명(11.1%) 증가했다.

지자체에서 인구 유치를 위해 경쟁적으로 귀농·귀어를 독려한 것도 영향을 줬다. 예컨대 강원도는 귀농 초기에 1%대 저리로 대출을 해주고, 정착지원금을 지급한다. 인구가 감소하는 대부분 지자체가 귀농 체험이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청년 귀농인에 지원이 집중되다 보니 농업 관련 사업을 계획하거나 도심에서 일자리를 찾지 못한 이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마상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고령자의 경우 은퇴 후에도 도심보다 생활비가 적게 들면서 꾸준히 일하고, 일정 수준의 소득을 얻을 수 있다 보니 귀농·귀어를 선택하는 이들이 느는 것 같다”며 “차제에 도심생활비용이 증가하면서 귀농 등의 수요가 전 세대에서 늘어났다. 한국뿐 아니라 해외 선진국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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