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보이루는 여혐" 논문 수록 학술지, 등재지→등재후보지 강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사진 보겸TV 화면 캡처

사진 보겸TV 화면 캡처

‘보이루’라는 용어가 여성 혐오 표현이라고 주장한 논문을 게재했던 학술지가 한국연구재단 ‘등재지’에서 ‘등재후보지’로 강등됐다.

7일 학계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윤지선 세종대 초빙교수의 ‘관음충의 발생학’ 논문이 실린 학술지 ‘철학연구’가 지난해 12월부터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 등재지에서 등재후보지로 등급이 하락했다. 철학연구는 철학연구회에서 발행하는 계간 학술지다.

한국연구재단은 국내 학술지의 질적 수준 향상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내에서 발행되는 학술지를 등재지, 등재후보지, 일반학술지 등으로 등급을 지정해 분류하고 있다. 등재지로 분류돼도 논문 투고 규정 미비, 투고 논문 양·질 하락 등이 적발되면 등재후보지로 낮아질 수 있다.

많은 대학이 교수 평가에서 등재지에 실린 논문만 인정하고, 등재후보지 논문은 인정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학술지가 등재후보지로 낮아질 경우 학술지 평판도가 떨어지고 연구진의 투고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된다. 학회로서도 논문 투고 수입이나 연회비 등이 줄어들 수 있다.

박정하 철학연구회장은 “한국연구재단에서 윤 교수 논문과 관련해 제기된 문제로 인해 2021년 7월 학술지 특별심사를 시행했고, 그 결과 논문 투고 규정 미비 등이 지적됐다”며 “지난해 5월 재인증평가 자료를 제출했지만 결국 등재후보지 하락 결과를 통보받았다”고 했다.

연구재단 측은 “재인증평가는 해당 분야 전문가 5명이 진행했으며, ‘게재 논문의 학술적 가치와 성과’ ‘편집위원회의 전문성’ 등 종합적으로 평가해 점수를 부여했다”며 “해당 학술지는 평가점수 85점 미만으로 점수를 받아 규정에 따라 등재후보지로 하락했다”고 했다.

철학연구회는 오는 5월 다시 평가를 받아 등재지로 복원한다는 목표다. 등재후보지가 다시 등재지가 되면, 등재후보지 때 게재된 논문도 등재지 논문으로 평가된다.

철학연구회의 입장문. 사진 철학연구회 홈페이지 캡쳐

철학연구회의 입장문. 사진 철학연구회 홈페이지 캡쳐

앞서 윤 교수는 철학연구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 ‘관음충의 발생학:한국 남성성의 불완전변태 과정의 추이에 대한 신물질주의적 분석’을 통해 유튜버 보겸(본명 김보겸)이 개인 방송에서 사용하는 ‘보이루’라는 용어가 여성의 성기를 뜻하는 단어에 ‘하이루’를 합성한 것이라며 “여성 혐오 용어 놀이의 유행어처럼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발언을 자정하지 못한 사회가 결국 불법 촬영물을 만들고 관람하는 ‘관음충’을 만들었다고도 했다.

이에 김씨는 “‘보이루’는 ‘보겸’과 ‘하이루’의 합성어로 여성 혐오 표현이 아니다”라고 반박했고, 2021년 7월 1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윤 교수가 논문 게재 당시 재직했던 가톨릭대 연구진실성위원회도 윤 교수의 논문에 대해 “유튜버 보겸이 그 의미를 여성 비하 표현으로 만들고 전파하는 것처럼 해석될 여지가 있다”며 ‘변조’라고 판단했다. 한국연구재단도 지난해 3월 윤 교수의 논문이 연구 부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6단독 김상근 판사는 지난해 6월 “명예훼손 및 인격권 침해로 인한 위자료 5000만원을 김씨에게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윤 교수 측은 “부조리한 사태에 기반한 압박과 정치적으로 편향된 결정에 의연히 맞서겠다”며 항소했으며, 조정도 결렬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