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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가율 11년 만에 최저…"전셋값 급락, 집값 더 끌어내릴 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최근 전셋값이 10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매매가격 간 차이도 최대 수준으로 벌어졌다. 연합뉴스

최근 전셋값이 10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매매가격 간 차이도 최대 수준으로 벌어졌다. 연합뉴스

아파트 매맷값 대비 전셋값 비율을 나타내는 '전세가율'이 10여 년 전 수준으로 하락했다. 최근 1년간 전셋값 하락 폭이 집값 하락 폭보다 두드러지게 컸기 때문이다. 앞으로 전셋값이 더 떨어져 집값 하락 폭을 더 키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5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52.0%로 나타났다. 한 달 전인 지난해 12월 52.9%보다 0.9%포인트(P) 하락했으며, 1년 전 56.0%보다는 4.0%P 낮다. 2012년 5월(51.9%) 이후 약 1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KB부동산의 월간 가격지수를 기준으로 지난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5.45% 떨어지며 낙폭이 매맷값 하락률(-2.96%)의 2배가량이 됐다.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의 3.3㎡(평)당 매매 및 전셋값은 각각 4235만원, 2076만원으로 조사됐다. 매매-전세 간 가격 차는 2159만원으로, 부동산R114가 시세 조사를 시작한 2000년 이래 최대 수준으로 벌어졌다. 전용 84㎡ 기준 서울 아파트의 매매 대비 전셋값 차는 평균 7억여 원 수준으로 벌어진 것이다.

실제 서울 주요 대단지 아파트 전세가율은 50% 수준에 머물고 있다. 9510가구 규모의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의 전용면적 84㎡의 경우 KB시세(일반평균가)를 기준으로 지난해 9월 초만 해도 전세가율이 55~56%(매매 시세 21억, 전세 11억8333만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난 3일 기준 매매 시세는 17억6667만원으로 지난해 9월보다 15.8% 하락했지만, 전세 시세는 9억4000만원 20.6% 떨어져 전세가율이 47~51%로 더 낮아졌다.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지금 헬리오시티 전용 84㎡를 갭투자(시세차익을 노리고 전세를 끼고 주택 매입) 하기 위해서는 9억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다”며 “갭투자가 집값 상승기 때와 비교해 크게 줄어든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해 3월 헬리오시티 갭투자 비율은 62%(8건 중 5건)에 달했지만 지난달 이 비율은 18%(16건 중 3건)에 불과했다.

노후 재건축 단지의 전세가율 하락세도 두드러진다. 1979년 준공한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 전세가율은 3일 기준 26~32%로 지난해 9월 초(31~34%)보다 낮아졌다. 이 아파트 해당 면적 전세 시세는 8억5000만원(2022년 9월)에서 7억원으로 17.6% 하락하면서 매매 시세 하락률(-13.4%)을 뛰어넘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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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전세가율은 투자 지표로 활용된다. 전세가율이 높을수록 비교적 적은 자본으로 갭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전세가율이 정점을 찍은 2016년 6월(75.1%) 이후 전셋값을 지렛대로 한 갭투자가 성행하면서 서울 집값은 크게 오르기 시작했다. 또한 전세가율이 높으면 이른바 ‘갈아타기 비용’이 줄어 전세에서 매매로 전환하는 수요도 크게 늘어난다. 하지만 지금은 매매-전세 간 가격 차가 크게 벌어진 데다 집값 하락 전망이 우세해 갭투자와 전세 세입자들의 ‘갈아타기’ 동력이 떨어졌다.

전셋값 급락에 전세가율이 약세를 보이면서 집값을 더 끌어내릴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잇따른다. 지난달 25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금융·경제 이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주택시장에서 매맷값 하락이 전셋값 하락을 불러오고, 낮아진 전셋값이 다시 매맷값을 끌어내리는 ‘연쇄작용’으로 부진이 심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셋값 하락이 매맷값 하락으로 이어지는 현상은 부동산 시장의 조정기에 두드러진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내년까지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입주 물량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전셋값 추가 하락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서초·강남·송파구 등 강남 3구와 강동구의 올해 입주 예정 물량은 1만2402가구로 지난해 (3592가구)보다 3배 이상 많다.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대규모 입주는 전셋값을 누르는 효과를 가져오는데 이로 인해 갭투자 가능성이 2025년까진 낮아진다”며 “주택 수요의 한 축이 사라지면서 매맷값이 약세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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