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를 강행하려다 제동이 걸린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3일 사실상 재추진에 나서기로 했다. 주말 동안 당내 의견수렴을 거친 뒤 6일 의원총회에서 탄핵안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부터 주말을 거치며 의원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겠다”며 “이를 바탕으로 다음 주 월요일(6일) 최고위원회를 거쳐 의원총회를 열어 최종적인 방침을 정하겠다”고 밝혔다.
의견 수렴 방식은 대면 만남, 전화 통화, 온라인 조사 등이다.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각 의원에게 이 장관 탄핵과 관련해 어떤 의견을 가졌는지 문자 메시지를 발송해 묻고 통계를 내는 방식이 있을 수 있다”며 “시간 나는 대로 당 지도부가 의원들을 만나 충분히 얘기를 들어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원내 지도부는 취합 결과를 6일 오전 최고위원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당초 민주당 지도부는 전날 의원총회에서 이 장관 탄핵안을 당론으로 채택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자유토론 과정에서 비명계 의원을 중심으로 “이 장관 탄핵안이 총선 직전에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되면 그 후폭풍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하냐. 선거를 망치려고 작정했냐”는 등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자 결론을 유보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되고 있다. 장진영 기자
2일 의총에선 “되도록 많은 의원의 의견을 수렴해달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당 지도부가 결정해 총동원령을 선포한 4일 장외집회에 대해선 “의원들 의견을 묻지 않고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은 큰 잘못”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친이재명계 모임인 ‘7인회’ 김병욱 의원도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상민 장관 탄핵안은 헌법재판소 인용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는 건데, 거기에 당내 이견도 있는 상황에서 다시 추진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든다”며 “이 대표를 겨냥한 검찰 표적 수사를 극복하는 과정에서도 당내 의원 생각을 모아가는 게 중요한 만큼, 이견에 대해 지도부가 심사숙고하고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 첫 국정감사가 4일 시작된 가운데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가 열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당대표가 정성호 의원과 국감장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도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헌법재판소에 가서 민주당이 원하는 대로 결론이 나리라는 보장도 없고 그렇게 되면 오히려 면죄부를 주는 결과가 되지 않겠나”라며 “탄핵은 그야말로 최후의 수단인데 그게 (지금) 적절한 시점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 지도부는 4일 오후 광화문ㆍ숭례문 등에서 열리는 이태원 참사 추모 대회와 윤석열 정권 규탄대회 장외 집회 등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5일 오전 국회에선 이태원 참사 추모제가 열린다. 이수진 대변인은 “의원들이 토·일요일 추모제를 통해 마음을 다잡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급적 탄핵안을 만장일치 당론으로 채택해 2월 국회 본회의에 올린다는 게 지도부의 복안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도부의 의지는 강하지만 당내에 여러 의견이 있다”라면서 “토론할 땐 격렬하게 하더라도 결정할 땐 대동단결이 원칙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