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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 조직이 6100채 빌라왕 사기…피해자 절반이 203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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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2021년 7월 제주에서 사망한 정모(43)씨는 서울 강서·양천구 일대 빌라 240여채를 보유했다. 이를 수백명에게 전세를 내줬다. 정씨 얼굴조차 못 본 임차인도 수두룩했다. 정씨에겐 ‘빌라왕’이란 별명이 따라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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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씨가 숨진 뒤 경찰 수사로 정씨는 ‘바지 임대인’에 불과하고, 배후에서 전세사기를 기획한 건 부동산 컨설팅업체 대표 신모(37)씨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신씨는 분양업자, 중개인과 공모해 주택 매매와 전세 계약을 동시에 맺는 ‘무자본 갭투자’ 수법으로 빌라를 쓸어 담고 임차인 보증금 80억여원을 편취했다. 신씨 일당과 관련된 바지 임대인은 7명으로 이들 명의로 보유한 주택은 1475채였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총 68명을 검거하고 이 중 신씨 등 2명을 구속했다. 비슷한 수법으로 3493채를 사들인 다른 일당도 있었다. 주범 3명은 왕을 넘어, 일명 ‘빌라의 신(神)’으로 불렸다. 이들은 임차인들에게 전세보증금 70억여원을 편취했다. 피해자는 대부분 20~30대 사회초년생이나 신혼부부였다.

전국적으로 이 같은 ‘빌라왕’ 사건이 이어지자 경찰은 ‘전세사기 전국 특별단속’을 벌였다. 경찰청은 지난해 7월 25일부터 6개월간 이어진 특별단속 기간 동안 총 618건을 수사해 범행에 가담한 1941명을 검거하고 168명을 구속했다고 2일 밝혔다. 피의자 수와 구속 인원은 2021년 특별단속 때보다 각각 8배, 15배로 급증했다. 이중엔 신씨 일당과 같은 ‘무자본 갭투자’ 조직 6개가 포함됐다. 이들은 전국에 6100여채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었다.

허위 계약서를 이용해 전세자금대출 사기를 벌인 15개 조직도 검거됐다. 이 중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에 붙잡힌 한 조직의 총책 A씨는 우선 인터넷에 ‘고액 아르바이트를 모집한다’는 글을 올려 가짜 임대인과 임차인을 모집했다. 그리고 공인중개사들에게 수수료를 지급해 허위 전세 계약서를 작성하도록 한 뒤, 이를 이용해 전세자금을 대출받는 수법으로 총 83억여원을 챙겼다. 경찰은 총책 A씨를 포함해 14명을 구속하고 137명을 입건했다.

검거 인원이 많은 만큼 피해인원도 많았다. 검찰에 송치한 사건을 기준으로 확인된 피해자만 1207명, 피해금액은 약 2335억원에 달했다. 20대(18.5%)와 30대(31.4%) 피해자가 전체의 절반 정도였고, 1인당 피해금액은 1억~2억원인 경우가 가장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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