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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에 잘 타는 '방음터널' 58개...내년 2월까지 전부 바꾼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12월 29일 발생한 과천 갈현고가교 방음터널 화재 현장.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29일 발생한 과천 갈현고가교 방음터널 화재 현장. 연합뉴스

 지난해 말 5명의 목숨을 앗아간 과천 갈현고가교 방음터널 화재사고와 관련, 정부가 불에 약한 PMMA(폴리메타크릴산메틸) 소재를 쓴 방음터널 58개를 전면 교체키로 했다. 또 앞으로 설치하는 방음터널과 방음벽에는 PMMA 소재 사용이 금지된다.

 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국정현안관계장괸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도로 방음시설 화재안전 강화대책'을 확정했다. 과천 방음터널 화재와 유사한 사고가 다시 일어나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르면 사고 직후 전국 방음터널과 방음벽에 대한 전수조사를 한 결과, 170개 방음터널 가운데 58개(34%)가 PMMA 소재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음벽은 1만 2118개 중 14%인 1704개가 해당 소재를 썼다. 또 방음터널의 65%(110개)가 화재 발생 시 대피와 연기배출이 어려운 밀폐형으로 만들어진 사실도 확인됐다.

화재로 천정에서 설치된 PMMA 소재 방음시설이 모두 불에 타 뼈대만 앙상하게 남았다. 연합뉴스

화재로 천정에서 설치된 PMMA 소재 방음시설이 모두 불에 타 뼈대만 앙상하게 남았다. 연합뉴스

 앞서 지난해 12월 29일 발생한 과천 갈현고가교 방음터널 화재는 불에 약한 PMMA 소재를 사용한 데다 방재시설 기준과 점검·관리 미흡 등이 겹쳐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국내 방음터널은 34%가 PMMA 소재를 썼으며 51%(87개)는 폴리카보네이트(PC) 소재, 15%(25개)는 유리 등을 사용했다. 방음벽은 유리가 78%(9470개)로 가장 많고, 이어서 PMMA(14%, 1704개)·PC(8%, 944개) 순이다.

 이 중 PMMA는 인화점(불붙는 온도)이 섭씨 280도로 PC(섭씨 450도) 등에 비해 낮아 화재에 더 취약하다는 평가다. 다만 PC 소재에 비해 가격은 다소 저렴하다고 한다.

 이 같은 조사결과에 따라 정부는 PMMA 소재를 사용한 방음터널 58개를 내년 2월까지 화재안전성이 높은 재질로 모두 바꾸기로 했다.  고속도로와 국도 등 국토부 소관 도로에 있는 22개 방음터널은 올해 말까지 교체하고, 지자체 소관 방음터널도 내년 2월까지는 끝내겠다는 계획이다.

PMMA 소재를 사용한 방음벽에 대한 교체작업도 추진된다. 연합뉴스

PMMA 소재를 사용한 방음벽에 대한 교체작업도 추진된다. 연합뉴스

 방음터널의 철거와 교체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임시조치로 방음터널 상부 또는 측면 방음판의 일부를 개방하고, 소화설비·CCTV(폐쇄회로TV) 등을 설치하며 피난대비공간도 확보할 방침이다.

 PMMA 소재를 쓴 방음벽도 화재 확산 위험성을 검토해 내년 2월까지 철거 및 교체를 끝낸다. 주거시설에서 20m 이내 등 화재 전파 위험이 높은 방음벽부터 우선 교체하고, 길이가 100m 넘는 방음벽은 최소 50m마다 불연소재를 사용해 불이 번지는 걸 막을 계획이다.

 또 앞으로 설치하는 방음터널·벽에는 PMMA 소재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으로 방음시설 설계기준 및 표준시방서를 내년 중에 제·개정하게 된다. 방음터널의 안전점검과 소방시설 설치 의무화를 추진하고,  PC소재 방음터널에 대한 화재안전 대책도 마련한다.

 낡은 화물차가 과천 방음터널 사고 당시 발화점이 된 점과 관련, 정기·종합검사 의무를 위반한 노후 화물차에 대해선 과태료 부과와 운행정지 명령 등 관리도 강화할 방침이다.

 이용욱 국토부 도로국장은 “방음터널에서 더는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대책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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