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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녕군의 잇단 ‘군수 잔혹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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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위성욱 기자 중앙일보 부산총국장
위성욱 부산총국장

위성욱 부산총국장

지난달 9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던 김부영(57) 경남 창녕군수가 숨진 채 발견됐다. 김 군수는 지난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쟁 후보자의 지지세를 분산시키기 위해 상대 정당에 자기 쪽 사람을 심어 출마하게 하고 대가를 지불하는 이른바 선거인 매수를 시도했다는 것이 검찰이 밝힌 혐의 내용이다. 김 군수는 유서에서 “결백하다. 억울하다.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취지의 심경을 적었다.

그가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진실이 무엇인지는 더는 가릴 수 없게 되었지만, 지역사회가 받은 충격은 컸다. 1995년 지방자치단체가 시행된 이래 창녕군에서 현재까지 6명의 군수가 뽑혔지만 사실상 임기를 제대로 마친 경우가 손꼽을 만큼 적어서다.

군수 잔혹사가 반복되는 창녕군청 전경. 안대훈 기자

군수 잔혹사가 반복되는 창녕군청 전경. 안대훈 기자

창녕군 등에 따르면 6명의 군수 중 임기를 마친 군수는 1~2대 김진백, 4~6대 김충식, 7대 한정우 군수 등 3명뿐이다. 이 가운데 김충식 전 군수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군수직을 잃진 않았다. 한정우 전 군수도 임기 4년을 마쳤다. 하지만 지난해 6·1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실패한 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창녕군을 ‘군수의 무덤’이라 부르는 배경이다.

특히 김종규 전 군수(3~4대)는 재선에 성공했지만, 뇌물수수 혐의로 2006년 7월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아 군수직을 잃었다. 곧이어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하종근 전 군수(4대)도 뇌물수수 혐의로 항소심 재판을 받던 2007년 10월 자진 사퇴, 군수직을 내려놨다. 사실상 창녕군민은 2006년부터 2007년까지 1년 6개월 사이에 3차례나 군수 선거를 치른 셈이다.

보수색채가 강한 지역 특성상 보수정당 후보로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 될 가능성이 높다 보니 선거 과정에 과열된 분위기가 ‘군수 잔혹사’가 계속되는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의 한 정치권 인사는 “보수성향 정당 후보가 난립하고, 이에 따른 공천 경쟁에서 무리수를 둔 게 결국 부메랑이 됐다”며 “유권자가 5만 명을 조금 넘을 정도로 그리 많지 않아 ‘몇 표만 더’라는 생각에 금권선거 유혹을 떨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고 말했다.

김 군수가 사망하면서 창녕군은 오는 4월 5일 보궐선거를 또 치르게 됐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를 치른 지 불과 1년도 채 안 된 시점이다. 이렇게 단체장이 중간에 물러나면 광역은 수백억 원, 기초는 수십억 원의 선거 비용을 치러야 한다.

창녕군은 더는 지역사회의 자정만을 기대하기는 도를 넘었다는 느낌이다. 각 정당부터 책임지고 공천시스템을 바꿔 자질이 부족한 후보를 철저히 걸러 내야 한다. 유권자도 잘못된 군수를 뽑으면 그 폐해가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명심해 ‘묻지 마 투표’ 악습을 끊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