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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보잡’ 취급받던 토성 위성에 생명체 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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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엔셀라두스 남극에서 수증기 등이 밝게 빛나며 분출되고 있다. 이 분출이 토성 자기장에 영향을 줘 토성의 다섯 번째 고리를 만들었다. [사진 NASA]

엔셀라두스 남극에서 수증기 등이 밝게 빛나며 분출되고 있다. 이 분출이 토성 자기장에 영향을 줘 토성의 다섯 번째 고리를 만들었다. [사진 NASA]

토성의 작은 위성 ‘엔셀라두스’는 요새 우주 과학자들이 주목하는 ‘핫한’ 천체 중 하나다. 생명체를 발견할 가능성이 어느 곳보다 크다고 추정되기 때문이다. 엔셀라두스 땅 속 바다에 생명체의 필수 원소인 탄소·수소·질소·산소·황이 있다는 사실은 그간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 9월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팀이 인(燐)도 풍부할 것이라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내놓으면서 생명체가 존재할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한층 커졌다.

엔셀라두스는 별 관심을 받지 못하는 ‘듣보잡’ 위성이었다. 2005년 토성 궤도에 도착한 토성 무인탐사선 카시니호가 예상치 못한 광경을 목격하기 전까진 그랬다. 카시니호는 1997년 발사돼 2005년 2월 17일 처음으로 엔셀라두스 상공을 통과했다. 카시니호는 유난히 빛났던 엔셀라두스 남극에 선명하게 그어져 있는 줄무늬 4개를 목격했다. 호랑이 무늬처럼 보였다.

토성의 다섯 번째 고리 중간에 있는 위성 엔셀라두스 모습. [사진 NASA]

토성의 다섯 번째 고리 중간에 있는 위성 엔셀라두스 모습. [사진 NASA]

엔셀라두스 표면에 생긴 균열이었다. 이곳으로 수증기와 얼음 파편이 시속 1000㎞ 가까운 속도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엔셀라두스 남극이 더 밝은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수증기 등의 분출이 토성 자기장에 영향을 주면서 ‘E 고리’라고 불리는 토성의 다섯 번째 고리를 형성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관측 결과 더 거대한 수수께끼가 모습을 드러냈다. 엔셀라두스 지표면 아래에 물로 된 바다가 있다는 것. 천문학자들은 우주 어딘가에 지하 바다를 가진 곳이 하나쯤은 있을 거라고 짐작해 왔다. 하지만 느닷없이 실체를 드러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김민선 한국천문연구원 전파천문연구그룹 박사는 “기존의 우주 생명체 탐구는 ‘거주 가능 영역의 행성’을 주로 염두에 뒀다”면서 “엔셀라두스에서 수증기가 방출되는 걸 확인한 건 매우 놀라운 발견”이라고 말했다.

엔셀라두스의 얼음 표면에 생긴 균열로 수증기와 얼음 파편이 시속 1000㎞ 속도로 뿜어져 나온다. [사진 NASA]

엔셀라두스의 얼음 표면에 생긴 균열로 수증기와 얼음 파편이 시속 1000㎞ 속도로 뿜어져 나온다. [사진 NASA]

과학자 사이에선 엔셀라두스에서 생명체를 발견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생명체가 살기 적합하다는 증거들이 차곡차곡 나왔기 때문이다. 엔셀라두스의 깊은 곳엔 지열 작용으로 생긴 열수구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열 때문에 엔셀라두스 얼음이 녹아 바다가 됐다면, 지열을 뿜어내는 열수구도 있을 것이란 추측이었다. 열수구의 존재 가능성은 과학자들을 흥분시켰다. 지구 심해에도 열수구가 있는데, 생명체가 처음 탄생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10년간 탐사로 엔셀라두스는 수증기뿐 아니라 암모니아와 메탄 같은 유기물도 뿜어낸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런 유기물은 지구에선 생명체 활동의 결과로 나오는 것들이다.

호랑이 무늬 또는 호랑이가 할퀸 모양의 균열이 보이는 엔셀라두스 남반구. [사진 NASA]

호랑이 무늬 또는 호랑이가 할퀸 모양의 균열이 보이는 엔셀라두스 남반구. [사진 NASA]

미국 항공우주국(NASA)는 존스홉킨스대 응용물리학연구소와 함께 엔셀라두스를 직접 탐사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엔셀라두스 오비랜더’라는 미션이다. 2038년 발사해 2050년엔 엔셀라두스 궤도에 진입하는 게 목표다. 미션에 들어가는 비용 추정치는 25억6000만 달러다. 2051년엔 엔셀라두스 표면에 로봇이 내려앉고 직접 바닷속으로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생명체의 징후를 발견할지도 모른다. 지난해 여름 연구팀은 캘리포니아 소금호수에서 탐사 장비를 시험해 보기도 했다.

김민선 박사는 “탐사선은 엔셀라두스에서 분출되는 샘플에서 세포와 유사한 걸 검출하겠다는 매우 야심찬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며 “만약 생명체가 발견된다면 인류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발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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