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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이어 IMF마저…한국만 유독 경제성장 전망 '적신호'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피에르 올리비에 구린차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31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열린 세계 경제 전망 수정 관련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EPA

피에르 올리비에 구린차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31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열린 세계 경제 전망 수정 관련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EPA

전 세계 경제가 다 같이 어려워질 거라고 전망한다면 그러려니 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만 유독 더 나빠질 거라고 내다본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국제통화기금(IMF)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아시아개발은행(ADB) 같은 국제 경제기구가 최근 몇달 새 한국 경제 전망에 유독 박해졌다. 주요국의 국내총생산(GDP) 경제성장률 전망을 수정할 때마다 한국의 수치는 계속 내려갔다.

IMF는 31일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을 1.7%로 전망했다. 지난해 10월 발표한 성장률 전망치(2.0%)에서 0.3%포인트 끌어내렸다. 지난해 7월 전망 당시 올해 성장률을 2.9%에서 2.1%로, 10월엔 2.1%에서 2.0%로 각각 하향 조정한 데 이어 세 차례 연속 내렸다. 반면 주요 30개국을 대상으로 한 세계 경제 성장률은 기존 2.7%에서 2.9%로 0.2%포인트 올려 잡았다. 선진국 성장률도 기존 1.1%에서 1.2%로 상향해 한국과 대비된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문제는 IMF뿐 아니라 국내외 경제기관이 최근 앞다퉈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을 낮추는 ‘추세’란 점이다. 경제는 심리인 만큼 비관론이 힘을 얻을수록 소비·투자가 미뤄져 경제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앞서 OECD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지난해 9월 2.2%에서 같은 해 11월 1.8%로 하향 전망했다. 반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2%를 유지했다.

OECD는 당시 보고서에서 한국 경제 전망의 부제를 ‘역풍에 직면하다’(The economy faces headwinds)로 달았다. 평가의 첫 문장은 “성장 동력을 잃었다”로 시작한다. 구체적으로 “물가 상승과 고금리의 영향으로 성장 흐름이 약해질 것”이라며 “부채 상환 부담이 늘어 집값 조정, 기업 부실 위험 등이 민간 소비와 투자를 둔화시키고 수출도 반도체 경기 하강과 글로벌 수요 위축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지난해 9월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2.3%로 내다봤는데 같은 해 12월 1.5%로 0.8% 포인트 내렸다. 같은 기간 일본·호주·뉴질랜드를 제외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46개 개발도상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4.9%에서 0.3%포인트 낮춰 4.6%로 제시했다. 한국을 더 비관적으로 본 셈이다.

국내기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8월 올해 한국 경제가 2.1%가 성장한다고 내다본 한국은행은 같은 해 11월 1.7%로 전망치를 내렸다. 2월 중 발표할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하향할 것도 확실시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3일 기자 간담회에서 “올해 성장률을 (지난해) 11월에는 1.7%로 봤는데 한 달 조금 넘었지만 그사이 여러 지표를 볼 때 그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커질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올해 1.6% 성장한다고 내다본 기획재정부는 아직은 전망에 변화가 없다는 전망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경제 전망에 변화는 없다. 기재부 전망은 (한은 전망에 포함하지 않은) 이후 수출 및 산업 동향 지표가 다 반영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재부 발표 이후에도 올해 들어 수출·내수가 동반 악화하는 등 ‘적신호’가 켜졌다.

최근 전망이 줄줄이 하향한 건 당초 예상보다 한국 경제가 부진해서다. 단적으로 지난해 4분기 경제가 전기 대비 0.4% 마이너스 성장했다. 2020년 2분기(-3%) 이후 2년 6개월 만에 역성장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은 수출 위주 경제 구조라 글로벌 경기 하락에 유독 취약하고,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높아 금리 인상에 따른 소비 제약 영향도 크다”며 “특히 최근엔 경제 의존도가 높은 반도체 경기가 하강한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한국 경제성장률이 2%에 미치지 못한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2020년(-0.7%),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0.8%), IMF 외환위기를 맞은 1998년(-5.1%), 2차 오일쇼크가 터진 1980년(-1.6%)을 제외하고 없는 만큼 1%대 성장을 내다본 것 자체가 위험 신호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까지 어려움을 겪다 바닥을 찍고, 하반기부터 반등하는 ‘상저하고(上低下高)’ 전망에 기대고 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지난해 다락같이 오른 물가나 금리 등 영향이 시차를 두고 나타난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상반기까지 어려움을 겪다 하반기 나아질 것”이라며 “중국 경기 활성화와 반도체 업황 개선이 반등의 관건”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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