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불출마한 나경원 전 의원의 마음을 사기 위한 김기현·안철수 의원의 경쟁이 불붙고 있다.
김기현 의원은 29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 전 의원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 “(나 전 의원과는) 문자로도 연락을 주고받은 게 있었고, 어제(28일) 현장에서 만나 상당한 시간에 걸쳐 얘기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전날 구상찬 전 의원의 아들 결혼식장에서 조우했다고 한다. 김 의원은 전날 부산을 찾았을 때도 관련 질문에 “자꾸 다른 사람의 ‘이름 팔이’를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면서도 “나 전 의원과는 ‘영원한 당원’끼리 통하는 정통성의 뿌리를 공유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나는) 나 전 의원의 전당대회 불출마를 단 한 번도 압박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 경기도 양주시에서 열린 토크콘서트 뒤 취재진에게 “(나 전 의원 관련 얘기를) 제가 더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나 전 의원의) 결정을 존중하고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최근 나 전 의원에게 회동을 제안하는 메시지를 보냈지만, ‘조금 시간을 달라’는 회신을 받은 상태다. 안 의원은 나 전 의원이 출마 여부를 결정짓지 못했을 때부터 ‘수도권 연대’를 기치로 나 전 의원과 힘을 합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해왔다.
김·안 의원이 이처럼 나 전 의원에 매달리는 건 지난 25일 나 전 의원의 중도 퇴장 후 양강의 지지율 싸움이 박빙으로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불출마 선언 직후인 지난 25∼26일 국민의힘 지지층을 상대로 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김 의원 지지율은 40.0%로 직전 조사보다 0.3%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안 의원은 16.7%포인트 증가한 33.9%를 기록했다. 단순 계산하면 직전 조사에서 25.3%를 기록했던 나 전 의원의 지지층 가운데 3분의 2 정도가 안 의원 지지로 옮겨간 모습이다. 이미 윤석열 대통령의 마음인 ‘윤심(尹心)’이 김 의원에게 기울어져 있다는 게 정설인 만큼 ‘나심(羅心)’을 누가 잡느냐가 당권 경쟁의 핵심 변수로 등장한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불출마 선언 뒤 여론조사가 이렇게 요동을 치는 걸 보면 당권 주자들이 나 전 의원 지지층을 포섭하는 게 상당히 절실해졌을 것”이라 말했다.
당사자인 나 전 의원은 ‘전당대회 역할론’에 선을 긋고 있다. 나 전 의원은 29일 국민의힘 출입 기자단과 오찬 간담회를 한 뒤 “(김기현·안철수 의원 등) 많은 분께 연락은 오는 중”이라면서도 “전당대회에서 특별한 역할을 할 일은 없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당내에선 “나 전 의원이 전당대회에서 어떤 형태로든 역할을 할 것”(영남권 초선 의원)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별다른 생각이 없다면 불출마 뒤 잠행을 택했을 텐데, 불출마 선언 뒤 나흘 만에 기자단을 만나는 공개 행보를 했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대통령실과의 갈등 끝에 당권 도전을 포기한 상황에서 나 전 의원이 정치적 활로를 모색하려면 친윤계의 지지를 받는 김 의원에게 힘을 실어줄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 의원과 장제원 의원에게 마음이 상했을 텐데 곧바로 김 의원을 지지하는 게 쉽겠느냐”며 “아직 전당대회까지 한 달 넘게 남았으니 안 의원과 김 의원 모두에게 여지를 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양강의 신경전도 치열해지고 있다. 김 의원은 이날 “다음 대권에 나가야겠다고 생각하면 이번 총선 공천에서 자기편을 넣고 싶은 유혹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안 의원을 겨냥했다. 그러면서 “저는 다음 대선 출마 마음을 접은 사람이고 그래서 공천 과정에서 가장 공정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안 의원은 “김 의원 본인께서 울산시장 재임 시절 대권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며 “내년 총선에서 압승하는 대표가 자동으로 대선 후보가 되는 일은 결코 없다. 그 뒤로도 3년이란 세월이 남았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그러면서 “대선을 직접 경험 안 해보신 분의 단견일 뿐”이라고 김 의원을 직격했다.
김 의원과 안 의원은 전당대회 후보 등록을 앞둔 마지막 주말 동안 부동층인 청년·수도권 표심 공략에 집중했다. 김 의원은 전날 경기도 부천에서 수도권 캠프 출정식을 연 데 이어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자신을 지지하는 청년 모임 ‘YPT(Young People Together)’ 발대식을 열었다. 이어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에서 청년들과 타운홀 미팅을 하며 청년 정책을 점검했다. 안 의원도 이날 경기도 양주에서 청년 500여명과 함께 ‘수도권 청년 미래를 위한 토크콘서트’를 열었다. 이후 안 의원은 경기 의정부시을 당협 당원 간담회에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