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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이 기적 만들었죠"…벌써 4만명 몰린 예산시장, 무슨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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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지난 25일 충남 예산군 예산읍 예산상설시장. 문을 열고 장옥(점포를 헐고 만든 광장) 입구에 들어서자 잔칫집 마당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825㎡ 규모 광장에 옹기종기 모여앉은 사람들이 불판에 고기를 굽고, 국수를 먹고 있었다. 영하 15도 맹추위를 뚫고 예산시장을 보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관광객이다. 평일 낮임에도 테이블 50여 개 중 절반 넘게 자리가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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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시장은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전통시장 살리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곳이다. 예산은 백 대표 고향이다. 그는 2018년부터 예산군과 함께 예산시장 활성화 사업을 하고 있다. 소머리·돼지국밥과 국수를 특화한 백종원 거리 조성에 힘을 보탰고, 시장 안에 골목양조장을 입점시켜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 공실로 방치됐던 상가를 더본코리아가 사들여 옛날 모습을 살린 식당으로 뜯어고쳤다.

지난 25일 충남 예산군 예산읍 예산상설시장 안 광장에서 관광객들이 테이블에 둘러앉아 음식을 먹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 25일 충남 예산군 예산읍 예산상설시장 안 광장에서 관광객들이 테이블에 둘러앉아 음식을 먹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백종원, 타일 한장까지 손 봐…예산시장 부활 

그 자리에 정육점, 닭볶음탕, 닭 바비큐, 국수를 메뉴로 하는 음식점 4곳이 지난 9일 새로 문을 열었다. 상차림 비용을 받고 불판을 빌려주고 쌈 채소, 술을 파는 상점도 생겼다. 가게 주인은 더본외식산업개발원에서 1년여간 교육받은 창업자들이다. 시장을 찾은 관광객 대부분 뉴스나 유튜브를 통해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백 대표 흔적을 찾으며 먹자골목에서 기념촬영 하는 젊은이가 눈에 띄었다.

조세제 예산시장 상인회장은 “명절 기간엔 자동차가 하루에 400대~500대씩 밀려들어 주차할 곳이 없을 정도였다”며 “시장을 찾은 인파가 인근 국밥 거리까지 나가 30m~50m씩 길게 줄을 서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장 방문자 가운데 90% 이상은 외지인”이라며 “백종원 대표가 시장 살리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지금까지 상상하지 못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예산군에 따르면 예산시장에 새 가게가 문을 연 이후 일주일 만에 예산시장 방문객이 1만명을 돌파했다. 방문객은 점차 늘어 24일 기준 4만4000여 명이 시장을 찾았다. 하루 평균 2750명 정도다. 이전에 하루 평균 500명(주말 1000명)인 것을 고려하면 최대 5배 이상 늘었다. 설 기간(21일~24일)에만 2만명이 몰렸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예산시장 살리기 프로젝트’와 관련된 논란에 대해 언급했다. 사진 백종원 유튜브 영상 캡처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예산시장 살리기 프로젝트’와 관련된 논란에 대해 언급했다. 사진 백종원 유튜브 영상 캡처

“시장 터 살려 먹거리 시장으로” 음식점 4곳 창업 

예산시장은 1981년 개설한 연면적 6719㎡ 크기 상설시장이다. 콘크리트 건물 통로 주변으로  어물전, 잡곡, 야채 가게, 포목점, 옷가게, 이불가게 등이 영업했다. 1926년 시작된 예산 오일장과 더불어 번영을 누렸다. 하지만 한때 18만명이던 예산 인구가 7만7000여 명으로 줄면서 극심한 상권 침체를 겪고 있다. 2차례 진행한 시장 현대화 사업도 소용없었다. 개장 초기 110개였던 점포는 현재 50여개에 불과하다.

백종원 대표는 2017년께 그의 이름을 딴 국밥 거리 조성 초기부터 예산시장 활성화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천홍래 예산군 혁신전략팀장은 “백 대표가 예산시장에 와 보더니 ‘옛날에 참 잘됐던 곳인데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며 “애초 시장 터에 주상복합건물을 지으려던 군 계획을 만류하고 옛 모습을 살린 리모델링을 해보자고 먼저 제안했다”고 말했다.

조세제 회장은 “상인회는 상설시장에 터미널을 짓고, 시장 터를 아예 옮기자고 했다”며 “백 대표는 지금과 같은 전통시장 형태로는 다시 시장 문을 열어도 어렵다고 조언했다. 대신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먹거리가 있는 시장으로 바꾸면 어떻겠냐고 설득했다”고 했다.

지난 25일 충남 예산군 예산읍 예산상설시장 안 광장에서 관광객들이 테이블에 둘러앉아 음식을 먹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 25일 충남 예산군 예산읍 예산상설시장 안 광장에서 관광객들이 테이블에 둘러앉아 음식을 먹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사람 없던 시장에 30m~50m 줄 이어져 

이번에 입점한 가게는 금오바베큐·신광정육점·선봉국수·시장닭볶음탕 등 음식점이다. 점포 매입부터 메뉴 개발, 인테리어 기획·공사 전반을 백 대표가 주도했다. 기존에 장사하던 건어물 가게와 중국음식점·칼국숫집도 비슷한 분위기를 내기 위해 리모델링을 도왔다. 비용은 더본코리아가 내거나 백 대표가 개인 돈으로 부담했다.

조정민 더본코리아 부장은 “백 대표는 전통 예스러움과 동남아 야시장을 결합한 느낌을 주고 싶어 했다”며 “가게 간판과 집기류 위치, 조명까지 직접 신경 썼다. 신광정육점 외벽 타일은 디자인을 이유로 4~5차례 교체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양정모(45) 신광정육점 대표는 “주변 상인들과 메뉴가 충돌하지 않아야 한다는 조언을 듣고 삼겹살과 돼지고기 뒷고기를 주력으로 팔게 됐다”고 했다.

장옥 마당은 예산시장만의 독특한 장소다. 원래 점포가 있던 자리를 예산군이 하나둘 매입해 탁 트인 공간으로 만들었다. 시장 안에서 고기를 사다가 상차림 비용을 내고 구워 먹을 수 있다. 국수나 짬뽕 같은 음식도 손님이 원하면 장옥 마당에 나와 먹을 수 있다.

예산시장 인근에 조성된 백종원 거리에는 국밥 가게와 국수 가게가 모여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예산시장 인근에 조성된 백종원 거리에는 국밥 가게와 국수 가게가 모여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장옥 마당서 고기 굽고, 국수 ‘후루룩’ 

50㎝ 높이 원형 양철 테이블에 낮은 의자를 놨다. 사람들이 한데 어울려 먹는 모습을 지나가는 사람이 내려다볼 수 있도록 했다. 건어물을 주로 팔던 대흥상회에선 먹태와 쥐포 구이를 팔아 부수입을 올릴 수 있게 했다. 변지원(48·대구시)씨는 “근현대식 느낌을 주는 가게가 옛날 먹자골목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바로 산 삼겹살을 시장에서 구워 먹을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김모(26)씨는 “다른 전통시장에서 볼 수 없는 이색적인 분위기를 잘 연출한 것 같다”고 했다.

예산시장에는 조만간 5개 점포가 더 들어선다. 튀김과 꽈배기, 피자집과 전집, 전통주점 등이다. 장옥 입구엔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솜사탕과 군밤도 판매할 예정이다. 상인회는 방문객 수가 증가하면 청소와 쓰레기 처리, 주차 관리 인력을 추가 투입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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