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도 결국 주저앉았다…박영선·추미애 여성정치인 흥망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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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에서 대표 불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에서 대표 불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국민의힘 당권 주자였던 나경원 전 의원이 3·8 전당대회 불출마를 결정하면서 여성 유력 정치인들의 행보가 재조명되고 있다. 당장의 흥망성쇠와는 별개로 여성이 드문 정치권에서 존재감을 보여왔다는 점만으로도 잠재력은 여전하다고 평가받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들을 향한 견제 또한 적잖았던 게 한국 정치의 현실이다.

익명을 원한 비윤계 초선 의원은 27일 “나 전 의원의 불출마를 압박하는 대통령실과 친윤계의 방식이 너무 거칠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13일 나 전 의원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과 외교부 기후환경대사직에서 해임한 뒤 “대통령 본의가 아닐 것”이라는 나 전 의원 주장도 반박했다. 친윤 핵심인 장제원 의원은 나 전 의원을 향해 “제2의 유승민이 되지 말라”는 말도 했다.

2021년 4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에서 가진 집중유세에서 기호 1번을 표시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2021년 4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에서 가진 집중유세에서 기호 1번을 표시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여권 핵심부의 이런 반응에 대해 친윤계 초선 의원은 “나 전 의원이 만약 대표가 됐다면 차기 주자로 올라서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받아야 할 주목도가 그쪽으로 쏠렸을 수 있다”며 “윤 대통령이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데 걸림돌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 유력 정치인이 중량감을 키우는 과정에서 내부 반발에 맞닥뜨린 경우는 그 전에도 있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박영선 전 의원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는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의 첫 여성 원내대표가 되면서 주목받았다. 하지만 당시 최대 쟁점이었던 세월호특별법을 놓고 “협상을 잘못했다”며 친노무현계가 몰아세웠고, 버티던 그는 끝내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났다.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후엔 장관 후보로 꾸준히 거론됐지만, 당 주류이던 친문재인계가 “무게감을 키워줄 이유가 없다”며 반발하며 무산됐다. 그는 2019년에서야 비교적 작은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의 장관이 됐다.

2021년 10월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추미애 전 의원이 서울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서울 합동연설회에서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2021년 10월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추미애 전 의원이 서울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서울 합동연설회에서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그는 2021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섰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18.3%포인트 차이로 완패했다. 익명을 원한 민주당 여성 의원은 “박 전 의원이 당에 지원을 호소해도 지도부는 미온적이었다”며 “박 전 의원이 당선돼 중량감이 커지는 것을 경계하는 듯했다”고 말했다.

같은 당 추미애 전 의원 역시 2016년 여성 최초의 민주당 대표가 되며 대선주자 반열에 올라섰지만, 현재는 이렇다 할 활동을 못 하고 있다. 2020년 말 법무부 장관을 지내던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는데, 결과적으로 윤 대통령을 대선주자급으로 만든 점이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친이재명계 초선 의원은 “지난해 8월 이재명 대표가 취임한 뒤 추 전 의원에게 윤석열 정부를 향한 공격수 역할을 맡기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비관적인 시선이 많았다”며 “추 전 의원도 윤석열 정부 후반기까지는 숨 고르기를 하려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2020년 8월 민주당이 부동산 3법을 강행처리할 당시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자유발언을 통해 이를 비판하고 있다. 뉴스1

2020년 8월 민주당이 부동산 3법을 강행처리할 당시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자유발언을 통해 이를 비판하고 있다. 뉴스1

2020년 7월 민주당이 부동산 3법을 강행 처리할 때 “나는 임차인입니다”는 5분 연설로 화제가 된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도 한때 주목받던 여성 정치인이었지만, ‘라이징 스타’에 머무른 경우다.

윤 전 의원은 유명세를 바탕으로 2021년 7월 국민의힘 대선 경선 참여를 선언했지만 한 달 뒤 부친의 농지법 위반 의혹이 드러나자 이를 접고 의원직마저 내려놨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는 ‘이재명 저격수’로 활동하고 있는데 한때 비상대책위원으로도 거론됐지만, 현재는 주요 당직을 맡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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