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회장 선출 절차를 진행 중인 우리금융지주가 후보군을 4명으로 압축해 발표했다. 27일 우리금융지주 임원추천위원회는 차기 회장 2차 후보군(숏리스트)으로 신현석 우리아메리카 법인장, 이원덕 우리은행장, 이동연 전 우리FIS사장,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우리금융 임추위는 1차 차기 회장 후보군(롱리스트)에 이들을 포함한 내·외부 출신 인사 7명을 선정했었다.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사진 우리금융그룹
우리금융 임추위는 “7명의 회장 후보자의 전문성,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능력, 도덕성, 업무 경험, 디지털 역량 등에 대해 충분한 토론 끝에 내부 2명, 외부 2명으로 압축했다”고 발표했다. 2차 후보군 4명 중 신현석 법인장과 이원덕 행장은 우리금융 내부 인사, 이동연 전 사장과 임 전 위원장은 외부 인사로 분류된다.
임추위는 4명의 후보에 대해 다음 달 1일 심층 면접, 3일 추가 면접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후 최종 후보를 단독으로 정해 주주총회에 추천한다. 우리금융 주총은 통상 3월 말 열리는데, 최소 21일 전에 소집통지가 이뤄져야 한다. 그 전에 회장 후보를 선정해야 한다. 늦어도 2월 중에는 최종 후보가 결정될 예정이다.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연합뉴스
2차 후보군에 우리금융 내·외부 출신이 각 2명씩 이름을 올리면서 균형을 맞췄다. 하지만 관료 출신인 임 전 위원장이 포함되면서 ‘관치금융’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 25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우리금융노조 협의회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금융이 모피아(옛 재경부 영문 약자인 ‘MOF’와 마피아의 합성어)와 올드보이의 놀이터로 전락하는 상황이 생길까 우려스럽다”며 “차기 회장 선출에서 내부 조직 상황을 잘 알고 영업 현장 실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내부 출신 인사로 내정해 관치 논란을 불식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임 전 위원장에 대해 공개적인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정치권도 비판에 가세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본인의 페이스북에 “임 전 위원장의 우리금융 회장 도전은 후안무치 그 자체”라며 “돌아온 올드보이들이 금융권에 넘치고 있다. 모피아였다, 금융당국 수장이었다가 금융지주사 회장이 되겠다는 건 그야말로 언어도단”이라고 적었다.
이와 관련 임 전 위원장은 최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전 금융위원장 자격으로 참여하는 것이 아니고, 과거 금융지주(NH농협금융지주)에서 일한 경험과 성과를 바탕으로 대주주나 사외이사들이 필요로 한다면 우리금융에서 일하겠다는 것”이라며 “현재 우리금융이 어려운 상황이고 과도기적 시기인데, 외부에서 객관·중립적인 시각을 가진 인사가 우리금융을 치유해야 하지 않겠냐”고 밝혔다.
한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우리금융 차기 회장 선정 과정에 의문을 제기해 논란을 샀다. 지난 26일 이 원장은 서울 광화문 생명보험교육문화센터에서 14개 생·손보사 최고경영자(CEO)들과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금융 회장 1차 후보가 어떤 기준으로 해서 어떤 경로로 작성된 건지, 또 최종 후보를 만드는 기준과 평가에 필요한 적정한 시간이 확보됐는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또 이 원장은 “주주가 객관적 기준을 물었을 때 사후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정도의 기준이나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최선인데, 지금 절차가 그에 비해 적절한지, 이 시간 내에 그게 가능한지 등은 판단하기 어려워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우리금융 회장 선정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을 한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회장 추천 절차를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일반론을 말한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