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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대공수사권 발언에...野 “정보기관, 권력 밑 두려는 것” 반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원 대공수사권 경찰 이관에 대해 “보완 검토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발언하면서 대공수사권을 둘러싼 여야의 대치 국면이 새롭게 형성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2023 업무보고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2023 업무보고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국민의힘 양금희 수석대변인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27일 여당 지도부와 오찬 회동에서 내년 1월 경찰로 이관되는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에 대해 “(대공수사권은) 해외 수사와 연결돼 있기 때문에 국내에 있는 경찰이 수사를 전담하는 부분에 대해선 살펴봐야 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간첩 등에 대한 수사 권한인 국정원 대공수사권은 2020년 말 당시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강행 처리된 국정원법 개정안에 따라 2024년 1월부터 경찰에 이관될 예정이다. 법 개정 당시 민주당은 “간첩조작과 민간인 사찰의 고리를 끊겠다”고 주장했으나, 국민의힘은 “국가안보에 손실”이라며 필리버스터(무제한 반대토론)로 강경하게 반대했다. 법 개정 이후인 2021년 문재인 전 대통령은 국정원을 방문해 “국정원법 전면 개정입법을 통해 개혁의 확고한 제도화를 달성했다”며 “이제 국정원이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자평했다.

그러나 최근 국정원이 북한 공작원과 접촉한 인사들에 대한 대공 수사를 본격화하면서 정부ㆍ여당에선 대공수사권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재분출하는 상황이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9일 페이스북을 통해 “수십 년 간 축적된 간첩 수사 노하우를 가진 국정원 손발이 묶이면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 누구일까”라며 “국가안보와 국민생명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 최후의 조직은 있어야 한다. 그 조직은 바로 국정원”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은 대공수사권 유지가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것”(13일 박홍근 원내대표)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국회 정보위 민주당 측 간사인 윤건영 의원은 27일 통화에서 “법 개정안에 잉크도 마르기 전에 이런 이야기를 꺼낸 것에 동의할 수 없다”며 “정보기관을 권력 밑에 두고 싶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의겸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검찰 독재 ‘윤석열차’의 역주행은 국정원마저 1970년대 공안정국의 시간으로 되돌려놓았다”며 “대국민 사찰·여론조작을 다시 허용하려는 반헌법적 시도는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지난해 11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윤석열정권정치탄압대책위원회가 주최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및 흉악범죄자 추방 사건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지난해 11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윤석열정권정치탄압대책위원회가 주최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및 흉악범죄자 추방 사건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정부ㆍ여당이 “경찰의 해외정보 수집 능력이 부족하다”는 취지로 대공수사권 이양을 반대하는 게 “경찰의 힘을 빼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전임 국정원장인 박지원 전 원장은 이날 통화에서 “법 개정 직후 내가 경찰청장과 간부들을 국정원으로 초치해서 ‘지금부터 대공수사는 경찰이 사수고, 국정원이 조수격인 합동 수사’라고 말했다. 지금도 국정원과 경찰의 협력 수사가 충분히 가능하다”며 “경찰 힘을 빼고 다 검찰로 가져가고 있는데, (대공수사권 유지도) 그런 맥락 아니겠느냐”고 주장했다. 대공수사권을 둘러싼 정부ㆍ여당의 움직임이 “신(新) 공안정국으로 가려는 것”(박성준 대변인)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여당은 “국회 정보위를 중심으로 대공수사권을 점검해보겠다”고 밝혔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찰에 대공수사를 충분히 할 수 있는 조직이 있느냐, 전문성을 가지고 있느냐는 한 번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며 “정보위 중심으로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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