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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덜란드 당국자, 27일 중국 반도체 수출규제 논의…타결 가능성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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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네덜란드 당국자들이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를 논의하러 워싱턴을 향했으며, 이르면 27일 합의안을 발표할 수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진은 네덜란드의 반도체 제조장비 업체 ASML 직원들이 지난 2019년 4월 조립라인에서 근무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네덜란드 당국자들이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를 논의하러 워싱턴을 향했으며, 이르면 27일 합의안을 발표할 수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진은 네덜란드의 반도체 제조장비 업체 ASML 직원들이 지난 2019년 4월 조립라인에서 근무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를 논의 중인 네덜란드가 이르면 27일(이하 현지시간) 최종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25일 복수의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로이터에 "네덜란드 관리들이 27일 워싱턴에서 미국 측 관리들을 만나 반도체 제조장비 수출 규제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며 "양측이 세부 사항을 조율한다면, 이르면 27일 새 규제 협상안을 발표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어떠한 협상안도 즉시 공개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네덜란드 측이 요구하는 이 협상의 관건은 반도체 산업 전반의 '공급망 안정'이라고 소식통이 전했다. 소식통은 "(수출 규제로) 사소한 공급망 변화라도 일어나면 코로나19 대유행을 계기로 촉발된 반도체 공급부족 사태가 재현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측은 자국의 이해관계와는 무관한 미국의 국가 안보 위협에만 집중한 규제에는 완강히 거부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네덜란드 외무부와 미국 측은 공식 입장을 밝히진 않았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10월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를 발표한 이후 주요 동맹국의 동참을 이끌어내려 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 반도체 장비 산업을 선도하는 네덜란드와 일본을 설득하는 데는 아직 이렇다 할 진전을 보지 못한 상태다. 특히 네덜란드에는 첨단 반도체 미세 공정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ASML이 있다. 실효성 있는 대중 규제를 위해선 네덜란드의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지난 17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를 직접 만나 설득에 나섰다. 하지만 뤼터 총리는 정상회담 후 "네덜란드가 안보 정책과 관련해 미국과 협력하고 있으나 단순하게 새 규제에 합의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의견 조율 과정이 난항임을 시사했다. 그간 네덜란드는 수출 감소와 중국의 보복 등을 우려해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거듭 밝혀왔다.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가 25일(현지시간)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가 25일(현지시간)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특히 자국 기업인 ASML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에 대해선 자체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는 입장을 명확히 해왔다. ASML은 지난해 전체 매출 가운데 15%를 중국으로부터 벌어들였다.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는 25일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 후 기자회견에서 "수출규제 협상이 조만간 타결될 가능성이 있으나 우리는 정치적 협상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면서 "규제의 기술적인 세부 사항이 조율됐는지 여부는 명확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후 그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중국에 대한 매출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ASML의 지난해 대중국 수출은 21억6000만 유로(약 2조9000억 원)였으며, 2021년에도 21억7000만 유로(약 2조9200억 원)로 크게 다르지 않았다. 현재 ASML은 네덜란드 정부의 불허로 중국에 EUV 장비를 공급하지 않고 있으나, 구세대 모델인 심자외선(DUV) 장비는 판매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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