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더 차이나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앞으로 10년이 지구촌 '티핑 포인트'…한국의 돌파구는 동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4면

한미동맹 70년, 한미수교 140년 #중국 “사회주의 반드시 승리” 공언 #미국 “위기의 민주주의 지켜낼 것” #군사·정치·경제 총체적 경쟁 국면 #한국, 가치·신뢰 동맹 더욱 다져야

한미동맹 70년, 한미수교 140년

중국 “사회주의 반드시 승리” 공언미국 “위기의 민주주의 지켜낼 것” 
군사·정치·경제 총체적 경쟁 국면  
한국, 가치·신뢰 동맹 더욱 다져야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 선임위원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 선임위원

“자본주의는 소멸하고 사회주의가 반드시 승리할 것.”(시진핑, 2013년 18차 당대회)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민주주의가 위험에 처해 있다.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민주주의를) 지켜내겠다.”(바이든, 2021년 알링턴 국립묘지 연설)
 “지금부터 5년이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건설을 향해 분투하며 진군할 시점.”(시진핑, 2022.10)
 “지금 우리는 변곡점(an inflection point)에 서 있다. 앞으로 약 10년간 국제질서의 근본적 성격을 결정짓게 될 것.”(바이든 행정부 ‘국가안보전략보고서’ 2022.10)

1953년 8월 8일 경무대에서 열린 한미상호방위조약 가조인식. 변영태 외무장관과 덜레스 미국 국무장관 사이에서 이승만 대통령이 조인식을 지켜보고 있다. 조약의 정식 체결은 그해 10월 1일 워싱턴에서 이뤄졌고, 1954년 1월 비준했다. 조약은 같은 해 11월 17일 비준서를 교환함으로써 발효했다. [사진제공=일조각]

1953년 8월 8일 경무대에서 열린 한미상호방위조약 가조인식. 변영태 외무장관과 덜레스 미국 국무장관 사이에서 이승만 대통령이 조인식을 지켜보고 있다. 조약의 정식 체결은 그해 10월 1일 워싱턴에서 이뤄졌고, 1954년 1월 비준했다. 조약은 같은 해 11월 17일 비준서를 교환함으로써 발효했다. [사진제공=일조각]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말처럼 향후 10년 동안 세계는 격동의 시대를 맞을 것 같다. 마치 100여 년 전 중국·러시아·일본이 한반도와 만주를 놓고 청일전쟁(1894~1895)과 러일전쟁(1904~1905)으로 겨뤘던 혼돈의 시기와 흡사하다. 당시 열강들의 패권전쟁에 약소국들이 식민지로 전락했고, 강대국이었던 중국조차도 나라가 없어졌다. 국력이 쇠진한 조선은 일제에 병합됐고, 이어 한반도는 한국전쟁(1950년) 참화로 잿더미가 됐다.

사회주의 확산 vs 자유와 권리 보호
 대한민국은 19세기 말 조선과 달리 강력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갖고 있지만, 새로운 패권경쟁의 결과에 따라 나라의 운명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공산주의 창시자 격인 마르크스를 가장 위대한 사상가로 존경하는 시 주석은 전 세계에 중국식 사회주의를 확산시키겠다는 입장이 명확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모든 역량을 다해 위기에 빠진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겠다고 한다. 그는 2021년 3월 기자회견에서 “21세기는 민주주의와 권위주의의 싸움”이라고 했다.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주의·공산주의·독재정권 등 권위주의의 도전에 대해 인간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려는 미국 등 민주주의 국가들과의 긴 세월 승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가치 중심의 체제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의 목표는 미국에 대한 승리
 중국은 2049년까지 중국몽(中國夢·중국의 꿈)을 현실화한다는 목표로 사회주의 강대국을 건설해 경제기술, 군사안보에서 세계 일류국가로 서겠다고 한다. 중국군 창군 100주년이 되는 2027년까지 중국군 현대화를 완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2049년엔 (미국과) 싸워 이기는 군대를 건설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2020년 19기 5중전회)
 중국은 2018년부터 국방개혁을 가속하고 있다. 350개 수준인 핵무기를 1000개로 늘리고, 원자력 추진 항공모함 추가 건조, 이지스급 구축함 대량 확보, 5세대 스텔스 전투기와 전략핵폭격기(젠홍-7) 도입 등으로 군사력을 확충하고 있다.
 중국 해군력은 함정 숫자에서 이미 미 해군을 능가할 태세다. 반접근거부(A2/AD) 전략에 따라 동·남중국해에서 미 해군을 견제 및 거부(타격)하기 위해 중국 내륙에 탄도미사일과 초음속미사일을 집중 배치하고 있다. 한반도 동해와 서해에서 중·러 연합 공중·해상훈련은 해가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여름엔 대만을 포위하는 위압적인 사격훈련까지 했다. 2030년대 초반으로 예상되던 대만 강제점령 시기가 2027년으로 앞당겨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에 따라 남중국해-믈라카해협-벵골만-아라비아해-홍해를 연결하는 주요 지역과 남태평양 등에 군사기지를 건설해 해상 거점을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 북한도 핵과 미사일로 가세하고 있다. 핵무기 60~100발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은 중·러에 기대어 대한민국을 위협하고 있다. 핵무기를 우리에게 사용할 수 있도록 군사교리까지 만들었다. 그뿐만 아니라 핵미사일로 미국과 일본을 압박해 한미동맹 약화를 노리고 있다. 국제사회가 북한 핵 개발과 미사일 발사에 대해 제재하고 있는데도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뒤를 봐주고 있는 게 현실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

바이든, 중국 봉쇄정책으로 대처
 중국의 위협적이고 빠른 팽창에 바이든 행정부는 봉쇄정책으로 대처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10월 발표한 국가안보전략서(NSS·National Security Strategy)에서 지금의 안보위협을 19세기 서구 열강, 20세기 미국과 소련이 벌였던 강대국 사이의 전략적 경쟁과 유사하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미국은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외교·경제·군사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려 한다. “자유롭고 개방된 풍요롭고 안전한 세상” 구현이 목표다.
 바이든 행정부는 인도·태평양전략을 통해 쿼드(QUAD)오커스(AUKUS)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로 디지털 무역, 공급망, 공정경제, 인프라와 청정에너지 등 분야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한다. 한·미·일·대만으로 칩4 동맹을 구성해 중국을 반도체 공급망에서 배제하려 한다. 반도체는 중국 경제와 첨단 군사력의 핵심이다. 그야말로 전방위적 경쟁이다.
 또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10월 국방전략서(NDS)를 통해 유사시 중국 등 권위주의 국가에 대한 군사적 대응도 밝히고 있다. 동맹과 우방을 최대한 동원하고, 포괄적이고 통합적인 억제 및 대처 방안을 수립한다는 것이다. 차세대 스텔스 폭격기 B-21, 극초음속 미사일, 스텔스 무인 함정으로 구성된 유령함대, AI를 활용한 무인전투체계 개발도 중국에 대응하기 위한 군사대비의 일환이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한국, 자유·평화·번영 전략
 윤석열 정부도 지난해 말 ‘자유·평화·번영’의 인도·태평양전략을 공개했다. 규범과 규칙, 법치와 인권, 비확산과 대테러, 포괄안보, 경제안보 네트워크, 첨단과학기술 등이 핵심 키워드다. 권위와 강압이 아닌 자유와 인권, 법치라는 보편적 가치를 기반으로 국익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5월에는 서울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갖고 (북핵에 대응하기 위한) 강력한 확장억제, 경제안보, 글로벌 공급망 회복 등으로 한미동맹을 다시 정의했다. 한미동맹은 기존의 군사동맹에서 가치와 기술·경제 등을 포함하는 글로벌 포괄적 동맹으로 진화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먼저 찾은 곳은 군부대가 아니라 평택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었다. 그는 한국에서 주요 그룹 총수 및 경제단체장들과 만나 한국 기업들의 대미투자를 유치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군사·안보에서 경제와 기술분야까지 확장된 한미동맹의 현재 모습이다.

어렵게 맺은 한미상호방위조약
 올해는 한미동맹 70주년이 되는 해다. 한미동맹은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1953.10)로 비롯됐다. 한·미 역사의 시작인 조미수호통상조약(1882)이나 한국전쟁 시기에만 해도 한국이 세계에 내놓을 게 없었다. 존재 자체가 미약했다. 그러나 지금 한국의 위상은 과거보다 더 없이 확대되고 커졌다. 경제력은 세계 10위이고 군사력은 6위다. 핵무기를 제외하면 그 어떤 나라도 재래식 군사력으로 대한민국을 제압할 수 없다.
 한미동맹은 어렵게 맺어졌다. 한국전쟁(1950~53) 중반 미국은 전쟁을 조기에 끝내기 위해 정전협정을 추진했다. 당시 미국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엔 관심도 없었다. 그러나 그때 이승만 대통령은 정전협정에 반대하면서 북진통일을 우기고 반공포로를 석방했다. 나락에 빠진 한국을 구해준 미국과 갈등이 심각했다. 이 대통령은 “중공군이 한국에 잔류하는 것은 한국인에게 통고 없이 사형선고를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정전협정 조건으로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과 한국군에 방위역량 제공을 요구했다. (김열수 『한미동맹 70년 한미역사 140년』)
 한미동맹은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닉슨 독트린과 카터 미 대통령에 의한 주한미군 철수와 안보 공백을 우려한 박정희 대통령의 핵 개발 시도, 한국군 자율성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갈등, 문재인-트럼프-김정은 연쇄 정상회담에 따른 연합훈련 중단과 한미연합대비태세 약화 등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한미동맹이 정상화했지만, 불안한 국제정세와 북한의 핵 위협은 어느 때보다 위험하다. 더구나 앞으로 5~10년 사이엔 국제적인 안보 소용돌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이제 한미동맹 70년을 되돌아보며 세기적 위기의 파고를 헤쳐 나가야 한다. 우리의 능력과 가치, 신뢰가 동맹의 가장 중요한 요인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쿼드=인도·태평양에서 중국의 강압적인 팽창에 대응하는 미국·일본·호주·인도로 구성된 4개국 협력체.
☞오커스=미국·호주·영국의 3각 동맹.
☞IPEF=바이든 행정부가 주도한 인도·태평양 지역 경제·안보 플랫폼. 중국을 제외한 미국·한국·일본·호주·베트남 등 14개국으로 구성.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