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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안철수 여당대표 경선 양자구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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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3·8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는 나경원 전 의원의 불출마로 사실상 김기현·안철수 의원의 2파전 양상이 됐다. 나 전 의원 지지층이 누구에게로 향할지가 관전 포인트다. 결선투표 여부에 따라서도 승부의 추가 실리는 쪽이 달라진다.

나 전 의원은 25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불출마 회견을 하고, 특정 후보와 연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전당대회에서 제가 어떤 역할을 할 공간은 없다”고 말했다. 나 전 의원을 돕는 박종희 전 의원도 취재진에게 “여기저기 손잡자는 연대 제의가 오는데 안 받고 있다”고 말했다.

나 전 의원의 불출마가 김기현 의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거란 관측이 정치권에선 적지 않다. 영남·노년·정통 보수층에서 김 의원과 나 전 의원의 지지층이 겹쳤기 때문에 나 전 의원이 불출마할 경우 그 지지층의 다수가 김 의원에게로 이동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김 의원을 미는 친윤계가 나 전 의원을 “반윤(反尹) 우두머리”(장제원 의원)라며 불출마로 압박해 온 이유기도 하다.

김 의원은 나 전 의원의 불출마 선언 직후 “고뇌에 찬 결단에 경의를 표한다”며 환영의 뜻을 보였다. 이어 “윤석열 정부 성공이라는 국민 염원을 실천하려는 자기희생으로 이해한다”며 “함께 동고동락해 온 나 전 의원과 손에 손잡고 멋진 화합을 이루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반윤 대표 유승민, 입지 넓어져…“전대 출마 가능성 커졌다” 관측도

김기현

김기현

그러나 결선투표까지 가면 승패의 향배는 모른다. 양자대결 여론조사에선 안 의원이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고 있어서다. YTN·엠브레인퍼블릭이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조사(22~23일)에서 양자대결 시 안철수 의원은 49.8%를 얻어 김기현 의원(39.4%)을 10.4%포인트 차로 앞섰다. 오차범위 밖 우세다. 1차 투표에서 김 의원이 과반을 차지하지 못해 일대일 결선투표로 가면 안 후보가 유리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나경원 전 의원 불출마로 결선투표까지 갈 것이냐가 관건이다. 나 전 의원 지지층이 김 의원에게 쏠릴 경우 다자대결에서 현재도 불리한 안 의원이 더 불리해지기 때문이다. 안 의원은 페이스북에 “나 전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 안타깝고 아쉽다”며 “나 전 의원이 출마했다면 당원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주고 국민의 관심도 더 모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썼다.

안철수

안철수

다만 결선투표로 가지 않더라도 사실상 경선 때부터 일대일 구도로 압축되면 지명도 등에서 우월한 안 의원이 김 의원을 따돌릴 수 있다는 것도 안 의원 측 복안이다. 안 의원 측은 “나 전 의원이 ‘윤핵관’의 완력 등으로 나서지 못했다는 점이 부각되면, 그 지지표가 안 의원에게 올 수 있다”는 분석도 하고 있다. 이날 주식시장에서 나 전 의원 불출마 직후 안 의원이 최대주주(지분 18.6%)인 안랩의 주가는 상종가를 기록했다.

유승민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윤 대통령을 직격해 온 유 전 의원은 최근 나 전 의원이 윤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는 듯한 모양새를 띠면서 운신의 폭이 좁아졌는데, 나 전 의원의 불출마와 함께 유일한 ‘반윤(반 윤석열)’ 주자라는 공간을 다시금 되찾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 전 의원은 지난 11일 “(출마 관련) 숙고의 시간을 가지겠다”는 말을 끝으로 잠행 중이다. 유 전 의원 출마 여부도 국민의힘 전당대회의 주요 변수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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