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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첫 천만 ‘아바타2’…“N차 관람 부른 비주얼이 흥행 비결”

중앙일보

입력

영화 '아바타: 물의 길'은 2009년 개봉해 국내에서만 1362만명을 모은 전편을 13년 만에 잇는 속편이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아바타' 시리즈가 5편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영화 '아바타: 물의 길'은 2009년 개봉해 국내에서만 1362만명을 모은 전편을 13년 만에 잇는 속편이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아바타' 시리즈가 5편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지난달 14일 개봉한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영화 ‘아바타: 물의 길’(이하 ‘아바타2’)이 24일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올해 첫 천만 영화에 등극했다.

이날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전날까지 누적 관객 수 997만 8943명을 기록한 ‘아바타2’는 개봉 42일째인 이날 오전 누적 관객 수 1000만 명을 돌파했다. 역대 국내 개봉 영화 가운데 29번째이자, 외화 가운데서는 9번째 천만 달성이다. 2020년 코로나19 확산 이후로 보면 ‘범죄도시2’에 이어 두 번째로 천만 고지를 넘은 작품이다.

‘아바타2’의 흥행 요인으로는 1편을 관람한 관객들의 높은 기대감을 충족시킨 압도적 비주얼이 첫손에 꼽힌다. 2009년 개봉한 ‘아바타’는 3D 기술로 구현한 환상적인 비주얼과 세계관으로 관객을 매료시키며 국내 개봉 외화 사상 최초로 천만을 넘겼다. 그로부터 13년 만에 돌아온 ‘아바타2’는 전편에 비해 한층 진보한 기술력으로 전에 없던 영화적 체험을 선사했다.

정태민 메가박스 마케팅팀장은 “‘아바타2’는 3D 미학을 처음 선보인 1편 때의 경험에서 한 차원 더 진일보한 기술을 바탕으로 수중 세계를 현실감 있게 구현했다”며 “팬데믹을 거치면서 관객들이 집에서 OTT로 봐도 상관없는 영화와 ‘극장에서 봐야 하는 영화’를 구분하기 시작했는데, ‘아바타2’는 좋은 화질과 음향으로 봐야 할 이유가 확실한 작품이기에 관객이 극장을 찾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52%가 3D·4D로 관람…“이제 특수관이 메인”

영화 '아바타: 물의 길' 스틸컷.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영화 '아바타: 물의 길' 스틸컷.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단순 관람을 넘어 영화적 체험을 중시하는 관객들의 성향은 3D, 4D 등의 특수관에 예매가 몰리는 현상으로 나타났다. 영진위 집계(19일까지 기준)에 따르면 ‘아바타2’ 누적 관객 가운데 일반 2D 포맷으로 관람한 비율은 48%였고, 나머지 52%의 관객은 3D 디지털(32.7%), IMAX 3D(7.7%), 4D(6.8%), ScreenX(2.5%), 돌비시네마 3D(2.4%) 등 특수관에서 관람했다. 정태민 팀장은 “이제는 특수관이 메인스트림(주류)이 되어가는 흐름”이라고 ‘아바타2’가 가져온 변화를 요약했다.

다양한 특수관 선택지는 포맷별로 관람하고픈 욕구를 부추겨 ‘N차 관람’(동일한 영화를 2회 이상 보는 것)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CGV 집계에 따르면 ‘아바타2’를 N차 관람한 비율은 12.4%(티켓 수 기준)였다. 지난해 개봉 영화 중 N차 관람이 많기로 유명했던 ‘헤어질 결심’의 N차 관람률이 3.3%(개봉 1주차)였던 것과 비교해 보면 ‘아바타2’를 여러 번 관람한 관객 비중이 얼마나 높은지 체감할 수 있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아바타2’는 극장에서 봐야 하는 영화임을 증명해낸 것에 더해 포맷별로 미묘하게 달라지는 경험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을 자극해 N차 관람을 불러일으켰다”고 말했다.

경쟁작 부재, 가족 이야기…연말연시 ‘아바타2’로 쏠렸다

같은 기간 관객 수를 분산시킨 뚜렷한 경쟁작이 없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연말은 극장가 대목으로 꼽히지만, 지난해에는 ‘아바타2’라는 글로벌 대작이 일찌감치 개봉을 예고한 탓에 대부분의 한국 영화는 이 시기를 피해갔다. 윤제균 감독의 ‘영웅’이 한국 대작으로는 유일하게 ‘아바타2’에 이어 일주일 차이로 개봉하며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268만 명(20일 기준)을 모으는 데 그쳤다.

영진위가 지난 10일 발표한 ‘2022년 12월 한국 영화산업 결산’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체 매출액 1576억원 가운데 ‘아바타2’의 매출(903억원)이 절반을 훌쩍 넘기며 전체 시장을 견인했다. 관객 수도 12월 전체 관객수 1417만명 중 절반 이상(731만명)이 ‘아바타2’의 몫이었다.

영화 '아바타: 물의 길' 스틸컷.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영화 '아바타: 물의 길' 스틸컷.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이처럼 ‘아바타2’에 관객이 더 몰린 건 연말연시 가족, 친구와 함께 즐기기 적절한 영화라는 점도 작용했다. “이 영화는 가족을 향한 러브레터”라는 캐머런 감독의 설명대로, 영화는 제이크 설리(샘 워싱턴)와 네이티리(조 샐다나) 가족이 함께 위기를 헤쳐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가족애를 핵심 정서로 내세웠다. 독립운동가의 마지막 1년을 다룬 ‘영웅’에 비해 가족 단위 관객이 더 가벼운 마음으로 택할 만한 선택지였던 셈이다.

실제 CGV 집계에 따르면, ‘아바타2’의 관람객 가운데 홀로 관람한 비중은 19.1%에 불과했고, 대부분이 2인(60.6%) 혹은 3인 이상(20.3%) 단위 관객이었다. 황재현 CGV 전략지원 담당은 “‘아바타2’는 같은 시기 ‘영웅’ 외에는 이렇다 할 작품이 개봉하지 않는 등 개봉 타이밍 면에서도 유리했다”며 “가족이 함께 보기 좋은 영화로 꼽힌다는 점에서 설 연휴 기간 다시 순위가 치고 올라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1편 보다는 느린 흥행…“2편이 남긴 숙제 극복해야”

영화 '아바타: 물의 길' 스틸컷.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영화 '아바타: 물의 길' 스틸컷.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다만 ‘아바타2’의 천만 달성 속도는 전편에 비해서는 느린 편이다. 1편이 38일 만에 천만을 돌파한 데 비해, ‘아바타2’는 42일이 걸렸다. 이는 다른 천만 외화 가운데 ‘알라딘’(53일), ‘인터스텔라’(50일), ‘겨울왕국’(46일)보다는 빠르지만, ‘어벤져스: 엔드게임’(11일), ‘겨울왕국2’(17일),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19일),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25일)보다는 느린 속도다.

1편에 뒤쳐지는 흥행 속도에 대해선 3시간12분(192분)이라는 긴 러닝타임, 빈약해진 서사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정지욱 평론가는 “만약 러닝타임이 좀 더 짧았다면 이보다는 빨리 천만을 넘었을 것”이라며 “사실 긴 상영시간 상당 부분이 액션으로 채워졌고, 1편이 철학적인 생각 거리가 풍부했던 것에 비해 2편의 서사는 기대에 못 미쳤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 편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반복된다면 관객의 외면을 당할 수도 있다”며 “시리즈가 계속 사랑받기 위해서는 2편이 남긴 숙제를 극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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