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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핵관 뜨면 尹지지율 하락"…'힘' 받다 '짐' 될라, 용산 딜레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민의힘 차기 대표 경선에 출마한 김기현 의원(왼쪽 )이 5일 송파구민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송파을 신년인사회에서 장제원, 배현진 의원과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차기 대표 경선에 출마한 김기현 의원(왼쪽 )이 5일 송파구민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송파을 신년인사회에서 장제원, 배현진 의원과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역대 정권 마다 대통령의 친위 세력 관리는 국정 성패와 직결되는 민감한 사안이었다. 2000년대 이후 친노·친이·친박·친문으로 이어져 온 청와대 직할그룹은 국회 안팎에서 대통령의 국정과제를 견인하는 엔진 역할을 맡았고, 야당이 대통령을 공격할 때면 온 몸을 던져 보호하는 방패 노릇도 했다. 당연히 이들에겐 권력의 요직이 주어졌으나, 종종 친위부대의 입김이 도를 넘어서면 여론의 역풍이 일어 대통령 국정운영에 부담이 되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에선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으로 불리는 친윤 그룹의 부상이 두드러진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윤핵관과 관계가 불편한 나경원 전 의원이 전당대회 출마 행보를 보이자, 장제원 의원을 비롯한 윤핵관이 나 전 의원을 집중 공격하면서 당내 파열음이 일었다. 윤핵관의 공격은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16~17일 실시한 국민의힘 대표 경선 조사에서 윤핵관이 미는 김기현 의원은 40.3%로 1위였고 나 전 의원은 25.3%였다. 같은 기관의 12~13일 조사와 비교해 김 의원은 7.8% 포인트 상승했고, 나 전 의원은 1.6% 포인트 하락했다. 한때 여론조사에서 큰 폭으로 1위를 달리던 나 전 의원이 순식간에 2위로 밀려난 건 윤핵관의 공격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봐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7일 오후(현지시간) 스위스 취리히 시내 호텔에서 열린 스위스 동포 초청 만찬간담회에서 손뼉 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7일 오후(현지시간) 스위스 취리히 시내 호텔에서 열린 스위스 동포 초청 만찬간담회에서 손뼉 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그러나 윤핵관은 양날의 칼이기도 하다. 리얼미터가 16일 발표한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주간 지지율(9일~13일 2508명 조사)은 39.3%로 전주 대비 1.6%포인트 하락해 5주 만에 30%대로 내려앉았다. 지난 12일 발표된 갤럽 조사(10~12일 1002명 조사)에서도 윤 대통령 지지율은 6주 만에 2%포인트 하락한 35%를 나타냈다.(자세한 내용은 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여론 전문가들은 ‘윤핵관’과 나 전 의원의 갈등이 대통령 지지율에 악재가 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대통령실 참모는 “윤핵관이 부각될수록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며 “윤핵관이 든든하면서도 조금 부담도 되는 딜레마적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과거 정권에서도 대통령 친위부대가 부각이 될 수록 장기적으로 청와대의 짐이 된 경우가 많았다. 2016년 총선때 새누리당 친박 그룹이 ‘진박(眞朴) 공천’을 밀어붙이다 당 내분이 일어나 결국 공멸했던 게 대표적 사례다.

윤 대통령은 이달 초 언론 인터뷰에서 윤핵관의 존재를 부정했다. 윤 대통령은 “여의도 정치를 내가 얼마나 했다고 거기에 무슨 윤핵관이 있고 윤심이 있겠나”라고 말했다. 한 대통령실 참모는 “윤핵관은 이준석 전 대표가 만든 고약한 프레임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의 정치 경력이 짧기 때문에 오히려 윤핵관이 부각될 수 밖에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여당의 한 초선 의원은 “윤 대통령의 당내 기반이 취약하기 때문에 여의도 정치는 친윤계 의원들에게 역할 분담을 맡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나 전 의원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에서 해임된 것과 관련해 지난 17일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대통령께서 나 전 의원의 그간 처신을 어떻게 생각하실지는 본인이 잘 알 것”이란 입장문을 내놓으면서 큰 파장이 일었다. 윤핵관에 이어 윤 대통령 본인이 직접 나 전 의원 출마 논란에 개입한 모양새가 된 것이다.

이에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공직에 관련한 문제라 입장을 밝힌 것일 뿐 전당대회와 관련은 없다”고 말했다. 앞으로 대통령실은 전당대회와는 거리를 두며 민생 행보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순방 성과에 대한 후속 조치와 추가적인 3대 개혁 드라이브도 강하게 걸 예정이다. 나 전 의원과 각을 세웠던 친윤계 의원들도 요즘 공개 비판을 자제하고 있다. 장 의원과 ‘김장연대’를 내세우며 전당대회에 출마한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마다 “김장은 숙성되도록 놓아두고 연포탕(연대·포용·탕평)을 끓이겠다”며 숨을 고르고 있다. 대통령 친위부대가 너무 부각되는게 여론에 별 도움이 안된다는 점을 의식한 듯 하다.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17일 오후 대구 동구 팔공총림 동화사를 방문해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뉴시스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17일 오후 대구 동구 팔공총림 동화사를 방문해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뉴시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이 ‘이준석 대표 체제’에서 곤욕을 치렀던지라 대통령실이 향후 여당의 당권에 무관심할 것으로 보는 사람은 없다. 윤 대통령의 성공은 내년 총선에 달렸고, 이를 위해선 당내 갈등이 반복돼선 안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럴러면 국민의힘에서 윤핵관이 주도적 역할을 맡는 게 필수적이다. 다만 그렇다고 윤핵관이 당내 비주류를 너무 압박하는 것으로 비춰지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윤 대통령 입장에선 윤핵관뿐 아니라 여권 전체에 대한, 나아가 중도층 민심까지 겨냥한 섬세한 정무적 관리가 필요한 셈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어떤 정부든 대통령 친위그룹 관리는 국정 성공의 핵심 요소”라며 “내년 총선을 앞둔 윤석열 정부에겐 더욱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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