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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만에 전투기 4대 격추…'한국전 탑건' 美노병 지각훈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 해군 십자훈장 받은 한국전 참전용사 로이스 윌리엄스(가운데). 사진 카를로스 델 토로 미 해군성 장관 트위터 캡처

미 해군 십자훈장 받은 한국전 참전용사 로이스 윌리엄스(가운데). 사진 카를로스 델 토로 미 해군성 장관 트위터 캡처

톰 크루즈가 태어나기 10년 전에 이미 현존하는 '탑건'이었다고 평가받는 미군 파일럿이 70년 만에 공훈을 제대로 인정받았다고 21일(이하 현지시각) CNN이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미 해군은 20일 캘리포니아주에서 기념식을 열고 1952년 한반도 동해 상공에서 30여분 만에 소련 전투기 4대를 격추한 한국전 참전용사 로이스 윌리엄스(97)에게 해군 십자훈장(Navy Cross)을 수여했다.

앞서 윌리엄스에게는 한국전쟁 기간이었던 1953년 5월 은성무공훈장이 주어진 바 있는데, 70년 만에 당시 무공을 재평가받고 미 해군에서 2번째로 높은 훈장을 받게 된 것이다.

카를로스 델 토로 미 해군성 장관은 "훈장 등급 상향을 위해 검토한 많은 제안 중 윌리엄스의 사례가 단연 두드러졌다"며 "그의 행동이 명백히 비범하고 더 높은 훈장의 기준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미 해군 십자훈장 받은 한국전 참전용사 로이스 윌리엄스(가운데). 사진 카를로스 델 토로 미 해군성 장관 트위터 캡처

미 해군 십자훈장 받은 한국전 참전용사 로이스 윌리엄스(가운데). 사진 카를로스 델 토로 미 해군성 장관 트위터 캡처

1952년 11월 18일 당시 27세였던 윌리엄스는 한국전에 참전해 미 해군의 제트 전투기인 F9F 팬서를 조종했다. 그날 윌리엄스는 동해상에서 작전 중이던 항공모함 오리스카니호에서 이륙해 다른 3명의 전투기 조종사와 함께 한반도 최북단인 압록강 인근 상공에서 정찰 임무를 수행했다.

그러다 정찰대 대장이 전투기의 기계적인 문제로 호위기와 함께 기동대 본부로 돌아갔고, 상공에는 윌리엄스와 그의 호위 조종사만 남겨졌다.

그때 갑자기 소련의 미그-15 전투기 7대가 나타나 미 기동대 쪽으로 향하는 것이 확인됐고, 기동대 지휘관들은 윌리엄스 등 2명의 조종사에게 미그기와 미 군함 사이에 전투기를 배치하라고 명령했다.

이 과정에서 미그기 4대가 윌리엄스 쪽으로 돌아서 사격을 시작했다고 월리엄스는 회고했다. 이에 맞서 그도 미그기의 꼬리 부분에 발포했고, 소련 전투기 편대가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미 해군기념관 웹사이트의 설명에 따르면 윌리엄스는 당시 전투 과정에서 F9F에 탑재된 20mm탄 760발을 모두 쏘았다. 그의 사격에 미그기 4대가 잇달아 격추됐다.

월리엄스의 공적은 당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미 대통령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하지만 자칫 3차 세계대전에 불을 붙일 수도 있다는 이유로 기밀에 부쳐졌다.

윌리엄스는 2002년 기밀이 공식적으로 해제될 때까지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았다.

이후 참전용사 단체들이 윌리엄스의 훈장 등급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고 70년 만인 지난해 12월 미 해군이 십자훈장 수여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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