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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연대’ 때리고 수도권 연대 띄운 安…진짜 복병은 나경원? [3·8 국민의힘 전당대회]

중앙일보

입력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안철수 의원은 발언에 신중한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다. 직설적인 비판보다는 완곡한 표현을 즐겨 쓰기 때문이다. 지난달 26일 ‘김·장 연대’(김기현·장제원 연대)에 대해 “썩 바람직하지 않다”고 평가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런 안 의원의 입이 요즘 날로 독해지고 있다. 안 의원은 경쟁자인 김기현 의원을 겨냥해 8일 “윤심(尹心) 팔이 후보”라고 공격하더니, 13일에는 “민주당식 토착왜구 세계관”이라고 비판했다. 이 비판은 7일 김 의원이 ‘당원투표 100% 경선 규칙’을 두둔하며 “한국 축구 감독을 뽑는데 일본 국민 의견을 30% 반영하라는 것이 가능하냐”고 말한 것을 반박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16일에는 김·장 연대에 대해 “영남연대가 본질이고, 줄을 안 서면 공천을 못 받을 것이라는 공포정치”라고 맹비난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당대표 후보 출정식을 열고 비전 발표를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당대표 후보 출정식을 열고 비전 발표를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정치권에서는 최근 지지율 상승세를 탄 김 의원을 견제하기 위해 안 의원이 공세 수위를 높였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 의원이나 나경원 전 의원보다 열세였던 김 의원은 최근 복수 조사에서 1위를 기록하며 치고 나갔다.

안 의원 측은 안 의원이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과 단일화한 ‘연대 보증인’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반(反)김 연대’ 전선을 넓히는 전략을 펴고 있다. 안 의원 측은 “결국 결선 투표에서 김 의원과 최종 일대일 대결을 하면 안 의원이 더 승산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1, 2위 후보가 다시 승부를 가리는 결선투표를 한다.

안 의원은 16일 라디오에서 “결선투표 전 떨어진 후보들은 각자 ‘나는 누구를 더 지지하겠다’고 말할 것”이라며 반김 연대의 표심이 결국 자신에게 쏠릴 가능성을 언급했다. 19일 대구 서문시장에서는 “결선투표에서 1위 할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안철수 의원이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2023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성룡 기자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안철수 의원이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2023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성룡 기자

안 의원은 특히 나 전 의원의 출마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나 전 의원을 향한 친윤계의 공세를 ‘백태클, 집단린치’에 비유하며 엄호했다. 또 다른 당권 주자인 윤상현 의원과는 ‘수도권 대표론’을 고리로 연대를 맺고 있다. 안 의원 지역구는 경기 성남분당갑, 윤 의원은 인천 동-미추홀을이다. 안 의원은 19일 대구에서 “수도권 중심으로 대응해야 총선에서 이길 수 있다”며 “윤 의원이나 나 전 의원과 생각을 공유하는 지점이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당내에서는 “나 전 의원은 안 의원에게 양날의 검 같은 존재”라는 반응도 나온다. 반김 연대 측면에선 파트너라고 볼 수 있지만, 당 대표 경쟁자로 보면 나 전 의원의 존재감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안 의원 측은 통화에서 “실제 책임당원 투표에 들어가면 안 의원의 경쟁력이 확실히 입증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당대표 후보 출정식에 참석해 청년들과 인사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당대표 후보 출정식에 참석해 청년들과 인사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18일 열린 안 의원 캠프 출정식에는 의원실 추산 700여 명이 모였다. 현역 의원 중에서는 이명수·이용호·지성호·최연숙 의원이 자리했다. 안 의원은 지난 9일 의원 40명이 모인 김 의원 캠프 출정식보다 참석 의원이 적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일부러 의원을 부르지 않았고, 청년 위주로 고민을 나누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 측은 “안 의원은 인지도가 강점인 만큼 세를 과시하는 아날로그식이 아닌 실무형 캠프가 콘셉트”라고 전했다.

안 의원 캠프는 3선 출신 김영우 전 의원이 선대위원장을 맡아 이끌고 있다. 총괄본부장은 안 의원의 최측근인 김도식 전 서울시 정부부시장이 맡았다. 원내에서는 탈북자 출신 지성호 의원이 안 의원의 러닝메이트로 청년최고위원에 도전장을 냈다. 후원회장은 한규홍 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부원장이 맡고, 대변인단에는 손수조 차세대미래전략연구위원과 김동국 대구시당 디지털정당위원장이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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