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스타트업 아이디어 도용 의혹 또 터졌다…이번엔 영양제 디스펜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3면

대기업 롯데헬스케어 제품(왼쪽)과 스타트업 알고케어의 영양제 디스펜서. [사진 알고케어]

대기업 롯데헬스케어 제품(왼쪽)과 스타트업 알고케어의 영양제 디스펜서. [사진 알고케어]

롯데헬스케어가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도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롯데헬스케어는 “사실이 아니다”며 부인하고 있다. 표절 의혹을 제기한 곳은 삼성전자 창업육성 프로그램 C랩 출신 스타트업 알고케어다. 지난 2019년 설립된 이 회사는 영양제 카트리지가 장착된 사물인터넷(IoT) 기기에서 영양제를 조합해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디스펜서를 만든다.

알고케어는 이번 CES 2023에서 롯데헬스케어가 선보인 영양제 디스펜서 ‘필키’가 알고케어 제품을 베낀 것이라고 18일 주장했다. 회사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 제소 등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롯데헬스케어는 “문제없으니 맞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알고케어 측은 2021년 9월 시제품을 들고 롯데그룹 벤처캐피털(VC)인 롯데벤처스 및 롯데헬스케어 관계자들을 만났을 때 “롯데헬스케어가 투자 및 사업협력을 명목으로 알고케어가 개발 중이던 제품과 사업 전략 정보를 획득했다”고 주장한다. 정지원 알고케어 대표에 따르면, 롯데헬스케어는 ▶제품의 작동원리 및 구조 ▶고유 구성품목의 구조 ▶사업모델 관련 규제 검토 내용 ▶영양제 생산처·생산방식·유통기한 ▶특허 등 지식재산권 관련 정보 ▶카피캣 방어 전략 및 현황 등을 요구했다고 한다.

롯데헬스케어 측은 “전략적 투자(SI)를 하려고 했으나, 알고케어와 이견을 좁히지 못해 불발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롯데도 맞춤형 건강기능식 제공 등 내부 로드맵에 따라 제품을 개발했을 뿐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탈취한 게 아니라고 주장한다. 또 “규제는 양측이 협력한다면 당연히 검토해야 할 부분이었다”며 “신뢰할 만한 생산처와 원료를 확보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영양제 생산처에 관해 물었고 세부 정보는 공개 못 한다는 알고케어의 답변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이번 사건과 유사한 사례로는 지난 2021년 LG유플러스 표절 논란이 있다. 스타트업 청소연구소에 투자를 제안했던 LG유플러스는 투자 불발 이후 자사가 개발한 ‘홈인’ 앱을 내놓으면서 청소연구소와 앱 디자인이 유사하다는 논란이 일었다. 당시 LG유플러스 측은 표절을 부인했다. 이후 홈인은 사업 9개월 만에 철수했다.

스타트업 업계는 대기업이 스타트업의 약점을 악용한다고 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스타트업 지원기관 관계자는 “스타트업은 장기간의 법률 분쟁을 버티기 어려운데, 대기업들이 이걸 알고 ‘밀어붙이면 된다’고 여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사건을 인지한 즉시 기술침해 행정조사 전담 공무원과 전문가를 파견해 스타트업과 대응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