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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투자 전성시대…지난해 개인 순매수액 20조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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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주식이 가고 채권이 왔다. 최근 개인 투자자 사이에서 채권 투자가 인기다. 지난해 개인 투자자가 순매수한 채권 규모만 20조6000억원에 이른다. 2021년(4조6000억원)보다 4.5배 늘었다. 이런 흐름 속 ‘상채하주(상반기엔 채권, 하반기엔 주식이 유망)’란 신조어까지 등장하며 증권사는 채권 투자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하지만 시장 금리가 내려가며 채권 가격이 상승해 일부 고액자산가는 벌써 ‘엑시트(Exit·투자 회수)’를 고민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전문가는 올해 채권 투자가 매력적인 이유로 ‘밸류에이션’을 꼽는다. 쉽게 말해 “싸다”는 의미다. 1976년부터 지난해까지 블룸버그의 ‘미국 총채권 지수’ 성과를 살펴보면 지난해엔 -13%를 기록했다. 미국 총채권 지수는 미국에서 거래되는 모든 채권을 담고 있는 지수로 지난해 수치는 1960년 이후의 최악이다.

1976년부터 지난해까지 46년간 이 지수의 평균 수익률은 8.65%였다. 이 기간 지수가 마이너스로 내려간 건 1994년·1999년·2013년·2021년 네 번뿐으로 이때 수익률도 -3~-1%에 머물렀다. 마경환 GB투자자문 대표는 “투자의 관점에서 보면 채권 가격이 매우 싸졌다는 것”이라며 “이렇게 채권 투자하기 좋은 여건을 찾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채권은 주식과 달리 수익을 내는 이중 장치가 있다. 지금으로써는 둘 다 매력적이라는 게 시장의 평가다. 먼저 이자 수익의 경우 투자 위험이 거의 없는 미국 3년물 국채 금리도 3% 후반대다. 여기에 금리가 내려가면 채권 가격이 오르며 자본 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 증권가에선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이 올해 상반기에 멈추고, 올해 하반기 혹은 내년엔 금리를 다시 내릴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채권 투자자가 고민하는 건 단기 채권과 장기 채권 투자 여부다. 만기가 길수록 금리 변화에 민감해 향후 통화 정책 전망에 따라 투자 결정이 엇갈려서다. 일반적으로 경기 상승기엔 기준 금리가 올라 채권 금리도 상승한다. 금리가 오르면서 채권 가격은 하락하는데 이때는 만기가 짧은 채권에 투자해 채권 가격 하락 위험을 최소화하는 게 유리하다. 반대로 경기 하락기에는 채권 금리가 하락해 채권 가격이 오르게 되는데, 상승분을 최대한 많이 가져가기 위해서는 장기 채권에 투자하는 게 유리하다.

새해 들어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최종금리 수준에 근접했다는 분석이 늘며 장기 채권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장기 채권은 Fed가 기준금리 수준을 시장 기대치보다 높인다면 손실 폭이 커질 수 있다.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고 신용등급이 양호한 만기 2년 이하의 은행채·카드채·회사채 등에 대한 수요가 꾸준한 것도 이 때문이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장기간 받아들일 만한 적정 수준의 이자를 받으면서 언젠가 주어질 자본 차익을 취할지, 아니면 짧은 만기의 고금리 채권을 선택할지는 개인의 성향과 자금 수요 스케줄에 따라 다르다”고 분석했다.

막상 직접 채권 투자를 하기 위해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열어보면 다양한 수익률 표기에 당황할 수 있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개인 투자자 입장에선 은행 예금과 직접 비교할 수 있는 ‘은행환산수익률(세전환산수익률)’을 보는 게 가장 이해하기 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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