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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 블랙박스 돌려놔 불륜 현장 촬영…남편 잡으려다 유죄,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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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불륜 증거수집 

#남편의 외도를 의심했던 A씨는 남편의 휴대전화를 열었습니다. 불륜의 증거는 카카오톡 채팅방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어요. ‘대화 내용 내보내기’로 모든 대화를 자신의 e메일로 보냈습니다. 내친김에 남편의 구글 드라이브에서 불륜 사진까지 다운받았죠.

#아내의 휴대전화를 풀지 못한 B씨는 사설업체를 찾아 잠금 해제했죠. “언젠가 너와 영원히 함께할 날을 기다리며 열심히 살게, 사랑해.” 아내와 직장 동료 사이의 불륜 대화를 발견한 B씨는 아내 전화로 단톡방을 만들어 아내의 지인 200명을 초대한 뒤 낱낱이 공개했어요. A씨와 B씨는 이후 이혼소송을 냈지만 거꾸로 형사처벌을 받습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여기서 질문!

부부이고 가족인데 휴대전화 잠금을 해제하고 카카오톡 대화를 읽어본 게 모두 범죄라고요?

☞관련 법령은?

상대방 허락 없이 카카오톡이나 구글 드라이브, e메일 계정에 로그인하는 것은 타인 정보통신망에 ‘침입’하는 불법 행위입니다. 이렇게 ‘침입’해서 얻어낸 비밀을 퍼뜨리는 것 역시 정보통신망법이 금지하는 행동입니다.

☞당신의 법정

A씨는 재판에서 “남편이 카카오톡 계정 등을 언제든지 확인할 수 있도록 묵시적으로 허락했다”며 “정보통신망 침입이 아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남편이 “알려준 적도, 허락한 적도 없다”고 진술했기 때문이죠. A씨가 남편 회사에 불륜 증거를 보낸 데 대해서도 재판부는 “범행 동기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 해도 정당행위로 평가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다만 A씨의 안타까운 사정은 형량에 참작이 됐습니다. 재판부는 “A씨가 이혼 후 어린 딸을 홀로 키우고 있고, ‘카카오톡 염탐’ 등으로 기소된 이후 이혼했기 때문에 같은 범행을 반복할 우려가 없다”며 벌금 50만원을 선고하면서 선고유예했습니다. 선고유예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벌금 50만원이 없었던 일이 되는 처분입니다.

B씨는 A씨보다 무거운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는 물론, 사설업체에 잠금 해제를 의뢰한 데에 대해 형법상 전자기록내용탐지죄가 추가 적용됐습니다. 게다가 아내의 휴대전화를 빼앗는 과정에서 상해죄까지 인정됐고요.

다만 불법적으로 증거를 모았다는 이유로 이혼 자체가 안 되는 건 아닙니다. 가정법원에선 결혼을 지속할 수 없는 사유를 따지지 형사처벌 전력을 보는 건 아니거든요.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것만은 기억하자!

부부 송사로 처벌받는 건 당사자 A씨와 B씨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직장 내 불륜 사실을 소문내 달라는 부탁을 받고 들어준 동료들까지 명예훼손으로 벌금형 선고유예를 받은 사건도 있습니다.

온라인에서 퍼뜨릴 경우 정보통신망법에 걸립니다. 외도한 배우자나 불륜 상대에게 문자로 욕을 퍼부었다가 처벌되는 경우가 특히 흔하고요. 배우자나 불륜 상대를 비방하는 글을 올려도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습니다.

특히 주의할 건 외도 증거를 수집할 때입니다. 남편의 외도 증거를 잡으려고 차량 블랙박스를 내부 촬영 구도로 돌려놓고 성관계 장면을 몰래 찍었다가 성폭력처벌법(카메라 등 이용 촬영) 위반으로 유죄를 받을 수도 있어요.

전문가들은 이때 유무죄를 가르는 건 ‘맥락’이라고 합니다. 배우자의 카카오톡 알림창을 ‘우연히’ 보고 사진으로 찍어둔 수준인지, 휴대전화 잠금을 몰래 풀어 대화 전체를 다운받은 건지 다르다는 겁니다. 특히 증거 수집 당시에 혼인관계가 이미 파탄난 상태였는지 등을 본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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