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 나온 것 반성" 속으론 아직 격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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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장 위협 세력이 있다고 말했던 이용훈 대법원장이 20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左). 양영석 인턴기자, [연합뉴스]

이용훈 대법원장은 20일 여유를 다소 되찾은 모습이었다. 전날 본보 기자와의 인터뷰에서는 "사법부의 수장인 대법원장을 위협하는 세력이 있다"며 불쾌한 반응을 나타냈었다. <11월 20일자 1, 4면> 이날 출근길에서는 '변호사 시절 탈세의혹이 있다'는 지적에 "그건 기자들이 다 조사했다며…"라고 받아넘겼다. 문제될 것이 없다는 뉘앙스였다.

내부적으로는 대책 마련에 부심하는 모습이었다. 이 대법원장은 법원 내 식당에서 법원행정처 실.국장들과 점심을 함께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후에는 21일 예정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예산심사와 관련, 대법원 간부진을 만났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이 대법원장의 변호사 시절 사건수임 의혹과 4인 회동 논란 등에 대해 대법원 차원의 공식 대응 여부를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은 검찰과의 마찰을 원하지 않는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변현철 대법원 공보관은 "법원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이번 사태가) 법조 갈등으로 비치는 것"이라며 "제기된 의혹에 대해 스스로 겸허하게 돌아볼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런 의혹이 나왔다는 것 자체를 반성한다"고 말했다. "이 대법원장에 대한 음해세력을 밝혀야 한다"는 법원 내 요구를 더 이상 진행시키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법원 관계자들 사이에는 아직도 "검찰이 의도를 갖고 법원을 흠집 내려 한다"식의 격앙된 목소리가 많았다. 법원 일각에서는 외환은행 소송사건 등 이 대법원장의 변호사 시절 수임 내역이 흘러나온 데 대해 검찰을 배후로 의심하고 있다. "외환은행을 압수수색한 검찰이 관련 자료를 유출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법원과 검찰이 이토록 저급한 수준의 싸움을 벌이는 모습은 결국 양쪽 모두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는 불행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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