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난 대한민국 영업사원, 공무원 갑질 땐 전화를”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7일(현지시간) 두바이 자빌궁에서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막툼 UAE 부통령 겸 총리(두바이 통치자·오른쪽)와 면담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다보스포럼 참석을 위해 스위스로 이동했다. [뉴시스]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17일(이하 현지시간) 아부다비 일정을 마치고 두바이로 이동해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막툼 UAE 부통령 겸 총리(두바이 통치자)와 면담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국과 두바이가 한강의 기적과 사막의 기적을 이뤘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한국 기업이 두바이의 건설과 인프라 사업에 적극 참여해 두바이 발전에 기여해 온 만큼 앞으로도 주요 경제 프로젝트에 우리 기업들이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지원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무함마드 부통령은 “앞으로 한국 기업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두바이에 진출해 양국 경제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화답했다.

윤 대통령은 면담에 앞서 ‘미래 비전 두바이’ 포럼 기조연설에서 “과학기술에 기반한 연대와 협력을 통해 기후위기·팬데믹·고령화·저성장이라는 인류 공통의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며 “인간 존엄이 최우선 가치로 존중되는 미래를 함께 설계하고 글로벌 연대를 통해 이를 구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후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세계경제포럼(WEF) 참석을 위해 스위스로 출발했다.

윤 대통령의 3박4일 UAE 일정은 세일즈로 시작해 세일즈로 끝났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는 평가다. 윤 대통령 자신도 전날 기업인과의 만찬 간담회에서 “저는 대한민국의 영업사원”이라며 “공직에 있다는 생각보다는 기업 영업부서나 기획부서의 직원이라는 생각을 갖고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첫째도 경제, 둘째도 경제, 셋째도 경제라는 각오로 국정을 운영하겠다”며 “대한민국 기업이 세계에서 역량을 펼치고 뛸 수 있도록 업고 다니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여러분이 창출한 성과들은 새로운 중동 붐을 여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며 “정부와 기업은 한 몸이고 원팀”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공무원을 상대하실 때 ‘갑질이다’ 싶은 사안은 제게 직접 전화해 주십시오. 용산(대통령실)에도 알려주시면 즉각 조치하겠다”고 말해 장내에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현장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 등도 함께했다.

대통령실은 순방 최대 성과로 300억 달러(약 37조원) 투자 유치를 꼽는다. 윤 대통령은 UAE 대통령과의 친교 만찬에서 통역만 배석한 채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는 등 정상 간 유대를 쌓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였다고 한다. UAE 역시 윤 대통령에게 외빈 최초로 낙타병 도열을 하는 등 최고 예우를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지난 10년 동안 진행된 바라카 원전 개발 협력은 한·UAE 양국의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상징한다”며 “원전 사업의 글로벌 기준을 제시했을 뿐 아니라 추가 원전 협력, 제3국 공동 진출 등 또 다른 가능성으로 가득 찬 위대한 사업”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대통령실은 이번에 UAE와 체결한 양해각서(MOU)가 48건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18일 스위스에서 국내외 기업인과 간담회를 갖고 19일엔 다보스포럼 특별연설에 나서 공급망 강화와 디지털 질서 구현을 위한 국제 협력과 연대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두바이=권호 기자, 박태인 기자 kwo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