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성 해외진출 숨고르기…유럽리그 새판 짜는 여름 노린다

축구대표팀 스트라이커 조규성이 해외 이적 추진 시점을 올여름으로 늦춘다. 카타르월드컵 본선 16강 확정 직후 태극기 두른 조규성. [뉴스1 ]

지난달 카타르월드컵에서 스타로 떠오른 축구대표팀 공격수 조규성(25·전북)이 올겨울 해외 진출 도전 의사를 접었다. 해외 이적을 포기한 게 아니라 당분간 소속 팀에 남아 더 좋은 기회를 엿보기로 했다.

프로축구 전북 구단 관계자는 16일 “조규성이 전북 선수단과 함께 스페인 전지훈련에 동행한다”면서 “이번 겨울 해외 진출 가능성이 사라진 건 아니지만, 전북에서 새 시즌을 함께 하며 더 좋은 기회를 모색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최전방 공격수 조규성은 지난 시즌 K리그 득점왕(17골)에 오르며 절정의 골 감각을 과시했다. 카타르월드컵 본선에선 가나전(2-3패)에서 3분 동안 머리로만 2골을 터뜨리며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스타가 됐다. 월드컵 이전 4만명 수준이던 소셜미디어 팔로워가 300만 명 가까이 늘어났다.

월드컵이 끝나자마자 해외 클럽들이 조규성 영입전에 뛰어들었다. 셀틱(스코틀랜드), 미네소타 유나이티드(미국), 마인츠(독일) 등이 러브콜을 보냈다. 마인츠가 250만 파운드(38억원), 셀틱이 300만 파운드(45억원)를 각각 제시했고, 미네소타는 500만 유로(67억원)에 가족까지 그린카드(영주권)를 보장하는 조건을 내걸었다.

독일 축구전문지 키커는 16일 “마인츠가 재정적인 이유로 조규성 영입을 중단했다. 소속팀 전북과의 협상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팀 잔류를 결정한 건 조규성 본인의 선택이다.

조규성은 지난해 말 카타르월드컵을 마친 이후 한 달 가까이 운동을 하지 못했다. K리그 한 시즌을 모두 소화한 직후 곧장 월드컵 본선 무대에 참가한 터라 휴식과 회복이 절실했다. 당장 실전에서 최상의 경기력을 선보일 만큼 좋은 컨디션은 아니다. 온전치 않은 몸 상태로 낯선 해외 무대에서 곧장 주전 경쟁에 뛰어드는 건 위험 부담이 적지 않다.

여름 이적 시장 기간에 팀을 옮기는 게 유리하다는 전략적 판단도 전북 잔류 선택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여름은 유럽 리그 내 모든 팀이 새 시즌을 앞두고 선수단을 개편하며 새 판을 짜는 시기다. 새 시즌 초반 K리그 무대에 참여하며 경기 감각을 끌어올릴 수 있고, 현지 적응을 준비할 시간도 벌 수 있다.

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